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월 31일 전원회의에서 강조한 '정면돌파'를 두고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렸다. 북한이 사실상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회귀했다는 주장과 북한이 경제총력집중노선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내세운 건 지난 2013년이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 시대 들어 처음 개최된 당 전원회의인 2013년 3월에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내세웠다.
5년 후인 2018년, 북한은 병진노선의 종결을 선언했다.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전국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을 새로운 전략적 노선으로 제시했다.
"북한, 병진노선으로 회귀 아니야" vs "사실상 병진노선"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경제총력집중노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북한의 관영매체 <로동신문>등이 전날(1일) 지난해 12월 28~31일까지 나흘간 이어진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하며 23번 언급한 '정면돌파'가 꼭 병진노선을 의미한다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2일 오후 서울시민청에서 열린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평화나눔센터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정면돌파전이 병진노선으로의 회귀나 군사안보적 강경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립과 제재국면 속에 있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정치외교와 군사적 자위력을 바탕으로 자력갱생·자력강화의 경제총력집중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북한 문제를 다루는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역시 '정면돌파'를 경제에 초점을 맞춰 해석했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여전히 '경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연구원은 '당 전원회의 분석 및 향후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이번 전원회의의 핵심 키워드는 정면돌파"라면서 "이는 제재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걸 기정사실화했다. 이는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하는 것을 뜻한다"라고 풀이했다.
반면, 아산정책연구원은 북한이 '국방력 강화' 행보를 이어갔다고 봤다. 북한이 전원회의에서 밝힌 내용은 결국 '병진노선'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핵무력을 보유하는 사실상 핵보유국의 길로 나섰다"라고 짚었다.
앞서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도 전날(1일) 분석자료를 통해 "사실상 북한이 병진노선으로 회귀했다. 대미(對美) 위협고조 전략을 채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정면 돌파전의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이다. 다만, 북한은 제재에 대응한 경제적 내구력 강화를 강조했다"라며 "새로운 전략무기 과시 등을 통해 미국의 정책변화를 능동적으로 압박하는 동시에 장기적 대응 기조를 예고했다"라고 봤다.
새로운 전략무기? "ICBM vs ICBM 넘어설 것"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전략무기'는 무엇일까? 김동엽 교수는 새로운 전략무기를 ▲고체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다탄두 ICBM ▲전략미사일 탑재 신형잠수함을 꼽았다.
김 교수는 "지난 2018년 4월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한 모라토리엄 선언 중 핵실험 재개 가능성은 낮으나 ICBM 시험발사는 파기할 수 있음을 예고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단기간 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는 기술적으로 어렵다. (북한 매체 보도에) '머지않아'라고 미래적 표현을 사용했다. ICBM 시험발사가 북한에게는 중요한 마지막 카드다. (북한이) 쉽게 ICBM 카드를 꺼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신범철 연구위원은 '새로운 전략무기'가 '신형 핵무기 투발수단'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신 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이 발사한 ICBM을 넘어서는 화성15형을 넘어서는 것이 될 수 있다"라며 "다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신형 ICBM을 시험발사하거나 고체연료를 활용하는 신형 ICBM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