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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해당사건에 관련한 공익 제보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해당사건에 관련한 공익 제보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국가정보원이 '제2의 RO(지하혁명조직 사건)'를 공작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정원 '프락치(정보원)'로 활동했다고 양심 고백한 일명 '김 대표'의 증언이다. 그는 국정원 직원이 자신에게 '현상금 사냥꾼'처럼 일을 시키고, 경제적 보상의 대가로 민간인 사찰을 지시, 거짓진술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를 빌려 양심고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기사: 눈시울 붉힌 국정원 사찰 피해자 "반인륜적 행태, 치가 떨린다")

24일, 김 대표는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프락치' 공작 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및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해 "제가 너무나 부족한 인간이라서 국가권력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해서는 안 될 행위를 했다"라며 "죄 없는 사람들의 죄를 만드는 일을 5년 가까이 하면서 매일 무섭고 힘들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찰 이어지고 있어"

이어 "프락치 일을 하면서 제 삶은 무너졌고, 아내와도 이혼했다. 국가권력이 개인의 삶을 5년 동안 빼앗을 수 있느냐. 그들은 그럴 수 있다"라며 "실제로 그들은 마치 (나를) 현상금 사냥꾼처럼 (여기며), 사찰 대상자들이 '좀 더 처벌될 경우에 네가 받는 돈이 많아진다'며 가치 판단을 무뎌지게 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사찰 피해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10만 원, 20만 원이 없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국정원이 준) 녹음기를 들고 동료와 선후배를 만났다"라며 "하지만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데도 신용대출을 받아서 저를 도와주려고 했던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내 양심 고백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저도 기대를 하고, 사업이 종료되는 것인지 국정원 직원에게 물었다"라며 "하지만 국정원은 '김대중, 노무현 때도 우리는 우리 할 일을 한다. 그러니 지금 하는 사건들은 기회가 될 때 터뜨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들어서는 주체사상 신봉하며 소모임을 하는 것 아니냐며 그들에게 접근하라고 국정원 직원이 지시했다"라며 "두 개의 기업 대표들도 북한 기업과 접촉해 대북사업을 하는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 국정원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와서도 변한 것이 없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지하혁명조직의 실체는 없다. 모두 국정원의 지시로 조작한 것이다. 이번 일로 (지하혁명조직이 있는 것처럼) 잘못 비칠까봐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사찰 피해자 최아무개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나온 뒤에 통일 운동의 방향성을 고민하고자 단체를 설립하고 친구와 선후배들에게 1~2만 원의 후원을 받아 활동하고 있다"라며 "이런 작은 단체를 가지고 국정원이 '지하혁명조직'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다는 걸 생각하면 별 생각이 다 든다. 아내와 장모님은 '우리 집에도 카메라 있는 것 아니냐'고 물어본다.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냐"라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 서훈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개편하면서 앞으로 민간인 사찰은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실상은 달랐다"라며 "앞으론 보수 진영이 압박한다는 말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에 대해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 우리(사찰 피해자)를 희생양 삼아서라도 국정원을 해체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해당사건에 관련한 공익 제보자가 참석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해당사건에 관련한 공익 제보자가 참석하고 있다. ⓒ 이희훈
 
대책위 "국정원 고소·고발할 계획"

이날 출범을 알린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국정원이 정보원을 통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국가보안법 사건을 조작하려 한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책위는 진상 보고서를 통해 ▲민간인 사찰 ▲국가보안법 사건 조작과 증거 날조 ▲성매매 및 유흥비 지출 사실 등을 문제 삼으며, 위법성에 관해 설명했다.

대책위는 진상 보고서에서 "국가정보원이 2014년 10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약 5년 동안 학생운동 전력이 있는 김 대표를 '프락치'로 이용하여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해왔다"라며 "국정원은 가방에 든 녹음기와 '하이큐'라는 앱을 깐 갤럭시 탭을 제공하였고, 김 대표는 회원이 1만5000여 명에 이르는 시민사회단체인 '통일경제포럼'에 가입하여 운영진으로 활동하면서 5년간 모든 모임과 뒤풀이, 개인적인 대화를 전부 녹음하여 국정원에 제공하였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가) 녹음한 파일을 건네줄 때마다 국정원 경기지부에 가서 진술서를 작성하였고 그 횟수가 초기에는 일주일에 한 번, 그 후에는 적어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5년간 합하여 100명 이상 된다"라며 "진술서는 국정원이 미리 메모하여 온 대로 작성되었고, 국정원이 '그림 그리는 대로' 사실과 다르게 허위로 작성되었다"라고 밝혔다.

거짓진술서가 작성된 경위도 설명했다. 대책위는 "국정원은 'A대 B대 출신 OOO 지하혁명조직'을 만들 목적으로 허위로 조직이 있는 것처럼 (진술서를) 기재하라고 했다"라며 "그 사실을 '너와 나 둘이서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비밀'이라고 (김 대표에게) 말했다"라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과 김 대표에 사이에 금품이 오간 정황도 언급했다. 대책위는 "국정원은 '프락치'의 대가로 한 달에 200만 원의 금원을 지급하였고, 허위의 진술서를 작성할 때마다 50~80만 원의 금원을 추가로 지급하였다"라며 "진술서를 작성하거나 지방에 사찰 대상자들을 만나러 갈 때마다 미리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성매매 하기도 했다. 술값은 모두 '법인 카드'로 지불되었다"라고 전했다.

대책위는 '김 대표'가 양심 고백한 이후에도 국정원의 협박과 회유가 계속된 것으로 파악했다. 대책위는 "국정원은 김 대표에게 나중에 '사건화'되었을 때 신변 보호를 해주겠다고 했다"라며 "관련자들로부터 평생 보호해주며, 외국에 보내줄 수도 있다고 했다"라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향후 계획을 알렸다. 주요 활동 계획은 ▲양심선언 신고센터 운영 ▲정부와 국회에 대수사권 폐지를 위한 국정원법 전면 개정 촉구 ▲공익제보자(김 대표) 지원 등이다.

김인숙 진상조사팀장은 "국정원은 심지어 통일경제포럼의 중국 단둥 기행과 러시와 블라디보스토크 답사 등을 김 대표와 공작해 북한공작원을 접선하는 것처럼 조작했다"라며 "직권남용과 국가보안법상 무고죄, 특가법상(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국고손실 등으로 고소·고발할 계획이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국정원 ‘프락치’ 공작사건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덧붙이는 글 | 국정원 프락치 공작 사건대책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진상조사 보고서를 첨부합니다.


#국정원프락치#대공수사권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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