"동네마다 고스톱 계산이 다르고, 장례 방식도 다르다. 그런데 70년간 다르게 살았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통일이 되겠느냐. 그래서 쉬운 거부터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북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진천규 통일티브이(TV) 대표이사가 청소년들을 만나 강조했다. 진 대표는 28일 오후 창원시청 제3회의실에서 경남겨레하나·경남청소년겨레하나가 마련한 '새시대의 평화, 우리가 만든다'는 제목의 청소년 통일학교에서 강연했다.
진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북한을 방문, 취재하고 돌아와 청소년들을 만났다. 그는 <한겨레> 사진기자로 있었을 때 2010년 6월 15일, 김대중-김정일 두 정상이 손을 잡고 서 있는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15차례 북한을 방문 취재해 왔다. 그는 한국 국적이면서 '재외동포' 신분을 갖고 있다. 그는 "통일이 되어야 젊은 사람들에게 활로가 생긴다"는 생각에 피곤하지만 바로 창원을 찾았다고 했다.
북한이 변하고 있는데 관광 분야가 제일 두드러진다는 것. 진 대표는 "2017년 10월 5일 단둥-평양 열차를 탔던 적이 있다. 매일 열차가 한 차례씩 왕복 운행했는데 그 때는 1/3 정도 객실이 비었다면 요즘은 열흘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 촬영한 북한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설명했다. 진 대표는 이번에 심양에서 고려항공을 타고 평양에 가서 개성, 칠보산 등을 둘러봤다.
휴대전화 보급 확대부터 소개했다. 그는 "2017년 10월은 금방이라도 핵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때 평양에 가서 봤는데 사람들은 휴대폰을 엄청나게 사용하고 있었다"라고 했다.
평양시민들이 을밀대와 백화점, 거리, 식당, 영화관 입구 등에서 휴대전화기를 들고 통화하거나 사진을 찍는 장면을 보여준 그는 "북에 휴대폰 보급이 많다고 제가 떠들었더니 2018년 8월 통일부에서 발표를 했는데, 580만대였다.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2017년 10월 금강산에 갔는데 셀카봉을 들고 다니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라고 했다.
'태극기부대'를 '성조기 선생님들'이라고 표현한 진 대표는 "성조기 선생님들을 비롯해 보수언론들은 공산당 간부라든지 특권층만 그러는 것이지 지방은 어렵고 힘들다고 한다"며 "그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남쪽을 보자. 서울 사람만 삼시세끼 다 먹고 휴대폰을 쓰고, 창원 사람들은 하루 두 끼만 먹도 휴대폰은 일부만 있다는 말이냐. 아니지 않느냐"며 "북쪽의 읍면단위까지 가봤다. 거의 대부분 시민들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더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남쪽은 서울과 지방을 비교하지 않으면서 북쪽만 평양과 지방을 비교하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 북한만 평양과 지방을 비교해서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이야기 하는 게 이상하다. 우리가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라고 했다.
택시도 많이 늘어났다는 것. 진 대표는 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 앞에 줄을 지어 서 있는 택시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는 "택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손님이 많다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대중교통은 지하철과 버스, (무)궤도전차, 택시다.
그는 "북한사람들이 월급 몇 푼을 받는다고 택시를 타겠느냐, 다들 외국 손님들만 타는 거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틀린 말이다. 북은 외국인이 대중교통을 탈 수 없는 시스템이다"라고 했다.
진 대표는 "평양에서 택시 참관을 한 적이 있다. 택시기사를 인터뷰 했는데, 하루 40~50명 정도 봉사한다고 했다"며 "누가 타느냐고 물었더니, 짐을 들었거나 길을 모르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이 탄다고 했다"라고 전해주었다.
개성 식당인 '통일관' 이야기를 했다. 그는 "12첩 반상이 차려져 있었다. 아마도 개성 관광이 되면 남쪽 사람들도 가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북한 음식이 왜 맛있을까. '신선로' 재료 사진을 보여준 진 대표는 "자본주의 기본원리는 최소 투자를 해서 최대 이익을 내는 것이다. 시장주의에서는 싸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 게 기본이다"고 했다.
이어 "사회주의는 그렇지 않다. 북은 신선로 '레시피'대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음식을 만들어서 이익을 내는 게 아니라 인민이 내가 만든 음식으로 맛있다고 하는 소리를 듣는 게 기본이다. 북한은 특별한 조리법이나 조미료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진천규 대표는 "북을 칭송하고 찬양할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그러나 북에 대해 정확히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며 "북이 맞고 옳다가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식하자는 것이다. 북을 동물원 짐승 보듯이 하지 말고, 우리와 같은 말은 쓰기에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알게 된다"라고 했다.
박한승 대표 "토착왜구란"
진 대표에 앞서 박한승 양산겨레하나 대표는 '끝나지 않는 친일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박 대표는 "독일은 종전기념일이 되면 총리가 사과 담화문을 발표한다. 독일은 결코 그 과오를 잊지 않고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은 종전기념일날에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식민지 지배에 대해 한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박 대표는 "이완용(학부)·이지용(내부)·박제순(외부)·이근택(군부)·권중현(농상공부)의 을사5적에다 송병준 등 '일진회'는 조선과 일본이 하나가 되어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며 "뼈 속까지 친일의 피가 흘러야 한다고 했다. 자발적 친일을 하는 사람들이 1920년대 본격화 되어 갔다"라고 했다.
윤치호, 김성수, 김활란, 이병도, 백선엽, 노덕술 등의 친일을 설명한 그는 "어떤 분들은 '친일'이라고 할 게 아니라 '민족반역자'라고 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독재정권 하에서 정치계, 학계, 경제계, 언론, 문화계, 군대, 경찰, 검찰 같은 공권력도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까지 모두 친일 경력이 있다. 국무총리와 장관은 말할 것도 없이 일제 강점기 때 높은 자리 했던 사람들이 해방 후에도 그 자리를 차지했던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친일파'와 '토착왜구'는 일본의 이익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번에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다고 하니까, 우리나라 어떤 정당은 물건을 훔친 도둑놈을 욕하는 게 아니고 '니가 어떻게 했기에 일본이 그러느냐'며 집주인을 나무라는 꼴"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은 지금 일본에 분노를 가지고 있는데, 일본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는 것은 발전적이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토착왜구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