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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 문화재 침입하는 보수집회 참가자들, 여기서 이러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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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혜지.김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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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삐삐!!!!"
3일 오후 3시께 자유한국당과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아래 투쟁본부)가 이끈 문재인 정권 규탄 대규모 집회 현장. 연사들의 연설이 한창 이어진 투쟁본부 무대 우측 문화재 시설에서 경보음이 쉴 새 없이 터져나왔다.
문화재청이 지정한 사적 171호, 고종의 즉위 40년과 대한제국 칭호를 기념하기 위해 1902년에 세운 '고종어극 40년 칭경 기념비'에서다. 문화재보호법상 출입이 제한된 국가지정문화재에 들어가려면 문화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보수집회 참가자 30여 명은 보호 울타리를 뛰어 넘어 기념비를 보호하고 있는 기념비전으로 들어갔다.
종로구청 "안내에도 요지부동... 일부 파출소로"
이들은 2시간여 지속된 경보음을 듣고도 문화재를 무단 출입했다. 버젓이 철제 출입문에 쓰여 있는 '적외선 탐지기 작동중' '경고음 주의' 표지판과 '문화재 출입·접촉 금지' 표식도 소용 없었다.
방위에 맞춰 도열한 동물 석상은 문화재로 들어가기 위해 짚는 '디딤돌'이 됐고, 문화재 입구인 만세문 옆 돌 계단은 간식을 먹기 위한 '벤치'가 됐다. 문화재 난간과 계단 위에는 생수병과 소주병이 굴러다녔다.
일부 참가자들은 기념비전 안에서 동행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고장난 문(moon)을 바꾸자'라는 손팻말을 든 한 집회 참가자가 팻말 뒤편에 '문화재 보호! 내려 가주세요'를 적어 들고 참가자들에게 나가길 독려했다. 하지만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무시했다. 하지만 이 팻말을 든 참가자도 기념비전에 무단 출입한 것은 매한가지였다.
'포항 7호' 손팻말과 태극기를 든 한 시위자는 거북이 모양의 석상을 짚고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한 부부는 돌계단에 걸터앉아 인근 점포에서 산 꽈배기를 나눠먹었다.
이들이 문화재에 들어가 취식과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공무원이나 경찰의 제지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한 경찰은 '왜 제지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상황을 보고 조치를 취하라고 했다"라면서 "다만 우리는 현재 충돌 방지를 위한 업무 중"이라고 답했다.
해당 문화재 관리 주체인 종로구청은 취재 문의에 공휴일이라 담당자 확인이 더딘 상황을 언급하면서 곧바로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장에 CCTV가 있고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라면서 "담당자가 현장에서 (문제 사실을) 확인하고 안내를 했는데, (안내가) 안 돼 몇 명은 파출소로 이관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안내를 해도 (집회 참가자들이) 계속 들어간다"라며 "들어가면 안내하고, 또 들어가고... 안 되면 파출소로 모셔가고 있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