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성비 교란을 일으키는 미생물에 감염된 딱정벌레를 친환경 해충 방제에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산 딱정벌레 201종에서 성비교란을 일으키는 볼바키아(Wolbachia) 미생물 감염 실태를 조사해 곤충의 발생을 줄이는 연구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원장 박용목)은 "국가장기생태연구의 하나로 농촌진흥청에서 201종의 딱정벌레 유전자를 제공받아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볼바키아 미생물의 감염실태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 딱정벌레 201종의 유전자 중 12.8%인 26종이 볼바키아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해충은 꼬마긴다리범하늘소 외 6종, 밭작물에 해를 주는 농업 해충은 오이잎벌레 외 2종이다.
국립생태원은 "볼바키아는 곤충류와 선충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포내 공생미생물로 세포질 불합치 등 4가지 종류의 성비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세포질 불합치의 경우 볼바키아에 감염되지 않은 암컷이 감염된 수컷과 짝짓기를 하면 그 암컷이 낳은 알이 모두 죽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미국, 호주,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12개국에서는 볼바키아 감염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세포질 불합치)을 이용한 해충 방제로 곤충 매개 질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뎅기열의 자연감염사례를 거의 0%로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에서도 볼바키아에 감염된 숫모기를 살포해 방제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생태원은 "빌게이츠재단과 웰컴트러스트재단은 볼바키아 감염에 의한 성비교란작용을 이용한 모기의 방제를 위해 2010년부터 현재까지 1억 8,500만 호주달러(한화 약 1,500억원)를 지원하고 있다"면서 "성비교란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적 방제는 돌발적으로 늘어나는 해충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하여 여러 곤충이 돌발적으로 대량 발생해 해를 입히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향후 이러한 진화적으로 안정화되고 친환경적인 방제를 이용해 생태계 안전을 지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