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강력범죄 여성피해자 비율은 89.2%, 즉 10명 중 9명이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 여성들은 더이상 죽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방어해야 합니다. 이 연재를 통해 도시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생존 노하우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기자말] |
얼마 전 이스라엘 근접 격투술인 크라브마가에 관한 기사를 낸 적 있습니다(관련기사:
"그런다고 남자 힘을 이길 수 있겠어?"라는 남성들에게 http://omn.kr/1jds9).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점점 늘어 가는데 사법부는 여전히 가해자의 창창한 미래를 걱정하며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현실이죠.
이런 상황에 여성인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호신술을 연마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사의 네이버 댓글을 분석해보니 76%가 남성인데 대부분 "여자도 군대 가라"와 "이런 거 배워도 여자는 남자 못 이겨"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댓글 창으로 스크롤을 내려 "그래봤자 여자는 남자 힘을 못 이긴다 "등등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남성 분이 계시겠죠. 하지만 잠시 그 손가락을 멈추고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보다 체격이 큰 사람이 무기를 들고 달려들면, 아무리 여러분이 남성이라도 그 상황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 상황에서 당신이 그냥 포기하고 죽기로 마음 먹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만약 살아남길 원한다면 단 1%의 가능성에라도 승부를 걸어야겠죠. 그 가능성이 바로 호신술입니다. 남자든 여자든, 자신보다 체격이 큰 상대나 무기를 지닌 상대와 맞서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죠. 상대와 싸워 이기자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서 벗어나 도망치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고요.
심지어 우리 사회의 여성은 남성인 당신보다 9배나 높은 범죄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여성들 앞에서 '여자는 남자 못 이겨' 라며 이죽거리는 말이나 하고 싶으신가요?
자. 이제 그 못난 손가락을 거두어 주세요. 호신술을 배우는 여성들은 당신을 공격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에게 맞서려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여러분이 범죄자가 아닌 이상, 이 기사에 흥분할 이유가 하나도 없답니다.
이 도시에서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선
여성 여러분께.
여성이 뭐만 한다고 하면 비아냥거리는 남성들을 의식하느라 서론이 길었던 것을 사과드려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호신술에 대해 알아볼까요?
일단 저는 무술 고수도 아니고,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평균 이하의 체력을 지닌 몸치이기까지 하죠. 하지만 그동안 여행작가로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법을 익혔고, 작년부터는 크라브마가를 배우며 체력을 단련하고, 호신술을 익혀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의 입장에서 저 같은 여성이 할 수 있는 아주 기초적인 호신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호신술은 일반스포츠와는 다른 생활 스포츠입니다.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거나,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위협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함이 목적이죠.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호신술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돈을 주고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거나, 단호하게 의사표현을 하거나 혹은 어르고 달래서 설득이 가능한 경우라면 충돌없이 해결되는 방향을 먼저 모색해야 합니다. 도망갈 수 있는 상황이면 도망가는 것이 가장 좋죠. 호신술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이 모든 것이 통용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우선 도망을 간다고 생각해 볼까요? 도망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나보다 체격이 큰 상대가 출구를 가로막고 있거나, 내 팔을 잡고 있거나, 나를 끌어안고 있거나, 몸으로 나를 누르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상대에게서 벗어나 도망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기술(호신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기술들은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멋진 동작이 아니라 진짜 생존만을 위한 기술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대를 물고, 잡아 뜯고, 찌르고, 차고, 소리 지를 것입니다. 사실 조금 추해지는 건 각오해야 해요. 하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그깟 추한 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지금부터 우리는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기로 해요.
일단, 위협상황에서 상대에게 벗어나기 위해선 빠른 판단이 중요하죠.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공포 영화를 보면서 '왜 빨리 안 도망가?'라고 발을 동동 굴러본 적이 있죠? 사실 안 도망가는 게 아니라 못 도망가는 겁니다. 우리의 두뇌가 공포 앞에서 '일단 멈춤'을 선택해 버리는 경우죠. 이렇게 일시적으로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을 '긴장성 부동화(Tonic Immobility)'라고 합니다. 이것 때문에 많은 성범죄 피해자들이 저항하지 않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극한의 상황에서 우리가 긴장성 부동화에 빠지지 않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지식과 훈련입니다. "지금 누가 저 화장실 문을 막아서고 칼을 휘두르면 어떻게 도망가지?", "지금 저 사람이 갑자기 나를 벽으로 밀어붙이면 어떻게 대처하지?" 등등 문제 상황을 생각하고, 그럴 때 자신이 어떻게 대처할지를 머리와 몸으로 시뮬레이션 해보는 거죠. 그렇게 훈련을 거듭해야 문제 상황에서 얼어붙지 않을 수 있어요. 늘 기억하세요. 결국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입니다.
'낭심'이란 무엇인가
여러분, '위급할 때는 상대의 낭심을 차고 도망치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죠? 낭심 마찰은 남성들이 말하길 가장 고통스러운 통증이라고 합니다. 적어도 1분간은 움직일 수 없다고 하죠. 실제로 제가 운동할 때 '기-승-전-낭심'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하게 배웁니다.
하지만 제대로 차지 못한다면 오히려 상대의 화만 돋우게 되겠죠. 그래서 일격필살! 이번에는 상대가 절대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낭심을 제대로 공격하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일어나지 못할 때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물론, 소리 지르며 도망가야죠.
단 한 번에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선 정확한 부위를 타격해야 합니다. 그럼 낭심이란 대체 신체의 어느 부분을 가리키는 걸까요? 낭심은 고환이 들어 있는 음낭을 뜻합니다. 남성의 생식기인 음경이 아니라 그 뒤에 위치한 둥근 공 형태의 음낭인 것이죠. 굳이 이 설명을 드리는 이유는 많은 여성들이 낭심을 음경으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크라브마가를 배우기 전에는 그렇게 알고 있었고요.
때문에 효과적인 낭심 공격을 위해서는 상대의 앞을 공격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가랑이 사이를 공격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때 공격 도구는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발을 사용한다면 발로 차올릴 수도 있고, 무릎으로 찍어 올릴 수도 있겠죠. 손을 사용한다면 손으로 음낭을 타격하거나, 쥐고 힘을 주거나, 잡아 뜯을 수도 있습니다. 손에 핸드백이나, 책, 핸드폰 등 딱딱한 물건이 있다면 그걸 사용해서 공격할 수도 있죠. 기본적으로 가랑이 사이를 목표로 아래에서 위를 향해 온 힘을 다해 올려 붙인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언제 낭심을 공격할 수 있을까요? 바로 상대가 근접해 있는 상황입니다. 상대가 내 발이나 손이 닿을 수 있을 거리에 있는 것입니다. 사실 상대가 이 정도로 가깝게 있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상대가 앞을 막아섰을 때, 손목을 잡았을 때, 멱살을 잡았을 때, 목을 졸랐을 때, 뒤에서 껴안았을 때, 머리채를 잡았을 때 등이 있겠죠.
만약 상대가 자신을 억지로 껴안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 볼까요? 이땐 누구나 당황해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제압 당하는 반대방향으로 빼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 당황하지 않고 상대가 힘을 덜 주고 있는 하체를 공격한다면 상항을 모면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때 가장 효과가 좋은 공격이 바로 낭심 공격이고요. 그러니 당황해서 얼어붙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낭심을 공격하도록 합시다. 그리고 잊지마세요. 모든 공격 후에는 크게 소리를 지르며 사람이 있는 쪽으로 도망가야 합니다.
낭심 공격의 세 가지 방법
발로 차기
발등이나 정강이뼈를 사용해 가랑이 사이를 차는 공격입니다. 상대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을 때 쓸 수 있는 공격법입니다. 주의할 것은 상대를 주저앉히기 위해선 자신의 발이 상대의 엉덩이가 아니라 낭심을 공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엉덩이를 공격하는 것을 막고, 효과적으로 낭심을 차기 위해선 무릎을 낭심보다 높게 올린 후 무릎 스냅을 사용해 차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앞으로 쭉 차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가랑이 사이에 발을 두고 아래에서 위로 올려 붙여야 합니다.
머릿속으로 상대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러 번 연습해 보세요. 이때 자신이 얼마나 세게 찰 수 있는지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릎 차기
단단한 무릎뼈로 낭심을 가격하는 공격입니다. 상대가 팔로 자신을 안고 있거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 즉, 아주 근접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여러분을 잡기 위해 상체에 힘을 주고 있을 때, 상대의 다리 사이에 자신의 무릎을 꽂아 넣는다는 생각으로 밑에서 위로 세게 밀어올려 주세요.
이때 만약 여러분이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뒤로 빼면 상대는 붙잡기 위해 더욱 힘을 주게 됩니다. 이럴 땐 오히려 상대의 몸을 향해 자신의 몸을 밀어붙인다는 생각으로 무게중심을 앞으로 향하며 공격한다면 상대가 끌어당기는 힘을 역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자신을 끌어안았을 때, 목을 조를 때 등 다양한 경우를 떠올리며 연습해 보세요.
손으로 공격하기
손으로 공격을 하는 경우에는 손, 주먹, 팔꿈치 등 모든 딱딱한 부분이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손에 쥐고 있는 딱딱한 물병, 책, 핸드백, 볼펜 등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역시 가랑이 앞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가랑이 사이의 음낭을 목표로 손이나 주먹을 아래에서 위를 올려붙인다고 생각하고 크게 팔을 휘둘러줍니다. 타격이 불가능하다면 손을 뻗어 음낭을 움켜쥐고 힘을 주거나, 쥐어뜯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팔로 공격을 할 때는 역시 상대가 근접해 있는 경우입니다. 상대가 자신을 끌어안았을 때, 뒤에서 끌어안았을 때, 머리채를 잡았을 때 등 다양한 경우를 시뮬레이션 하며 연습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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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성 생존비법 연구 01] 낭심 공격 세 가지 방법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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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효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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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보디가드"입니다
영화를 보면 공포의 순간에 꼼짝 못하고 있다가 허무하게 죽어 사라지는 이들이 있습니다. 반면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배역도 있죠. 그리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존재가 바로 그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삶이 영화라면, 여러분은 앞부분에 사라지는 조연일까요?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주인공일까요?
앞서도 낭심을 공격할 때는 상대가 근접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이기도 하죠. 지금 이 사람에게 벗어나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이대로 목이 졸려 죽임을 당할 수도, 강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분노하세요. 그 분노의 힘으로 상대를 공격하세요. 당신은 이렇게 죽어 마땅한 존재가 아닙니다. 이렇게 혐오를 받아 마땅한 대상도 아닙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 그리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도 여러분, 그리고 여러분을 구해줄 히어로도 바로 여러분입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누군가 문을 가로막고 여러분을 공격할 때 대처하는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덧붙여 알리는 말씀
지난 기사에서 제게 쪽지를 주신 오마이뉴스 독자 분이 계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사 읽은 남자입니다 낭심을 실전으로 한 번도 못 차보셨고 연습 중에는 보호대를 차고 하셨다는데 여성이 실제처럼 차면 어느 정도 고통을 받는지 저도 참 궁금합니다 실제로 실전처럼 차보실 생각 있으시면 메일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오늘 그분께 쪽지를 보냈습니다.
"그땐 제가 경황이 없어 연락을 못 드렸지만 지금이라도 꼭 모시고 낭심을 한 번 차보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 운동하는 여성회원들도 몹시 흥미로워 하고 있습니다. 홍대에 있는 크라브마가 센터에서 뵙고 싶습니다."
제가 오늘 쪽지를 보냈으니 곧 연락이 올 듯합니다. 이 만남이 무사히 성사되었을지, 다음 연재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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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성 생존비법연구] 낭심 공격의 모든 것! 전체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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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효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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