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보수대통합'을 반복적으로 외친 시간이다. 3일 오후 3시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국당 대규모 장외집회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국민과 함께 새 희망을 만들겠습니다'에서였다.
이날 오후 4시 18분께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황 대표는 30분에 가까운 연설 중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보수대통합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 무더기 기소 등을 두고 현재 황 대표의 리더십은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황 대표의 이날 연설은 보수대통합으로 현재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정권 악랄해도 뭉치면 이긴다... 나부터 앞장서겠다"
이날 황교안 대표는 무대에 서자마자 집회 무대 뒤쪽에 걸린 현수막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는 "여러분 여기 뭐라고 적혀 있느냐, '국민과 함께 새 희망을 만들겠다'고 적혀 있다"라며 "문재인 정권은 우리에게 좌절을 줬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새 희망을 만들어가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라며 "내가 주인이다"라는 구호를 세 번 반복했다.
황 대표는 "4월 총선이 역사 분기점이다, 자유민주주의 지키느냐 아니면 좌파 독재로 가느냐의 기로다"라며 "총선에서 압승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한 가지 할 일 있다, 바로 혁신과 통합이다"라며 "한국당은 철저히 바뀌겠다, 새로운 자유한국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싸움(총선)에는 대통합이 필요하다"라며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모든 자유 우파가 헌법을 지키고, 자유 민주주의‧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서 하나로 똘똘 뭉치는 게 바로 통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여러분, 이 통합 이뤄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뭉치면 이긴다, 이 정권이 아무리 정말 악랄해도 우리가 뭉치면 이긴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며, 중진의원들을 향해서도 '험지 출마'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황 대표는 "통합을 위해서 저부터 앞장서겠다"라며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로 출마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리 당에 많은 중진 의원들이 있는데 이들도 함께 험한 길로 나가주면 좋겠다"라며 "신진 세대들에게 정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꿈을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뭉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후 후원회 계좌번호 안내
보수대통합을 외친 건 그뿐만이 아니다.
황교안 대표가 무대에 오르기 전 마이크를 잡은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 또한 총선 승리를 호소하며 통합을 강조했다. 심 원내대표는 집회에 모인 이들을 향해 "선거법과 공수처와 같은 법들을 막아냈어야 했지만 숫자가 부족해서 그러지 못했다, 죄송하다"라며 "우리의 숫자는 108명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당을 한 번 더 도와달라"라며 "이를 위해 함께 뭉치고 함께 싸우고 함께 이겨나가겠다"라고 외쳤다.
보수성향의 인터넷 매체 <신의한수>의 대표인 신혜식씨는 한국당 중심의 통합을 강조했다. 신씨는 이날 무대에 올라 "현 정권 초창기에 국민들은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구호를 외쳤다"라면서 "하지만 그 사이에 경제와 안보, 외교 모두 망했다, 이제는 하고 싶은 대로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뭉치고 합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분열되고 찢어지면 희망도 찢어진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뭉치기 위해서는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 누가 어떻다고 비판하면 절대 못 뭉친다"라며 "우리는 다 함께 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연설 말미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계좌번호도 있다"라며 "진짜 뭉치기 위해서는, 싸우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여러분 알아서 하시라"라고 말했지만, 그 순간 전광판에는 한국당 중앙당후원회의 계좌번호가 띄워졌다.
광장 뒷쪽은 한산... 한국당, "국민과 시민 10만 명 참여" 주장
이날 집회에 참여한 이들 중 일부는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 "대한민국 정체성과 도덕성을 파괴하는 문재인 사형" 등의 구호가 적인 피켓도 눈에 띄었다. 세종문화회관 지하 화장실에는 "문재인 빨갱이" "김대중도 빨갱이" "나라가 망했다" "박원순을 구속하라" 등의 낙서가 적혀 있었다.
한 시민은 "대통령 잘못 뽑았다고 손가락 자르는 젊은 XX들이 하나 없다"라고 욕설을 내뱉자, 옆에 있던 이는 "그러게 말이다, 노인들이 무슨 고생이냐"라고 답했다. "선거 전에 북한 김정은이가 한 발 떨어트려줘야 하는데"라며 북한발 안보 위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른 노인은 "문재인 그 XX, 2020년을 2200년으로 잘못 쓴 것 봤느냐"라며 "치매 끼가 분명하다, 경제 감각이고 시간 감각이고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2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남긴 방명록에 2020년의 앞을 '22'로 잘못 썼다가 고쳐썼다. <조선일보> 등이 이를 사진 기사로 보도하자 이를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한국당의 집회는 평소 한국당이 동원했던 장외집회에 비해 규모나 분위기가 뜨겁지 않았다. 규탄대회 무대가 있는 앞쪽은 한국당의 각 지역 당협위원회의 깃발이 다수 보이며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으나, 뒤로 갈수록 점차 줄어들었다.
세종미술관을 기점으로 그 뒤는 상당히 한산했다. 대기하는 경찰이 더 많은 구역도 있었다. 뒤쪽에 설치된 전광판 앞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삼삼오오 모인 이들도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판매하는 상인 앞에도 구매자는 별로 없었다.
한국당 공보실은 "오늘 참석인원은 국민과 당원을 포함하여 총 10만 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집회를 마친 직후 김성원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국민과 함께 새 희망을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김 대변인은 "경자년 새해에는 희망을 가져보고 싶다는 국민들의 절절한 외침이 가득했다"라며 "우리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고, 겨울임에도 다가올 봄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한국당이 해낼 것"이라며 "더욱 처절하게 변화하고 혁신하겠다, 더욱 가열차게 민생과 국민 속으로 뛰어들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총선승리로 대한민국에 희망을 주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라며 "한국당에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