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대입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에 나섰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에 대한 대입 특혜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 '수능 위주 정시 확대' 전망에 선 긋기
4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정시와 수시 비율 조정으로 불평등과 특권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비율을 줄이는 대신 정시 수학능력시험 비중을 늘릴 것'이란 교육계 전망에 대해 선을 그은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어떤 내용을 담은 대입 공정성 확보방안을 내놓을 것인가? 이런 궁금함이 커지는 가운데 한 교육단체가 "대입에서 특권층에 유리한 트랙을 없애야 한다"면서 ''수상 경력, 자율동아리, 자기소개서 등 학종 3요소 폐지 방안'을 제안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한 대입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학종에서 '비교과 영역'인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그리고 비교과 영역은 아니지만 자기소개서 등 3요소를 반드시 학종 개선 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내대회, '서울 강남 일반고' 21.8개 vs. '전북 임실 일반고' 2.5개
사교육걱정은 '수상경력'에 대해 "학종의 공정성 차원에서 본다면 '수상 경력'이 대입에 반영되면서 심각한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수상자가 일부 학생에게 편중되는 문제, 소위 '교내 수상 몰아주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교내대회 개최 수의 편차가 학교별로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교육걱정이 지난 2016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 강남구 일반고는 한해 교내 대회 개최수가 21.8개인 반면, 전북 임실군의 일반고는 2.5개였다.
사교육계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육부가 2017년 발표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신뢰도 제고 방안 연구'를 보면 조사 대상 교원의 49.7%가 "수상경력 기재가 사교육 유발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율동아리 활동 기재에 대해서도 사교육걱정은 "사교육기관에서는 자율동아리 활동 기재를 통해 '소논문 작성 사실을 알릴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상품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처럼 공정성을 훼손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학생부 항목인 자율동아리는 반영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생기부 (소)논문 기재는 이미 2014년부터 금지됐지만, '자율동아리' 활동 기재를 통해 변칙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자기소개서'에 대해서는 "이것은 부모와 가정배경, 사교육 영향을 매우 심각하게 받는 요소"라면서 "가정과 학원 등에 의해 학생 이외의 사람에 의한 대필과 허위 작성에 대한 완벽한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자기소개서를 없애는 것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공식 찬성하고 있다.
대교협 자료를 보면 2018학년도 대입에서 자기소개서 표절로 판정되어 불합격된 지원자가 1406명이었다. 이는 2015학년도 1364명보다 42명 늘어난 것이다.
사교육걱정은 이날부터 '학종 비교과 3요소 폐지 등을 위한 국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 단체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학종 비교과 3요소를 폐지하더라도 교과 위주 '세부능력및특기사항' 등 생기부 기재와 이를 바탕으로 한 대학의 면접 등을 통해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학생들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교조 "공정한 대입 위해 고교 서열화 해소해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4일 성명에서 "근본적인 대입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교 서열화 해소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령 개정을 통해 특권학교 지적을 받는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라는 것이다.
교원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도 지난 2일 낸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던 자사고 폐지도 유명무실화된 상황에서 세간의 우려대로 정시까지 확대된다면 우리 교육은 결과의 평등은 물론이고 기회의 평등까지 무산되고 무한 사교육 경쟁, 한 줄 세우기식 20세기 교육으로 퇴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은혜 장관은 이날 "자기소개서나 생기부 부분을 (축소, 단순화시키는 등) 더 보완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대학 입시 공정성 확보' 지시에 따른 교육부의 행보를 엿보게 하는 말이다. 정시 확대가 아닌 학종 '비교과 영역 손질하기'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