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김주환은 소방공무원으로 33년을 근무하고 서울소방학교 부설 소방과학연구소 소장직을 마지막으로 2014년 정년퇴직한 사람입니다. 주로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현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과거의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방전술론' '화재예방론' '화재조사론' 등을 집필 중에 있습니다.[편집자말] |
동해 펜션화재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다. 하지만 가스폭발이라는 초기 보도 이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에 밀려 언론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보도 내용을 살펴 본 필자는 참사가 발생한 사흘 뒤 현장을 다녀왔다.
언론보도의 요지
지난 1월 25일 저녁,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한 펜션에 화재가 발생했다. 설 연휴를 함께 보내려던 일가친척 8명 중 6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화상을 입는 대형 참사였다. 목격자를 인용한 보도로 보아 화재와 함께 1, 2차 폭발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폭발이 있었다는 것을 근거로 대다수 언론은 사고의 원인을 가스폭발로 추정하고 다음과 같은 정황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폭발이 있었던 점
둘째, 일거에 인명피해가 컸던 점
셋째, 주방 화기를 전기 인덕션으로 교체로 하면서 기존 LP 배관 종단 마감처리를 하지 않은 점
넷째, 1층에 설비된 LPG 통 배출 밸브에 성에가 남아 있는 점
따라서 관리의 부실이 있었고 폭발의 정도로 보아 내부에 누설된 가스가 다른 점화원에 의해 폭발해 화재로 이어졌을 것이다.과연 그럴까 ?
화재폭발과 가스폭발은 어떻게 다른가 ?
폭탄 등 무기에 의한 폭발을 제외한 대부분 재난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발에는 가스폭발과 화재폭발이 있다. 화재는 연소물자체가 아니라 불이 붙은 연소물에서 발생한 가스가 타는 현상이다. 따라서 불이 붙는 순간 발열하는 가스의 질과 양에 따라 연소의 속도와 화세의 크기가 정해질 뿐 일반적으로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연소중이라 하더라도 가스가 밀폐된 용기에 보관되어 있고 열의 전달 속도가 용기의 압력 임계점에 도달할 경우 폭발한다. 이를 화재폭발이라 한다.
반면에 가스폭발은 일정한 밀폐된 공간에 가스누설이 있고 공기와의 혼합비율이 폭발한계점에 이르렀을 때 조연성 점화원, 즉 정전기, 스파크, 아크 현상 등 전기적 요인 또는 라이타, 성냥, 기타 화기취급 등 인위적 요인이 수반될 경우 공기의 압력이 순간 팽창하면서 폭음을 내면서 나타나는 물리적 파괴 현상이다. 이 때 가연성 가스는 순간 폭발하면서 연소하기 때문에 화상은 있을지언정 화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화재폭발이 공간적 제한은 물론 폭발 한계점과 무관한 화재가 진행 중 발생하는 폭발이라면 이와 달리 가스폭발은 밀폐된 공간적 제한이 존재하고 가스누설이 있어야 한다. 공기와 혼합하여 폭발 한계점에 도달하였을 때 가능하며, 순간 연소의 현상이기 때문에 화재로 전이되지 않는다는 점이 일반 화재와 다르다는 것이다.
화재 현상으로 드러난 동해 펜션 화재
그러나 동해 펜션화재는 보도된 방송영상으로 보나 현장을 직접 답사하여 확인해 봐도 가스폭발과 다른 일반 화재였다. 폭발이 있었다면 화재가 진행 중 다른 요인에 의한 폭발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화재 발생 이틀 후 현장에 가서 필자가 확인한 사실 중 하나는 필자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2층 펜션으로 연결된 LP가스 배관은 1층에서 가스통과 분리되어 있었다. 펜션 내부 주방에 설비된 배관 마감처리가 부실했다는 보도는 실제 가스 누설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가스폭발이 아니라 화재폭발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마치면서
화재폭발이든 가스폭발이든 그게 무엇이 중요하냐고 혹자는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인 원인조사를 위해서 반드시 규명해야 할 전제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추정하고 전문가들이 외면하는 원인조사는 대형 참사의 비극을 되풀이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