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께부터 2시간가량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비교적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 지도부를 향한 우려가 여과 없이 분출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원내 협상 전략부터, 계엄령 문건 관련 메시지까지. 당 지도부 방향 전반에 '국면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 메시지는 주로 초선 의원들의 발언에서 나왔다.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조국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자유한국당과 강대강 대치만 반복하면 민심을 얻기 힘들다는 걱정이었다. 검찰개혁이라는 거대 담론보다, 경제를 중심으로 한 '민심 맞춤형'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군산형 일자리 만들어도 조국만 얘기하는 상황"
이날 의원총회 발언에 참여한 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가장 바라는 것은 우리가 조국 사태에 계속 매어 있는 것이다"라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제 지표가 안 좋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 (이 국면을 지속하는 한) 어렵게 된다"라고 말했다.
공수처 협상에만 매달려서는 답이 없다는 우려였다. 이 의원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스피커가 워낙 세다, 공수처가 공약이니 하긴 해야겠지만, 여기에 너무 쏠려 있으면 전체적으로 국민에게 점수를 따기가 어렵다"라면서 "경제 민생으로의 국면 전환을 과감하게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로는) 국면 전환이 안 된다, 대통령이 군산에서 열심히 일자리를 만들면 뭐하나, 또 조국 이야기만 하는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의원은 "조국은 그만 놔 주고, 민심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했다"라고 전했다.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법안이 이미 오는 28일 자동 부의돼 협상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패스트트랙을 따르되 방점을 두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안이다. 이 의원은 "(공수처 설치가) 국정 제1과제인 것처럼 너무 방점을 두고 있다"라면서 "여기서 벗어나 민생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계엄령 문건'에 대한 당의 메시지를 우려한 목소리도 나왔다. 이철희 의원의 문제제기가 대표적이었다. 문건에 대한 사실 확인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공세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다만, 설훈 의원 등 일부 중진 의원은 "시점을 논할 것 없이 따져 봐야 한다"라면서 문건 내용 자체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적 쇄신 등 당 혁신도 제기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철희 의원이 사실 확인이 구체적으로 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관계가 다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예단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라면서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문건의 2018년 버전과 2019년 버전을 비교하면서 구체적으로 문건을 보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철희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도 "지금 단계에선 많이 나가는 것이 좋지 않다고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계엄령 문건을 고리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눈 당 지도부의 기조와도 배치되는 의견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진위 확인이 우선이겠지만 불거진 의혹들을 다시 살펴보겠다"라면서 "우리 당 지도부 중 한 분도 이 문건을 폭로한 분과 대화를 통해 실체적 사실 등을 부분적으로 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인적·정책적 혁신 등 당 쇄신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책적 부분이든, 인적인 부분이든 당이 혁신을 해야 한다고 했다"라면서 "당 혁신을 통해 활기찬 모습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30일 한 차례 더 의원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총회에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방향 ▲당 쇄신 방안 ▲계엄령 문건 진상조사 방식 ▲정시 확대 및 학종 개선 등 교육 공정성 회복 방안 ▲국회의원 자녀 전수조사 방식 등을 놓고 추가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