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2일 오후 4시 5분]
최근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안철수 전 의원(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이 독자 세력 구축에 돌입했다. 안 전 의원은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당 비전 발표' 간담회를 열고 "실용적 중도주의 신당을 만들겠다"며 안철수 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지난달 29일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뒤 나흘 만의 창당 선언으로, 안 전 의원이 탈당하며 언급한 '안철수의 길'은 결국 '신당 창당'이었던 셈이다. 추진위원회 발족 등 구체적 실무 내용은 3일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는 안 전 의원이 PPT화면을 보이며 내용을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안 전 의원은 "성장동력 실종·미래산업 부재 및 진영정치 가속화 등, 현 대한민국은 산업화·민주화 성공 역사가 무너지고 있다. 자살률 1위·출산율 꼴찌란 지표를 볼 때도 미래는 매우 불안하다"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정치 입문 이후 창당과 탈당을 반복해 왔다. 이번 '안철수 신당'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2014년)·국민의당(2016년)·바른미래당(2018년)에 이어 그가 창당한 네 번째 당이 된다. 안 전 의원이 창당 계획을 밝힌 2일은 공교롭게도 그가 4년 전, 더불어민주당 탈당 51일 만에 국민의당 창당을 공식화한 날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창당 전문'이란 비판도 제기되지만, 안 전 의원은 이같은 비판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바른길을 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힘듦을 보여주는) 과정이라 본다"라며 "제가 처음 국민께 한 약속을 이루기 위해, 어려운 길임을 알면서도 꿋꿋이 그 길로 가려 한다는 의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진보·보수 등 '이념 팔이' 하는 기존 정당과는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네 번째 창당' 비판에 안철수 "어려운 길 간다는 의지의 표현"
그는 창당 계획 발표 때도 "현 정당은 이념·진영만 추구하는 사익 집단이다. 중도 신당은 이를 극복할 것"이라며 "신당은 작은 정당·공유 정당·혁신 정당 이 세 기조를 바탕으로 정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고 민간전문가들과 민생정책개발에 앞장서겠다, 장외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안 전 의원은 또 "'실용적 중도가 모호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그 자체로 무식하거나, 혹은 기득권 정치를 보호하기 위한 궤변"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이어진 기자 오찬에서도 "그건 세계적 흐름을 모르고 하는 바보 같은 말"이라고 재차 반박했다.
안 전 의원은 "(총선까지) 시간이 많다"며 자신감도 보였다. 그는 "국민의당 때는 '민주당 통합'에 대한 내부 이견 정리 탓에 한 달을 썼고, 그 뒤 약 한 달 만에 선거를 치렀다. 그때 비하면 (2개월 남은) 지금은 시간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보수세력 통합 참여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앞서 보수통합은 없다고 했는데도) 제가 여러번 말했는데 왜 자꾸 같은 질문하는지 궁금하다"라고 웃으며 "제가 아무리 (아니라고) 주장하면 뭐 하겠나. 제가 한 과거 선택·행동을 보고 평가하시라"고 밝혔다.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와 접촉 여부에 대해서도 "연락하거나 만난 적은 없다"며 "이제껏 만난 정치인은 손학규 대표 뿐"이라고 말했다.
안 전 의원은 다만 '바른미래당 실패'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실패 원인을 묻자 "이유가 한 가지겠느냐, 여러 가지 복합적일 것"이라며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 양극단으로 갈라지게 하는 소선거구 제도, 그런 문화에서 성장해 리더가 된 이들 등 제도와 인식을 함께 바꿔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당 때 자못 비장했던 안 전 의원 표정은 이날 간담회·기자오찬 때는 비교적 밝은 편이었다. 앞서 창당 비전 발표 장소에서는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간담회에는 신용현·김중로·김삼화·권은희·김수민 의원,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 등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도 참석해 발표 내용을 경청했다.
'안철수 신당' 가시화하자 바른미래당 동요 심각... 탈당이냐 잔류냐
4·15 총선이 7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안 전 의원의 독자 세력 구축은 총선 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의원은 보수통합에는 선을 그으며 거리를 두고 있으나,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추진 중인 범보수 통합신당 등 여러 곳에서 재차 안 전 의원의 합류를 희망하는 탓이다.
다만 안철수계 바른미래당 7명 의원 중, 권은희 의원(광주광산을)을 제외한 6명이 탈당 시 의원직을 상실하는 비례대표라는 점은 큰 한계다. 이 때문에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들은 지난달 말 출당을 요구하며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안 전 대표와 신당 창당 뒤 탈당할 것"이라고 알려, 당 지도부의 반발을 샀다.
안 전 의원은 앞선 질의응답에서 이들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뜻을 함께하는 의원들이 여기도 많이 계신다"라면서도 "신당 방향과 비전을 보이는 게 우선이다. (그런 질문은) 아직 아이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디 입양시킬래' 묻는 것과 같다, 옳지 않다"라며 선을 그었다.
안 전 의원의 창당 시도가 본격화되자 바른미래당 내부 동요는 심각한 상황이다. 전·현직 지역위원장, 당직자 등 일부 안철수계 인사들은 집단 탈당을 선언했으나, 김정화 당 대변인 등 일부 인사들은 당 잔류를 선택했다. 안 전 의원을 따라 탈당한 인사들은 약 40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