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만에 다시 등장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연이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가족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유재수 감찰 의혹'을 살피는 서울동부지검도 조만간 그를 부를 예정이다.
1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지난달 21일에 이어 다시 한 번 조 전 장관을 조사했다. 검찰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추가혐의 조사 후 그를 부르려고 했지만, 구속 중인 정 교수는 끝내 출석을 거부했다. 정 교수 등 주요 관련자들 재판이 진행 중이고, 새로운 수사 상황이 드러나지 않는 터라 조 전 장관 가족 관련 수사는 이번 조사를 기점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피의자 조국'의 또 다른 혐의, 유재수 감찰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해왔다.
검찰은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감찰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 등 관련자 조사를 마쳤다. 유 전 부시장도 뇌물수수 등으로 지난달 27일 구속됐고 곧 재판에 넘겨진다. 조 전 장관으로선 또 다른 검찰 조사를 피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가족 수사와 성격이 다르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나 사모펀드 등은 전적으로 정경심 교수에게 맡겼고 자신은 잘 몰랐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유재수 감찰 의혹은 그가 당시 민정수석실 최종 책임자로서 결정에 관여한 사안이다. 앞으로 검찰과 조 전 장관은 감찰 과정과 의미 등을 두고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보인다.
[쟁점 ①] 감찰 무마인가 감찰 불능인가
2017년 10월,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감반은 금융위 내부로부터 유재수 국장의 비위 제보를 받는다. 곧바로 감찰을 시작한 특감반은 유재수 국장의 휴대폰을 제출 받아 분석(포렌식)하고 세 차례 정도 그를 직접 조사한다.
그런데 마지막 조사 후 유 국장은 금융위에 휴가를 내고 잠적해버렸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당시 지휘라인 조국 민정수석-백원우 민정비서관-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3인 회의'를 열어 유 국장에게 사표를 받아 수리하기로 정리했다(관련 기사 :
[단독] 조국-백원우-박형철 3인 회의서 '유재수 감찰중단' 결정).
검찰은 이 일을 '봐주기'로 의심한다. '조국 수석이 (유재수 감찰 관련해) 전화가 많이 온다고 했다'는 취지로 알려진 박형철 비서관의 진술 내용이나 검찰이 파악한 비위 첩보 내용 등을 볼 때 유재수 비위 의혹은 사표 수리로 끝날 성격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법원이 지난달 27일 유 전 부시장의 뇌물 수수 혐의 등을 어느 정도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 역시 검찰의 의심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쪽은 유재수 국장의 잠적으로 더 이상 감찰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말한다. ▲ 특감반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진행할 권한이 없고 ▲ 감찰 당시 휴대폰 포렌식 등으로 확보한 자료만으론 수사 의뢰가 어려웠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백 전 비서관는 '3인 회의' 때 이미 감찰 결과 보고서가 나왔다고도 했다. 그는 12일 KBS 인터뷰에서 "더 이상 감찰 중단이나 무마 논의가 불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청와대가 감찰을 중단했거나 무마했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은 청와대가 불법을 해서라도 감찰을 계속하라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쟁점 ②] 조국 지시인가 3인 합의인가
감찰 무마냐 아니냐를 판단할 때 중요한 장면이 3인 회의다. 조 전 장관 쪽은 민정수석 산하 비서관실에 실무를 위임했고, 민정수석은 주요 사안을 다루거나 비서관실 간 이견을 조율할 때 나서는 역할이었다고 설명한다. 유재수 감찰 문제를 다룬 3인 회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열렸고, 반부패비서관실과 민정비서관실의 견해 차를 정리해 '사표 처리'에 합의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지위와 권한을 이용, 정상적으로 진행해야 할 감찰을 중단시켜 특감반 업무를 방해했다며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적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단순 의견 전달만 했다(백원우 전 비서관)', '조국 수석이 백 비서관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고, 그걸 듣고 감찰 중단을 결정했다(박형철 비서관)'는 진술이 나왔다며 결국 '최종 책임자는 조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 검찰 수사는 적절한가
양쪽은 사건의 본질을 두고도 생각이 정반대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를 의심하고 있다. 여권 실세와 깊숙이 연결된 유재수 전 부시장을 민정수석이 직접 챙겼다는 논리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쪽과 청와대는 검찰이 청와대 감찰의 성격을 이해 못한 채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고 반박한다.
검찰 내부에서 조직의 자성을 촉구해온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는 검찰의 '이중잣대'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검찰에 또 다른 감찰 의혹을 직접 고발했다. 2016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김아무개 부장검사와 진아무개 검사 성폭력 사건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내용이다.
임 부장검사는 11월 29일 페이스북 글에서 "제 고발사건은 전직 검찰총장과 현직 검사장 등이 관여된 사건이라 중요성에 있어 결코 유 전 부시장 사건에 밀리지 않고, 무엇보다도 방치된 지 1년 6개월째"라며 "(검찰은) 피해자 조사 중 감찰을 중단해버린 당시 검찰총장 등 관련자들의 직무유지 내지 직권남용을 처벌해달라는, 최소한의 고발사실조차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하는 (수사의) 공정성 시비는 검찰이 자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