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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 노랫말 비석 짓뭉갰는데 마산음악관 내부엔 전시(7월 30일자)
"창원시는 마산음악관에 진열된 선구자 관련 설치물과 조두남 형상을 즉각 철거하라."
열린사회희망연대,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6일 경남 창원시립마산음악관 안팎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촉구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7월 30일 마산음악관의 조두남 관련 전시물에 대해 보도한 뒤,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마산음악관은 2003년 5월 '조두남기념관'으로 개관했다가 그의 친일행적 때문에 논란이 되었다. 당시 마산시는 '조두남 기념관 관련 공동조사단'을 꾸려 그의 친일행적을 밝혀냈다.
그러다가 2004년 7월 옛 마산시(의회)는 '조두남기념관'을 '마산음악관'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음악관 뜰에는 윤해영 작사, 조두남 작곡인 가곡 <선구자>를 떠올리는 설치물이 많다. 소나무(일송)를 심어 놓았고, 정자(일송정)를 세워 놓았으며, '용두레'도 만들어 놓았다. 소나무 앞에는 당시 마산시의회 의원들이 새긴 '일송 기증석'이 아직도 있다.
다만 <선구자> 가사를 새겼던 돌비는 글을 짓뭉개버린 채 그대로 있다.
창원시는 지난 5월 1억 원을 들여 음악관 내부 전시물을 새로 꾸몄다. <선구자>를 조두남의 '대표 작품'으로 소개해 놓았다. 또 조두남이 피아노를 치는 밀랍모형과 흉상을 만들어 놓았다. 음악관에는 조두남의 각종 유품과 악보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 음악관에는 이일래(1903~1979), 반야월(1917~2012), 이수인(1939~ ), 김봉천(1941~2013)이 소개되어 있다.
반야월은 친일행적이 있다. 반야월은 일본 군국가요인 '일억 총진군'을 작사했고,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있다.
창원시는 지난 5월 음악관 내부 전시물을 교체했다. 당시 창원시는 '마산음악관 운영위원회'를 통해 전시물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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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음악관은 친일음악관" 김영만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은 8월 6일 마산음악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산음악관은 친일음악관"이라며 새롭게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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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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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음악관을 조두남을 위한 음악관" 송순호 경남도의원은 8월 6일 마산음악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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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은 마산음악관, 내용은 조두남 기념관"
열린사회희망연대,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마산음악관에 설치되어 있는 '용두레 우물' 등 선구자 관련 설치물을 모두 철거하라", "간판은 마산음악관, 내용은 조두남 기념관이다. 조두남 밀랍모형을 철거하고 선구자 악보를 제거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지난 5월 리모델링을 위해 구성된 전문가위원회 10명의 명단을 즉각 공개하라", "창원시의회는 시의원들의 이름이 새겨진 일송정 기증석을 즉각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윤해영·조두남이 만든 가곡 <선구자>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것.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선구자'라는 노래는 제2의 애국가로 불릴 만큼 전 국민의 애창곡이었기에 언론이나 국민들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가 없었다"고 했다.
옛 마산시가 구성했던 '조두남기념관 관련 공동조사단'은 "조두남의 친일의혹에 대한 진상을 밝히기 위해 선구자의 탄생지인 중국 연변지역의 학자들과의 토론, 조두남·윤해영과 함께 활동했던 생존자의 증언 청위와 조사"를 벌여, 2003년 8월 28일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공동조사단이 밝힌 최종 결과는 다음과 같다.
△조두남은 1944년도 현재 만주 영안에서 친일 시인 윤해영이 작시한 <아리랑 만주>, <용정의 노래>(선구자)에 작곡을 하여 신작발표회를 갖는 등 두 사람이 함께 음악활동을 한 것으로 보여 진다. 따라서 조두남이 그의 회고록에서 언급한 1932년도 윤해영을 처음 본 이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
△조두남은 <용정의 노래>(선구자)를 1932년도 목단강 어느 여인숙에서 윤해영으로부터 가사를 받아 작곡하였고 그 이후 널리 불러졌다고 하였으나, <용정의 노래>(선구자)는 1944년 영안에서 가진 조두남의 신작발표회에서 처음으로 연주된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이 또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
△본 조사단이 현재까지 확인한 자료를 종합하면, 조두남은 1940년대 만주지역에서 친일시인 윤해영과 함께 활동을 하며 그의 친일 시 <아리랑 만주>를 비롯하여, <용정의 노래>(선구자), <목단강> 등 다수의 노래를 작곡하였다. 아울러 친일 노래 <징병령의 만세>와 악극 <스파이가 날뛴다>의 곡을 붙인 혐의도 받고 있다.
△따라서 '조두남은 일제하 만주지역에서 친일 음악 활동을 한 혐의가 짙은 음악가'로 사료된다(이후 2009년 11월 6일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에 두 사람의 친일행위에 대한 엄밀한 조사와 연구를 거쳐 더 상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등재되었다).
당시 이같은 조사 결과에 따라 옛 마산시는 '마산음악관'으로 명칭을 바꾸었고, 음악관 뜰의 돌비에 새겨진 선구자의 가사를 지워버렸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15년 후, 지난 5월 마산음악관 내부 리모델링을 하면서 조두남의 대표작이라며 선구자 악보와 가사가 적힌 게시물을 당당하게 전시해놓았다. 그 옆에는 조두남을 소개하며 친일작품 활동을 기록해 두었다"고 했다.
이어 "공과 과를 동시에 전시해 놓았다는 명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조두남이 비록 친일은 했지만 선구자라는 작품만은 공으로 높이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만일 조두남에게 친일행위가 없었다 하더라도 선구자는 조두남에게 치명적인 과일 뿐이다. 본래 '용정의 노래'였던 제목을 '선구자'로 바꾸고 가사 또한 제목에 맞게 고치고 작사자와 창작배경에 이르기까지 한편의 감동적인 소설로 만들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작품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들은 "'선구자'라는 단어 자체도 문제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이 불렀던 수많은 독립군가와 항일노래, 저항시 어디에도 선구자라는 단어는 없다"며 "그도 그럴 것이 선구자는 독립운동가를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동족인 독립군을 토벌하는 데 앞장서거나 일제의 식민지 만주 개척의 첨병 역할을 하는 재만 조선인들을 치켜세우는 호칭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잠깐만 긴장을 풀어도 역사는 순식간에 퇴행하고 만다. 특히 친일의 역사가 그렇다"며 "마산음악관의 '선구자'의 부활에 통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김영만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은 "창원에는 국가보훈처에 올라가 있는 독립운동가가 수없이 많은데 지금도 단 한 분을 기리는 기념관 하나 없다. 친일·친독재자들을 기리는 기념관은 많다"며 "2003년은 친일인명사전이 나오지도 않았다. 반야월은 친일행적이 있고, 김봉천은 조두남을 두둔했던 인물이다. 창원시가 음악관을 새로 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송순호 경남도의원은 "조두남의 출생과 성장, 행적을 보면 '마산음악관'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며 "최근 일본 아베정부의 무역보복이 있다. 아베 정부에 대한 분노가 커지고 있다. 창원시는 마산음악관을 조두남을 위한 음악관이 아니라 마산 음악을 기록하는 진정한 마산음악관으로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얼마 전 담당자가 바뀌었다. 마산음악관 전시물이 오래돼 새로 꾸몄다"며 "지적 사항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