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에 선출된 안철수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에 선출된 안철수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철수 전 의원이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은 국민당(가칭)이 당 색깔로 '주황색'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지난 9일 국민당 창당발기인 대회가 열린 뒤 민중당 당직자들은 전화를 받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전국에 있는 당원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폭주했기 때문입니다. 

"왜 하필 우리 색이냐!" "항의해야 하는 거 아니냐!" "법적 대응은 안 되냐!"

민중당은 2년 4개월 전 창당하면서부터 주황색을 당 색깔로 써 왔기 때문입니다. 

민중당원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반응입니다. 원내 1석(김종훈 의원)인 미니정당, 이제야 잡히기 시작한 정당지지율 2%. 창당 이후 당원들은 "민중당? 그런 당이 있었어요?" "김문수, 이재오당 아닌가?"라는 '듣보(듣도 보도 못한 존재) 취급'에 설욕을 삼키며 묵묵히 당을 일궈 왔습니다.
 
 민중당원들은 주황색 굿즈를 만들어 당을 알려왔다.
민중당원들은 주황색 굿즈를 만들어 당을 알려왔다. ⓒ 민중당
  
민중당원들은 당 굿즈를 만들어 주황 점퍼, 주황 우산, 주황 열쇠고리를 장착하는 건 기본이요, 동네방네 주황색 현수막을 내걸고, 주황색 피켓을 들어가며 당 이름을 알려 왔습니다. 언론보도에서 찾아보기 힘든 '민중당' 세 글자를 국민께 직접 각인시키기 위한 피어린 노력을 해 왔습니다.

그러니 총선을 앞두고 동네에서 "'주황색 애들'이 참 열심히 하더라"라는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의 주황색 사용 선언에 복장이 터질 수밖에요. 흡사 대기업 갑질에 피해 보는 영세상인의 심정이 지금 민중당원들의 마음일 겁니다. '이 더러운 세상!'

안철수 측에 전화 걸었더니... "너희는 주황색, 우린 오렌지색"
   
사실 당색은 법적으로 어떻게 규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일종의 '상도덕'의 영역이죠. 그래서 민중당은 대응보다 먼저 대화와 설득을 시도했습니다.

2월 11일 오후, 민중당 상임대표 비서실장은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 측 핵심인사에게 당색 관련 면담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랬습니다.

"민중당은 주황색이지만 우리는 오렌지색이다. 그런 일로 대표간 면담은 불필요하다."

네? 이게 말입니까, 막걸립니까. 그러면 분홍과 핑크도 다르고, 흰색과 화이트도 다른 건가요(...)

다시 한 번 전화를 드렸습니다. 이번엔 "후발 주자로 선택할 수 있는 색이 많지 않다, 전문가의 의견을 따랐다, 파랑색도 밝은 파랑과 비비드 파랑이 있지 않냐"라는 설득인지 변명인지 모를 답을 받았습니다. 그럼요, 하나의 색깔도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한 번 더 묻게 되긴 합니다. "그럼, 왜 하필 주황색인가"라고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중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당시 모습. 이상규 상임선대위원장과 김종훈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황색은 민중당이 창당 이후 줄곧 사용해온 색깔이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중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당시 모습. 이상규 상임선대위원장과 김종훈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참석했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황색은 민중당이 창당 이후 줄곧 사용해온 색깔이다. ⓒ 이은혜
 
정치권에서는 색깔도 정치입니다. 그래서 주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도, 우리가 왜 주황인지 '명분'도 중요하죠. 주황색은 민주노동당부터 시작된 '진보'의 대표 상징색입니다. 민주노동당부터 시작된 진보정당 역사를 계승하겠다며 태어난 민중당이 주황색을 선점한 건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주황색을? 국민의당을 만들 때는 녹색당 색을 쓰더니 이번엔 민중당 색을? 진보정당 색으로 그 이미지까지 가져다 쓰려는 건가? 아니면 다른 당 색을 쓰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되지만 민중당은 별 탈 없을 거 같아서? 어차피 지지율도 몇 안 되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의문이 뒤따릅니다. 

난데없는 색깔 논쟁에 민중당원뿐만 아니라 국민당 입장도 곤란하리라 생각됩니다. 1000억 원대 자산가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에게 '소수정당에 대한 갑질'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니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은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민중당의 항의에 대해 해명하고 조치해 주길 바랍니다. 또, 지금이라도 다른 색을 '물색'해 공정한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그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참고로, 민중당의 색깔과 국민당이 사용한 색깔을 붙여 보여드리겠습니다. 구분이 되시나요? 
 
 왼쪽은 민중당이 사용중인 '주황색'(MJ Orange)이고, 오른쪽은 국민당(가칭)이 사용한 '오렌지색'이다. 각 색상의 RGB(Red빨강, Green녹색, Blue파랑) 값은 민중당이 R242 G101 B34, 국민당이 R235 G102 B23 이다.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색감이다. 국민당의 오렌지색은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자신의 페북에 올린 웹홍보 이미지의 색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왼쪽은 민중당이 사용중인 '주황색'(MJ Orange)이고, 오른쪽은 국민당(가칭)이 사용한 '오렌지색'이다. 각 색상의 RGB(Red빨강, Green녹색, Blue파랑) 값은 민중당이 R242 G101 B34, 국민당이 R235 G102 B23 이다.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색감이다. 국민당의 오렌지색은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자신의 페북에 올린 웹홍보 이미지의 색상을 기준으로 삼았다. ⓒ 이은혜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은혜씨는 민중당 대변인입니다.


#민중당#주황색#오렌지색#안철수
댓글2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