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 : "노영민 비서실장,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야! 뭘 믿고 저러는 거야."
김정재 한국당 의원 : "입 다물고 정론관으로 가라니요! 또 친일파로 몰겁니까?"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 "사과를 하세요."
6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일본 무역 제재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놓고 한창 질의가 이어지던 중,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자유한국당 위원 간 설전이 벌어졌다.
곽상도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일 부역 의혹을 재차 제기한 대목에선 노 실장이 "정론관에 가서 하라"고 맞받으며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오전 질의 정회 후 노 실장에게 "노영민 청문회가 됐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국당 의원들과 설전 벌인 노영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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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친일파' 공세에 폭발한 노영민 "정론관 가라" 6일 청와대 업무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자유한국당 위원 간 설전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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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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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곽 의원을 향한 김정호 민주당 의원의 비판이었다. 김 의원은 "김지태 전 부산일보 사장을 동양척식주식회사 하급직원으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로 매도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인으로 역할했다고 해서 친일파다, 아니다 단정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라면서 "비서실장으로서 단호히 조치하고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이에 문 대통령이 김지태 전 사장의 상속세 재판에서 허위 증거 자료를 제출해 승소한 것에 가담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다시 맞섰다. 노 실장은 이 대목에서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여기서 말하지 말고 자신 있으면 정론관에 가서 말하라"고 말했다. 이 말에 한국당 위원석이 들썩였다. "어딜 협박하냐" "국회모독이다" 등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초당적 단합을 말하면서 그렇게 묻지도 말고 기자회견을 하라고 한다"면서 "단합하지 않으면 친일파로 찍히는 분위기까지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실장은 한국당의 반발에도 "(지금 상황에서) 대통령을 모독하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맞받았다. "(대통령 사위와 연관된) 토리게임즈 발언과 김지태 친일 발언은 고소 돼 있다"며 곽 의원에 대한 법적 대응 사실도 함께 언급했다. 김정재 한국당 의원이 러시아 군용기 영공 침범 당일 여당 원내지도부와 오찬한 사실을 지적한 대목에선 "대통령은 밥도 못 먹느냐"고 항변했다.
노 실장의 강경 대응은 곧바로 한국당 의원들의 '태도 논란' 공세로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이 틈틈이 방어에 나섰지만, 괜한 분란만 자초한 모양새가 됐다.
표창원 의원은 "야당의 비판은 중요하다"면서도 "위원들에게 어떤 발언을 해라, 그 발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의사진행 발언으로 제약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 일본에서 진행되는 표현의 자유 억압과 유사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정양석 의원은 이에 "무슨 소리를 하나. 정쟁 없이 가려는데 심하다"고 받아쳤다.
민주당 "가는 말 고와야".... 한국당 "어디서 훈계"
현 정부 들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횟수를 묻는 질문에선 답변과 질문이 엇갈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표 의원은 노 실장을 향해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에서 핵 실험이 몇 차례 이어졌나"라고 물었지만 노 실장은 "두 번인가요?"라고 되물으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표 의원은 "현 정부 들어서 했나. 한 번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횟수도 같은 방식으로 질의했다. 노 실장이 역시 답변하지 못하자 "한 차례도 없었다"면서 전임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발생한 위기 상황과 현 안보 상황을 비교했다.
그러나 곧바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정정이 뒤따랐다. "2017년 9월 북한의 핵실험이 한 차례 있었다"며 사실관계를 바로 잡은 것. 표 의원은 "제가 망각하고 있었다"고 수긍했다. 이양수 한국당 의원도 "ICBM 발사는 2017년 7월과 11월 세 차례 있었다"면서 "당연히 알아야할 부분도 모르고 실무자들은 입만 다물었다. 국회 우롱 처사가 아니냐"고 질타했다. 현 상황을 빗겨난 질의로 야당 공세에 빌미만 제공한 것이다.
여야 의원들의 설왕설래는 한국당 의원들의 노 실장을 향한 사과 요구를 끝으로 오후 1시께 겨우 정회됐다. 오후 2시 30분께 속개된 회의도 오전 상황의 재방송이었다. 한국당 의원들은 노 실장이 '훈계' '협박'을 했다고 맞섰고, 민주당 의원들은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며 '선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노 실장은 결국 "정론관 가서 하라는 말은 취소하겠다. 이 발언으로 원만한 회의가 이뤄지지 못하게 돼 유감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을 향한 곽 의원의 공세에 대해선 "근거 없는 의혹을 반복적으로 주장해 복수의 사람으로부터 고소당한 상태에서 또 대통령을 모욕한 데 대해선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