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일 전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쏠렸다. 2019년 말 북미협상이 교착된 상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2일 오후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주최로 '2020 북 신년사 분석과 정세 전망' 신년 토론회가 열렸다. 올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육성 신년사가 없었기 때문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도로 신년사 분석을 대체했다.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등 해석이 쏟아졌다. 하지만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연구실장은 "전원회의는 2019년 마지막 날이자 북한이 북미대화 시한으로 정한 12월 31일 폐막하여 '새로운 길' 및 신년사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실장은 오히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면한 장애와 난관들을 분석 평가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한 결정적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전원회의라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풀이했다. 전원회의를 통한 명확한 방향 제시로 상황의 엄중함을 배가하고 '새로운 길'에 대한 이행 의지를 보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길'은 정세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
김 연구실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정면돌파전'은 "자력갱생, 자력강화의 경제총력집중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미이며, "군사안보적 강경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의 신년 기본전선은 경제전선임을 재확인했다며 자력갱생을 9번이나 강조했음을 주목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는 23번이나 언급되었다. 북한의 '새로운 길'은 북미대화와 관련해 더 이상 기대할 바가 없는 상황 속에서 미국을 통한 제재 해제에 기대를 걸기보다 '정면돌파'를 통해서 자력갱생의 정도를 걷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즉 북한은 현재 북미상태를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규정하고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도 북한이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립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미국과의 단기적인 위기고조보다는 장기적인 대립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뿐만 아니라 황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 협상하면서 "제재 해제를 위해 노력하였지만 그것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 김엘렌 연구위원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과학과 교육을 앞세우며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 노선을 지속해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봤다. 일부 언론에서 보는 것처럼 실질적인 경제 핵 병진 노선으로의 회귀 평가는 잘못된 해석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 행동 가능성과 협상의 여지
북한은 미국이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등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와 '충격적인 실제행동'을 경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강도 도발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황지환 교수는 "전원회의 발언에 담긴 국제관계의 핵심 방향은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립을 정면돌파하기 위해 자력갱생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위기를 고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엽 연구실장은 '새로운 전략무기'가 지난 12월 동창리 엔진시험장에서 실시한 엔진 시험과 연관된 실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 재개 등 고강도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은 낮다고 예측했다.
김엘렌 연구위원 또한 김정은식 세계화, 국제화, 전문화와 선대의 기조인 자강력 제일주의가 결합되어 미묘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이 하노이 회담 이후 지켜오고 있었던 모라토리엄을 중단하고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 있지만 고강도 도발은 자제할 것으로 보는 관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협상에 여전히 여지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북미 간 극단적인 대립국면은 일단 지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평화를 향한 '정면돌파' 의지가 중요한 때
2020년 전원회의 보도 내용에는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을 활용하기 어렵다 판단했고, 대립을 이용하겠다는 자세도 읽힌다고 봤다.
김동엽 연구실장은 전원회의 결과에 수록된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적대세력들에게 계속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표현이 남한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며, 이번 전원회의 결과에 남북관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은 '의도적 무시'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실장은 남북관계의 새판을 짜기 위해 "북미대화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이제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의 연결고리를 우리 스스로 과감하게 끊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홍상영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도 중요한 것은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려는 의지라며, 남북관계 또한 '정면돌파'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다양한 제재를 극복해나가면서 남북이 소통할 공간을 만들고, 활동 여지를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강지헌씨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간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