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이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의 규모가 5만 명 이하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국당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집회 참가 인원의 올바른 추계를 위한 전문가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서초동 집회 200만 명 vs. 5만 명, 누가 가짜뉴스인가'라는 주제였다.
이름은 '전문가 간담회'였지만, 집회 참가자 규모를 객관적·과학적으로 진단할 '전문가'는 없었다. 이날 토론 참여자는 정용상 동국대학교 법학대학 학장, 여명 서울특별시 시의원(비례), 정용선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길환영 전 KBS 사장, 권호현 변호사 등이었다.
한국당의 설명도 지난 일요일(9월 29일) 박성중 당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주장했던 '페르미 기법'을 활용하여 추정한 '3.5만~5만 명' 주장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대부분의 발언도 정부·여당과 언론을 규탄하는 정치적 수사들로 채워졌다.
"조국 거짓말의 끝이 어딘가... 인파 숫자까지 거짓말"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에 200만 집회 운운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며 "서초동 거리의 크기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200만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데 온 언론이 계속해서 200만이라고 하더라"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번 거짓말을 하면 두 번 거짓말이 필요하고, 두 번 거짓말하면 또 다른 거짓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라며 "조국 거짓말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 이제 드디어, 인파의 숫자까지 거짓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매우 비상식적인 것을 상식으로 만들려고 하고, 매우 비정상적인 걸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하니 온갖 수단이 나오는 것"이라며 "어느 쪽이 가짜뉴스인지 국민들이 확실히 아실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서울지하철공사에서 나온 자료 통해서 승하차 인원이 나온 걸 보면 10만"이라며 "그날 서리풀 축제 인원까지 감안하면 3.5만~5만이 합리적이고 바른 추정"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은 속지 않는다"라며 "마치 여론이 바뀐 것처럼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얄팍한 수법은 국민들한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토론을 바탕으로 거짓말의 끝을 모르는 민주당, 거짓말을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에 준엄한 경고를 보낸다"라고도 덧붙였다.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대전광역시 인구 전체가 148만520명, 광주광역시 전체인구가 145만9438명"이라며 '200만'이라는 숫자가 과장됐다고 주장됐다. ▲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언론보도 65만~100만) ▲ 2012년 싸이 콘서트(경찰 추산 8만, 주최 측 추산 10만) ▲ 2018년 BTS 영국 웸블리 콘서트(6만) ▲ 1995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인종차별반대 100만인 행진(보스턴대학 연구팀 추산 83만) 등의 예시를 들기도 했다.
김 의원은 "페르미 추정계산법은 물리학자 페르미가 주장한 이론으로 기초적 지식과 논리 추론으로 근사값을 구하는 방식"이라며 "단위면적 당 밀도와 전체 면적을 곱해서 전체 면적 대비 총인원을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워싱턴 100만인 행진 당시 길이 2.4km, 면적 24만 평방제곱미터에서 집회인원 83만이 추계됐다"라며 "서초동 집회를 보면 직선거리는 560m, 면적 따지면 2만2400평방제곱미터"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초동은 거리 4분의 1, 도로폭 상당히 좁았기에 면적은 10분의 1에 못 미친다"라며 "거리가 4분의 1 수준에 면적이 10분의 1인데 인원은 2.4배 더 많다? 과연 상식적인 주장인지 언론인들께서 판단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국민들도 허상을 정확히 이해하실 필요가 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 페르미 추정인데 "3.5만~5만 이하" vs. "30만 이상"
그러나 같은 페르미 추정이더라도 한국당과는 다소 다른 방향의 추정치도 있다.
원병묵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지난 9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동시 참여 인원 30만 명이 집회 인원이 될 것이며, 유동 인구가 많았다면 전체 참여 인원은 '30만명 × α'로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몇 가지 가정과 숫자를 고려하면 100만 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원 교수의 계산은 "대검찰청이 있는 서초역 인근을 포함해 예술의 전당 앞부터 가톨릭대학교 앞까지"를 전체 집회 면적으로 계산해 전체 길이를 '2km 가량'으로 봤다. 한국당은 반면 서초동 누에다리부터 서초역까지 560m 구간만을 집회 장소라고 주장한다. 도로 폭도 한국당은 40m, 원 교수는 인도 포함한 도로 폭 50m로 가정했다. 원 교수가 계산한 집회 면적은 "대략 10만 평방제곱미터"로 한국당 추산 2만2400평방제곱미터와 4배가량 차이난다.
원 교수는 "서초 촛불집회의 경우, '100,000 m² × 1 명 / 0.33 m² = 약 30만명' 정도가 동시간 동안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며 "밀도가 더 높다면(0.23 평방미터 당 1명), 43만 명까지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규모"라고 봤다.
여기에 "'유동 인구 추산법'에서는 한 사람이 집회에 머무는 시간을 고려하여 '빈도'의 개념을 추가했다"라며 동시 인원이 아닌 총 인원은 훨씬 많다고 주장했다. "전체 집회 시간이 6시간이고 한 사람이 머문 평균 시간이 2시간이면 같은 장소에 다른 시간 동안 3명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유동 인구의 '빈도(α)' 만큼 곱해주어야 한다"는 것.
참고로 <연합뉴스>는 당시 시위 구간의 거리를 약 1.6km로 추산했다. MBC가 드론을 띄워 촬영한 영상을 보면 서초역을 중심으로 사거리가 모두 촛불을 든 인파로 가득 메워졌다.
나경원 "200만과 5만, 어느 쪽이 진실에 가깝나"
한국당은 그러나 '검찰개혁 촛불집회'의 규모를 축소하고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국회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주영 의원은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그 시위라는 게 기본적으로 집회·시위의 자유에 해당하는 그 집회·시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권력을 쥔 쪽에서 그걸 남용하는 데 대한 비판·견제로서의 시민 목소리가 제대로 나올 수 있게 하고 전달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이라며 "저거(검찰개혁 촛불집회)는 어용 관제 시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관제 데모이고, 과거의 모택동이 했던 문화대혁명, 또 나치가 동원했던 그런 것, 베네수엘라가 요즘 동원하는 관제시위류의 그런 것"이라며 "여기에 보태서 머리 수가 많으면 그 목소리가 옳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결국 범법자 보호를 위해서 홍위병이 동원되고, 그 동원된 수치가 사실과 다르게 왜곡·증폭되고, 이걸 방송이 또 왜곡해서 증폭, 포털 통해서 또다시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국민 여론을 왜곡해서, 검찰을 겁박해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의 범법 관련 수사를 좌절시키려는 의도"라는 주장이었다.
본회의 참석을 위해 토론회 중간에 자리를 이석한 나경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동인구 등을 감안하면 3.5만~5만 역시 지나치게 축소한 것 아니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200만과 5만에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진실에 가까운 뉴스인가"라며 "200만이 진실에 가깝나? 저는 그렇게는 안 보인다"라고 답했다.
그는 "면적이나 유동인구 아무리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200만과 5만 중에서는 어느 쪽이 진실에 더 가까운지 판단해 달라"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