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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정치판이나 국회라는 '원' 안에서 벗어나, 치열하게 활동하는 여성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원 밖의 여자들'은 개성있는 여성 정치인이나 활동가 등을 조명합니다. 단순히 주류 정치판 밖에 있는 이들이 아니라, 새로운 목소리를 내며 그 '원'에 사소한 균열을 만들어가는 이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녹색당의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아래 2020 프로젝트) 응원 메시지. 왼쪽은 가수 황소윤씨, 오른쪽은 작가 이슬아씨.
녹색당의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아래 2020 프로젝트) 응원 메시지. 왼쪽은 가수 황소윤씨, 오른쪽은 작가 이슬아씨. ⓒ 녹색당

인디음악계의 가장 '핫한' 신인 새소년의 보컬 황소윤, '일간 이슬아'를 연재한 작가이자, 종종 무대에서 노래를 선보이기도 하는 이슬아, 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경매에 부쳐 화제가 된 가수 이랑.

유명 페스티벌의 라인업이 아니다. '이 세상 힙이 아닌' 이 명단은 녹색당의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아래 2020 프로젝트)에 응원 메시지를 남긴 이들이다.

"방금 전 배웅했어 21세기 tough old! 더 많은 여성 국회의원이 등장한다면 그제서야 우리는 정의를 향한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황소윤)

"국회에서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저는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힘을 보태겠습니다." (이슬아)

"눈 앞의 경계선을 넘어 더 많은 곳으로 향하는 여성들의 발걸음을 지지합니다." (이랑)


녹색당은 '우리에게는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이 필요합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21대 총선 1년을 앞둔 지난 4월 15일부터 2020 프로젝트를 띄웠다. '국회의원 남녀동수'라는 구호가 외쳐진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성 의원 비율이 17%에 지나지 않는 현실을 바꾸고 "야망을 이루고자 하는 여성들의 도전을 돕겠다"는 취지다(관련 링크).

일단, 프로젝트만큼이나 참신한 응원 메시지로 젊은 세대를 노리는 덴 성공한 듯하다. 지난 1일, 녹색당 공식 페이스북에 올라간 새소년 황소윤씨의 응원 메시지엔 480개가 넘는 좋아요가 눌렸다. 댓글 반응도 재밌다. "미친파친솔친", "새소년이다!", "녹색당 뽑아". 이 응원 메시지, 누가 기획했을까? 4일, 김소라 녹색당 조직팀장에게 물었다.

- 가수 이랑, 황소윤, 작가 이슬아 등.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에 응원 메시지를 보낸 이들의 라인업이 재밌다. 어떻게 응원 메시지를 받게 됐나.
"2020 프로젝트는 20대 여성 청년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는 프로젝트다. 홍보를 위해 프로젝트 기획팀에서 직접 응원 메시지를 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주로 권김현영님, 손희정님, 정희진님 등 여성학자 분들에게 부탁했다.

최근에 다시 응원 메시지를 띄우면서, 청년 뮤지션들, 예술가들도 여성들이 국회에 진출하는 걸 바랄 거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시는 분들, 인플루언서 분들을 공략했다. 사실 저희도 처음엔 긴가민가 했다. (웃음) 일단 '보내기라도 해보자' 싶은 마음으로 메일,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등으로 연락했다.

새소년 황소윤님 등이 흔쾌하게 메시지를 흔쾌히 보내주셨고, 이슬아님도 당원이 아닌데도 참여해주셨다. 2020 프로젝트 기획팀에서 생각나는 대로 막 메시지를 넣고 있다. 최근에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가수 엠버님한테도 보낼까? 생각하기도 하고. (웃음) 물론 아직 안 보냈고요."
 
 녹색당의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
녹색당의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 ⓒ 녹색당

김 조직팀장에 따르면, 2020 프로젝트 기획팀은 2030 여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엔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화제를 모은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도 포함돼 있다. 특히 페미니스트 영상 그룹인 '찍는페미'도 프로그램 인큐베이팅 과정 때 결합해, 아카이빙 작업을 돕고 있다.

이처럼 여성·청년 당사자가 전면에 나서 꾸려가고 있는 2020 프로젝트는 단순히 총선에 도전하는 여성들을 모으고, 응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녹색당은 지원자의 '스펙'이나 참가비를 요구하지 않고 정책, 연설 스피치, 선거 캠페인 등 실무 교육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또, 지원자가 실제 총선 출마에 나설 경우 선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본 소득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 현재 2020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은 몇 명이나 되나. 그중에서 얼마나 출마하나.
"25명이 참여하고 있다. 후보자가 되겠다는 분도 있고, 내년 선거 캠프원에서 기획자로 하고 싶은 분도 모두 함께 교육을 받고 있다. 녹색당 당원이라면 알아야 하는 의제 교육은 물론이고, 선거를 경험하지 않았던 분들이 알면 좋을 만한 내용을 커리큘럼으로 짰다. 출마를 정한 분들이 있긴 하지만, 현재 현업이 있는 분들이 많다 보니 오는 12일까지 정확한 출마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 참석자의 세대 구성이나 면면은 어떤가.
"대부분은 20대 여성이다. 물론 '2020 여성 출마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여성이라는 의미를 확장하려는 시도도 있다. 그래서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젠더퀴어 당원님도 여성의 의미를 질문하고, 그것을 주요 의제로 삼을 예정이다."

- 프로젝트 과정에서 정책도 함께 고민한다고 했는데. 21대 총선에서 어떤 의제를 제시할 건가.
"참가자분들 중엔 정치나 선거 경험이 없는 분들이 대다수다. 당장 손에 잡히는 건 없다. 하지만 녹색당은 내년 총선의 주요 3대 의제로 차별·불평등, 기후변화, 정치개혁을 내걸었다. 올해 여름 동안 전국 돌면서 강연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각 후보들이 그 3대 의제 중 자기가 집중하고자 하는 부분을 선택하고, 선거 전에 어떻게 사회적 이슈로 만들 것인지 기획하는 단계에 있다."

- 선거 과정에서 생계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모금을 통해 후보에게 기본소득을 지원한다는 계획이 눈길을 끈다.
"다른 정당의 경우, 출마할 때 기탁금을 후보가 전담한다. 녹색당은 창당 때부터 출마 기탁금을 당이 같이 내왔다. 금전적인 부분을 후보자 개인이 혼자서 책임지도록 하지 않고 당이 같이 내는 구조다. 이런 바탕이 있기 때문에 2020 여성출마 프로젝트 초기부터 기본소득이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2월 예비 후보 등록 때부터 지원할 생각이다."

학연과 지연을 끌어오고, 온갖 화려한 '스펙'을 갖춘 후, 1500만 원에 달하는 거금(기탁금)까지 내야만 겨우 국회의원 선거에 얼굴을 내밀 수 있는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2020 출마프로젝트는 '전에 없던' 출마 모델이나 다름 없다. 녹색당의 새로운 시도는, 과연 틈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녹색당#새소년#이랑#이슬아#2020여성출마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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