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하천·계곡 정비 사업과 관련 단순히 불법시설물을 철거하는 수준을 넘어 도민들이 찾을 수 있는 '쉼터'를 조성,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 도민 누구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공 영역의 휴게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차별 없는 쉼'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손임성 경기도 도시정책관은 18일 경기도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쉼이 있는 도시공간 조성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모두를 위한 자리 만든다"... '경기 평상'
손임성 정책관은 "고속성장의 역사, 자동차 중심의 이동 등 문화적 특성, 효율성과 경제논리에 밀려난 도시공간계획 등의 영향으로 자유로운 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이로 인해 우리 주변의 쉼 공간은 민간이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하는 카페, 음식점 등의 유료공간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유료 쉼 공간 이용도 자연스럽게 경제적 능력 등에 따라 차별화되어 온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손 정책관은 이어 "객관적 수치로 비교해보면 경기도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유럽 주요 선진국들의 절반 이하 수준"이라며 "공공의 영역에서 도민 모두의 보편적 쉼이 있는 도시공간 조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정책관은 또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렸을 때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편하게 쉬었던 평상을 떠올렸다"면서 "이번 사업은 '모두를 위한 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에서 '평등한 세상'의 앞자와 뒷자를 따와 '경기 평상'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쉼이 있는 도시공간 조성 추진계획'은 '3대 추진 전략'으로 구성됐다. 우선 공공 공간의 정상화를 통한 도민 환원을 추진한다. 특히 공공 공간 정상화 계획에는 이재명 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하천·계곡 정비사업'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변하는 경기도 계곡…이재명 "불법시설 철거서 실질적 주민 이익으로"
앞서 이재명 지사는 하천·계곡 불법행위 근절과 관련해 "합법적으로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많은 사람을 방문하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라며 "불법시설물 철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달 22일 오후 불법시설물 철거가 이뤄지고 있는 가평군 가일2리 어비계곡을 방문해 작업 상황을 점검한 뒤, 마을회관에서 지역상인 및 주민들과 만나 의견을 청취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지사는 "지금 전국적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앞으로 주민들이 천혜의 자연경관으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부연했다.
실제 경기도는 지난 11일 하천·계곡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을 담은 '청정계곡 복원지역 활성화 종합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화순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깨끗한 계곡을 도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는 이재명 지사의 정책 의지에 따라 올해 9월부터 시군과 협력해 하천·계곡 일원의 불법점유 시설물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 왔다"며 "이제는 계곡 정비 이후 이용 활성화와 지역주민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부지사는 이어 "앞으로 경기도의 하천 불법 근절대책에 적극 협조한 지역 상인·주민들과 이곳을 찾을 도민들을 위해 생활 SOC 공모사업 등 종합지원 대책을 펼쳐 지역 여건에 맞는 '청정하고 가고 싶은 하천·계곡'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설명했다.
'청정계곡 복원지역 편의시설 생활 SOC 지원'은 하천계곡 복원지역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해 공동화장실, 공동쓰레기장, 지역특산농산물 판매장, 친환경 주차장, 친환경 산책로 등의 편의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 지역의 특성·문화를 반영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계곡별로 기획 전문가를 지원, 해당 마을공동체 등과 함께 시설을 관리·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현재까지 25개 시군 176개 하천에서 1,392개소의 불법 행위자를 적발, 이 중 73.3%인 1,021개소의 불법시설물들을 철거했다. 시설 유형별로 보면 교량·건축물 등 고정형 시설물 1,871개는 물론 방갈로·천막 등 비고정형 시설물 6,728개까지 총 8,599개 시설의 철거가 완료됐다. (11월 30일 기준).
손임성 정책관은 "그동안은 철거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는데, 정비된 계곡에 산책로, 쉼터, 주차장, 화장실 등이 있어야 철거를 당한 상인들도 영업할 수 있을 것 아니겠냐"며 "공공 영역이다 보니 민간에서 할 수 없는 일이어서 도에서 깨끗이 정비된 하천·계곡에 생활 SOC을 설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공 공간 정상화` 사업에는 불법점유나 생활 쓰레기 등으로 인해 방치된 광장이나 보행자전용도로 내 공간을 개선해 도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조성해 나가겠다는 계획도 반영됐다.
'안전한 쉼, 편안한 쉼, 편리한 쉼' 가능한 도시공간 조성
'쉼이 있는 도시공간 조성'을 위한 추진전략 중 또 하나는 도민이 필요한 곳에 벤치 설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공동주택, 학원가 밀집지역, 통학차량 대기장소, 버스승강장 주변 등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장소와 도민이 실제 설치를 원하는 장소에 벤치가 설치되도록 함으로써 도민들의 휴게 공간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도는 오는 2020년 1~2월 중으로 공모를 해 도민 의견 및 여론을 수렴하는 한편 도심지 공개공지, 쌈지공원 조성 확대 등을 통해 숨은 공간을 집중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경기도는 또 개발사업의 계획단계에서부터 벤치 확대 설치 계획이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체계적 쉼 공간'을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신규공공택지지구 계획 시 벤치와 쉼터를 충분히 확보하는 한편 도로, 하천정비 사업 등 각종 기반시설 설치 시 본연의 기능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주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벤치를 확대 설치해 나갈 계획이다.
경기도는 쉼이 있는 도시공간 조성 모델 정립 및 정책 확산을 위해 내년 1~2월 중 도민 공모를 통해 선정한 31개의 대상지와 31개 시군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대상지 등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손 정책관은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안전한 쉼', 바쁜 일상에 지친 청년과 중장년을 위한 '편안한 쉼', 고령화 시대 노약자 등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편리한 쉼'이 가능한 도시 공간을 조성하겠다"라며 "작은 정책이지만 도민 모두의 보편적인 쉼이 가능한 도시공간 조성을 통해 '새로운 경기 공정한 세상'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도민들의 휴식공간인 도내 도시공원은 총 4,410개소, 1억1,619만8,000㎡ 규모로, 도민 1인당 휴게공간은 9.6㎡에 불과하다. 이는 베를린 27.9㎡, 런던 26.9㎡, 빈 21.7㎡, 뉴욕 18.6㎡ 등 주요 도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수원 나혜석 거리의 경우, 15m당 1개의 벤치가 설치돼 있어 5m당 1개의 벤치를 보유한 미국 브로드웨이의 3분의 1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