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증상 감염이란 없다. (3번 확진자에서 6번 확진자로의 2차 감염에 대해) 증상 없을 때 감염된 것 아닌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6번 확진자는 3번 확진자가 증상이 나타난 상황에서, 다시 말해 감염력이 있는 상태에서 밀착 접촉해 감염됐다고 추정하는 게 과학적으로 맞다고 본다."
세 번째 확진자가 격리된 고양 명지병원의 이왕준 이사장의 말이다. 이 이사장은 6번 확진자 2차 감염에 대해 "어쨌든 90명 가까이 되는 능동감시 및 자가 격리됐던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 게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차 감염 발생 자체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 할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마이뉴스>는 30일 5번과 6번 확진자가 발표되기 전후로 현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감염자(확진자)들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고양 명지병원의 이왕준 이사장과 분당 서울대병원의 김홍빈 감염내과 교수를 전화로 접촉해 현 상황 및 제기되는 우려점에 대해 물었다. 고양 명지병원에는 세 번째 확진자가, 분당 서울대병원에는 네 번째 확진자가 격리되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이사장은 현재 병원협회 내 신종코로나 비상대응본부 단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의 말은 일치했다. 이들은 "확진자 옆을 스쳤다거나, 그 사람 자리에 앉았다거나, 혹은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가 옮겨간다는 것은 잘못된 사실"이라며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큰일 날 것처럼 생각하는데 공포감에 떨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이 질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온갖 얘기가 다 나오는 듯하다"면서 "근거 없는 이런 말들은 오히려 시민들의 공포감을 조성한다"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 1~4번 확진자의 상태는 안정적이다. 1~3번 확진자는 열도 떨어지고 증상도 많이 호전됐으며, 최근 진단을 받은 4번 확진자는 폐렴이 있는 상황이어서 산소 공급 등 치료가 진행중이지만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2차 감염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는 6번 환자가 3번 환자와 접촉한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등은 역학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추가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폐렴까지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게 일반 감기와의 차이"
- 이번 병명에 '신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타 질병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왕준(이하 '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폐렴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변종 감기 바이러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쉽게 얘기하면 감기 바이러스다. 보통 감기는 인후통, 기관지염을 일으키지만, 변종 바이러스는 폐렴까지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게 큰 차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코로나바이러스는 총 일곱 가지다. 그 중 네 가지는 일반인들이 앓고 지나가는 일반적인 병이고, 나머지 세 가지는 변종이 일어나서 생긴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지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모두 폐렴 증세를 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 6번 확진자가 나왔다. 3번 확진자와 접촉했다는데?
이 = "3번 확진자는 중국 청도에서 20일에 귀국했다. 22일에 열이 났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일 거라 생각 안 했다고. 다만 마스크는 쓰고 다녔는데 23~24일 일상 활동을 하면서 6번 확진자랑 만나서 저녁을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열이 났을 때 접촉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증상 나타났으니 충분히 감염력 있을 수 있는 시기에 만난 거다.
25일 3번 확진자는 이상하다고 생각해 1339 연락 후 보건소로 가서 격리된 후 우리 병원으로 와 그날 저녁 입원했다. 다음날인 26일 일요일 아침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어쨌든 3번 확진자는 22일 오후부터 열이 났으니까 증상 발현된 상황에서 6번 확진자가 전염됐다고 전염됐다고 봐야한다."
- 무증상 감염이라는 말도 나오던데.
이 = "무증상 감염이란 없다. 6번 확진자는 3번 확진자가 증상이 나타난 상황에서, 다시 말해 감염력이 있는 상태에서 밀착 접촉해 감염됐다고 추정하는 게 과학적으로 맞다고 본다. (중략) 어쨌든 90명 가까이 되는 능동감시 및 자가 격리됐던 사람들 사이에서 나온 게 저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다행이라고 보는 이유는?
이 = "감시
대상자 안에서 나왔다. 2차 감염이라고 호들갑 떨기보다는 2차 감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90여 명의 대상자 중에서 2차 감염자가 나왔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아직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실하진 않지만 밀착 접촉자에 의한 전형적인 2차 감염이라고 본다. 증상 없을 때 감염된 것 아닌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가 볼 때 이건 증상이 있어서 충분히 감염력 있는 시기에 전형적인 밀착 접촉 사례다. 증상 없는데 갑자기 나타난 불특정 감염구조가 아니라는 거다."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공기 중 감염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 "공기 중 감염이라는 건 가능성이 낮다. 전염 경로는 기본적으로 비말 감염(접촉감염의 한 형태, 호흡기계 전염병의 가장 보편적인 감염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재채기, 기침 등 몸에서 바이러스와 섞여 나오는 분비물을 통해 감염 가능성이 생기는 거다.
같은 공간에 있다거나, 확진자 근처를 스쳐 지나갔다고 해서 감염되는 것도 아니다. 감염된 환자의 침을 피부에 맞았다고 해서 감염되지도 않는다. 눈 점막이나 코, 입을 통해 상대방의 체내에 바이러스가 유입될 경우, 감염 가능성이 생기는 거다."
김홍빈(이하 김) = "현재로서는 일반 감기와 비슷한 감염 경로를 보이는 듯하다. 만일 공기 중에서 전파되는 거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감염자가 생겼어야 했다. 물론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게 맞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반 감기와 비슷하게 비말로 전파된다고 보고 있다.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혹은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 주위만 가도 큰일 날 것으로 생각하면서 공포감에 떨 필요는 없다."
"격리 시설이 어디에 있건 지역민에게 영향 갈 일 없다"
-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국민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예컨대 중국 우한 교민 수용지역으로 충남 아산 및 충북 진천이 선정되자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게 일고 있다.
김 = "이미 한국에는 우한 지역 통제가 진행되기 전에 귀국한 분들도 상당하다. 앞서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분들도 통제되기 전에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런데 우한에서 귀국하는 교민들은 확진자도 아닌데 우한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사회에서 거부당하고 있다.
이 시설이 어디에 있건, 설령 그 안에 감염자가 생긴다하더라도, 외부인(지역주민)에게 영향 갈 일은 없다. 그렇게 전염되는 병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기만 해도 위험하다'는 논리라면 더 전파력이 강한 홍역, 결핵 환자들을 수용한 병원 인근 주민들도 다 다른 곳으로 이사 가야 한다. 물론 국민들이 갖는 불안감은 이해한다. 하지만 같은 국민으로서 이렇게까지 배척하는 태도는 잘못됐다고 본다."
이 = "환자와 직접 대면해 비말 감염이 이뤄지는 게 아닌 이상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발생하는 문제는 언론과 정부가 해당 바이러스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국민들을 무지한 공포로 몰아가서 생긴 일이다. 지금도 정확한 정보 대신 해당 질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이 확산되고 있는 게 문제다."
- 현재 정부 대처는 어떻다고 생각하나.
김 = "지금까지는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중국에서 추가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만큼 이 사태가 1~2주 안에 끝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 대처가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감시와 대응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강조하는 것처럼 초기에 감염자를 발견해서 적절히 대처하고, 지역사회의 우려를 줄이는 일을 장기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이 = "앞으로가 중요하다. 철저한 검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1차 검역에서 확진 환자와 의심 환자를 걸러내고, 능동 감시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명확하게 걸러내야 한다. 최대한 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초기에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두 전문의가 공통적으로 꼽은 최우선 예방책
한편, 두 전문의에게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최우선 예방책을 묻자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먼저 마스크 착용이다. 김홍빈 교수는 "이 바이러스는 호흡기 감염인 만큼 접촉 감염을 주의해야 한다"며 "비말이 튈 가능성을 차단하면 감염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왕준 이사장도 "꼭 높은 수치(KF 95)의 마스크가 아니어도 된다, 마스크만 잘 써도 큰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손 씻기다. 이왕준 이사장은 "바이러스는 피부를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손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가 묻었다고 그 자체로 감염되는 게 아니라 점막이나 코, 입 주변을 만져서 감염되는 것"이라며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내어 주변의 바이러스를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두 교수 모두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생겼을 경우, 외부활동을 최소화 하고 보건소나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에 상담을 받으라는 것이다. 이왕준 이사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