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증후군 생각보다 심했다. 14시간 차이면 하루에 1시간씩 14일이 지나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도착 첫날 부정맥 때문에 소동이 났다. 새벽에 잠이 깬 나는 가슴이 답답하고 페인트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잠을 설쳤다. 새집 증후군(?)이겠거니 자가 진단을 내리면서... 앰뷸런스만 불러도 큰돈이 든다고 아내는 걱정했다.
장거리 여행은 처음인데다 낮과 밤이 뒤바뀐 탓이다. 인근 공원 산책에 나섰다. 황혼 무렵의 공원은 걷기 운동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호수 위에 노을이 지면서 반려 견과 더불어 산책하는 가족들이 하나 둘 눈에 띈다. 석양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하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 있는 사람도 보인다.
점차 적응이 돼가는 듯하다. 무뚝뚝하기만 한 이웃의 모습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뻥 트인 공간에서 "굿모닝!", 인사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이 곳은 각자 사생활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인가 보다. 지나친 관심은 간섭이 되는 것일까.
미국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
8월 1일 오전 9시, 휴스턴을 향해 출발했다. 손녀 3명을 포함한 가족 10명이다. 적지 않은 인원이다. 거리를 나설 때면 졸랑거리는 아이들까지 무리를 이룬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모일 수 있을까. 아이를 출산한 큰 며느리를 제외하고 다 모였다.
아들이 미국에 직장을 얻어 이주하겠다는 협의(통보)에 아내는 울며 불며 반대했다. 몇 년 간 유학하는 것도 아니고 영주하겠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모양이다. 1년이 지났다. 아들이 운전한 자동차를 타고 휴스턴을 향해 가고 있다.
오스틴은 우리나라와 달리 도로 및 신호등이 조금 특이하다. 4차선 도로 중 좌 측 도로가 분리되어 있다. 유료도로다. 차가 복잡할 때는 유료도로를 이용한다고 한다. 신호등은 양쪽 지주와 연결된 줄에 매달려 있다. 좌회전 금지 빨간 등 또한 이색적이다.
휴스턴까지는 165.2마일(265km) 거리다. 광주-서울 거리와 비슷하다. 텍사스에서 제일 큰 도시고 미국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은 도시다. 면적은 서울의 2.5배 정도, 인구는 230만이 넘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존슨 센터가 위치해 있다. 미국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지 50주년인 해에 나사를 방문하다니... 마음이 설랜다.
미국항공우주국 존슨 센터는 유인 우주 계획을 총괄하는 본부다. 1969년 7월 우주비행사들의 첫 번째 달 착륙을 지휘한 곳이다. 우주비행사를 훈련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유인우주선이 케이프커내버럴에서 발사되면, 이곳 지상관제센터에서 그 우주선의 비행을 조정하는 곳이다. 공항의 관제탑이라고 해야 할까.
매년 세계 각지에서 백만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전시물과 유물을 통해 실물 체험이 가능하다. 실제 우주를 날았던 우주선을 볼 수 있다. 달 표면의 바위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체험, 전시, 관람할 수 있는 우주 박물관이다.
휴스턴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때가 조금 지난 오후 1시, 우주센터 정문에 들어서니 대형비행선이 눈에 띈다. 콜롬비아 왕복선처럼 보이기도 하고 큰비행기 위에 작은 비행기를 올려놓은 것 같기도 하다. 우주센터 견학은 실내박물관 관람과 트램 투어로 나누어진다.
먼저 실내박물관 관람에 나섰다. 영화나 뉴스를 통해 보던 모습들이다. 우주인이 무중력상태에서 공중 부양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우주선은 우주 정거장을 거쳐 달 표면에 착륙을 시도한다. 암스트롱이 달에 내려 뚜벅뚜벅 걷는 영상도 보인다.
다음은 트램 투어다. 1시간 반 트램(노면 전차)을 타고 로켓공원 및 작업실 등을 관람하는 투어다. 아폴로 우주로켓이 세워져 있는 로켓공원에 도착했다. 컨테이너 창고처럼 생긴 곳에 들어서니 대형 로켓이 가로누워 있다. 새턴 5호 로켓이다. 실재 우주선을 실어 나르던 로켓이라고 한다.
1963 년 아폴로 계획을 위한 정식 로켓으로 NASA에서 '새턴 V'라고 명명했다. 아폴로 4호부터 스카이랩까지 총 13회 인공위성을 실어 날랐다고 한다. 아폴로 18·19호를 위해서 제작되었지만, 계획 중지로 사용되지 않은 SA-514, SA-515 로켓이 이곳 존슨 센터에 전시되고 있다.
트램 투어 다음 행선지는 로켓 제작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업실이다. 지하 넓은 작업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많은 공정이 영역별로 나누어 이루어진 듯하다. 크레인과 회선, 칸막이, 회의용 책상, 전화, 컴퓨터 등이 그대로 놓여 있다. 금방 작업을 끝내고 자리를 비운 것처럼 보인다.
"인공위성 간다~"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헤며 놀았다. 유유히 흐르는 별 하나, 인공위성이었다. 밤마다 모였다. '인공위성 간다'는 친구를 부르는 은어가 되었다. 어렸을 때 꿈을 키워주던 인공위성... 투어가 끝나자마자 하늘은 먹구름 장대빗 빗줄기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