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을 둘러싼 국민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의 JTBC 긴급토론이 한 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했다. 청문회 날짜를 잡는 일부터 마찰을 빚던 두 정당 원내대표의 긴급토론인지라 결론을 기대했던 사람은 물론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게 의구심이 들었다. 여당은 과연 촛불 민심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 것인가.
나경원 원내대표는 강경했다. 조국 후보를 둘러싼 세 가지 논쟁(웅동학원, 사모펀드, 딸이 수여한 장학금 문제)을 다시 한 번 짚으며 명백한 증거를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의 정치 행보에 대한 판단을 잠시 차치한다면, "서둘러서 인사청문회를 했는데, 나중에 추가 의혹이 밝혀진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라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51.5%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오마이뉴스 의뢰, 3일 전국 성인 501명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국민들이 갖는 생각과 동일할 것이다. 그러나 이인영 원내대표가 조국 후보자 임명에 찬성하는 46.1%를 속 시원히 대변해 주었는가는 의문이다.
사모펀드 논란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는 "후보자는 블라인드 펀드였다고 하지만 분기별로 어디에 투자를 했는지 보고해야 하는 형태다. 정말 자신이 어디에 투자했는지 후보자가 몰랐겠느냐"고 날카롭게 물었다. 이에 대해 이인영 원내대표는 "우리 모두가 펀드에 대해 잘 모르듯 후보자 역시 해당 펀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설득력 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두 번째로는 '딸의 장학금 수여를 결정한 부산의료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대통령 주치의가 됐다'는 의혹에 대한 공세가 이어졌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인영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한 과정들을 있을 겁니다만, 저는 대통령의 주치의가 결정되는 과정은 부산대 의전원장과는 무관한 절차와 과정이 있었다"고 답했다.
물론 후보자 본인이 아닌 정당 원내대표가 모든 의혹을 소상히 밝히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의 말대로 '모든 것이 소상히 밝혀지는 때'가 오면 나경원 원내대표가 제기한 의혹들이 모두 과도한 추측이었음을 알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국 후보자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46.1%의 국민들을 위해, 대한민국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법적, 도덕적으로 아무런 결격 사유가 없기를 바라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위해 여당이 조금 더 성실히 해명과 의혹 해소에 나서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촛불 정부'라는 타이틀을 안고 있다. 촛불이 선택한 정부라면 위기 상황일수록 촛불 민심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촛불이 원하는 건 정당 교체도, 특정한 사람이 특정한 자리에 앉는 일도 아니다. 논란이 되는 후보자 딸에 대한 과도한 신상털기 역시 결코 아니다.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청렴한 인물이 법무부 장관이라는 왕관을 견디는 것, 그렇게 우리의 오랜 염원이었던 검찰 개혁이 이루어지고 사법 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 촛불 민심이 진정 원하는 건 그런 것이다.
연일 자극적인 발언으로 정권 교체를 향한 야심을 숨김 없이 드러내는 야당도, 젊은 여성이 혼자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 강제 취재를 요청했다는 언론도, 무엇보다 이 사태를 끌고나갈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여당도 이제는 이러한 민심을 정확히 읽을 때다. 야당과 언론은 본질을 흐리는 모든 언행을 중단해야 하고, 여당은 그간 이들이 공격적으로 나온 것만큼이나 적극적인 방어에 들어가야 한다. 팔이 안으로 굽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당과 후보자의 지지도에 기대는 안일함을 버리고 자신들의 '옳음'을 성실히 증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국을 위해 조국에 반대하는 51.5%의 국민과 조국을 위해 조국을 지지하는 46.1%의 국민이 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결국 '정의'라는 지점에서 손을 맞잡을 수 있다. 다른 듯 하나인 민심이 잘 헤아려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