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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전후 국군 등에 의해 민간인 학살을 당했던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2020년 1월 17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재심 사건' 결심 공판을 받은 뒤, 법정에서 나와 이명춘 변호사 등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국전쟁 전후 국군 등에 의해 민간인 학살을 당했던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2020년 1월 17일 오전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재심 사건" 결심 공판을 받은 뒤, 법정에서 나와 이명춘 변호사 등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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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덤하다. 이제 끝이 나나 싶다."

국가에 의해 한국전쟁 전후 학살당했던 아버지의 '무죄'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노치수(73) 경남유족회장이 13일 밝힌 심정이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부(재판장 이재덕 지원장)가 14일 오후 노 회장을 비롯한 6명이 낸 '재심' 사건에 대해 선고한다. 선고를 하루 앞두고 노 회장은 "무죄 선고를 기대한다"고 했다.

노치수 회장의 아버지를 비롯한 희생자 6명은 한국전쟁 전후 '국민보도연맹' 등의 사유로, 제대로 된 재판 절차도 없이 사형 집행을 당했다. 일부는 창원마산 앞바다인 '괭이바다'에 수장되기도 했다.

노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이 있은 뒤인 2013년 법원에 재심 신청했다. 희생자들은 '국방경비법'의 적용을 받아 학살되었던 것인데, 이 법은 1962년 폐지되었다.

재심 개시도 곧바로 되지 않았다. 유족들이 재심을 신청하자 법원은 '재심 개시'했지만 검찰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항고'했다. 그래서 재심을 재개할 것이냐를 두고 지리한 법적 절차가 진행되었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는 검찰의 '항고' 기각했고, 다시 검찰이 '재항고'했다. 대법원은 2019년 4월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던 것이다.

재심 공판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1월 17일까지 네 차례 열렸다. 공판 때마다 검찰은 희생자들에 대한 위법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검찰이 '무죄'를 구형한 것이다. 지난 1월 17일 열린 재심사건 결심공판에서 공판검사는 "무죄를 구형해 달라"고 했던 것이다.

검찰이 '무죄'를 구형했고, 희생자의 유족들도 '무죄'를 요구한 만큼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노치수 회장은 "지금 느낌은 무덤덤하다. 재심 신청을 하고 나서 7년만이다. 그동안 탄원서도 내고 하면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제 끝이 나나 싶다. '무죄'로 마무리 될 것이라 본다"고 했다.

노 회장은 "다른 희생자들은 국민보도연맹원으로 교육 받으러 오라고 해서, 저희 아버지는 부역하러 오라고 해서 나갔다가 그 길로 돌아오지 못했다. 70년만에 무죄가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국가로부터 사망통지서를 받은지 59년만이다"며 "이승만정부가 국민을 학살한 것이다. 세상에 이런 국가가 어디에 있나 싶다. 지금이라도 무죄를 선고 받게 되어, 자식으로서 도리를 한 것 같다"고 했다.

노치수 회장은 "내일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 그대로 끝이 날 것이라 본다. 검찰이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며 "그래서 내일 기대감이 높다"고 했다.

유족을 대리해 변론해온 이명춘 변호사는 "저는 개인적으로 10년간 이 싸움을 해왔다. 할 말이 많다. 내일 법정에 가볼 생각이다"고 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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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진영도 재심 사건에 대한 관심 높아

시민사회진영도 재심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다. 경남유족회를 비롯한 단체들은 이날 선고 공판 뒤에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열린사회희망연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경남진보연합, 6‧15경남본부, 범민련 경남연합,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경남평화회의,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을위한경남운동본부, 경남여성연대, 민주항쟁정신계승시민단체연대회의,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경남여성단체연합이 함께 한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미리 낸 자료를 통해 "현재 국회에 잠자고 있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이 총선 앞뒤로 조속히 통과되기를 요구한다"며 "이를 통해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출범, 보상특별법 제정, 가해자 처벌 등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이들은 "창원시와 경상남도는 민간인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을 건립하고 추모 공원을 만들어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중당 경남도당은 13일 낸 논평을 통해 "한국전쟁 국민보도연맹 재심사건의 '무죄' 선고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보도연맹 사건은 이승만 정권이 좌익인사들을 대상으로 선도, 계몽하여 비국민을 국민으로 전향시키기 위해 만든 관변단체였다"며 "하지만 이승만 정권은 전쟁이 발발하자 이들이 적에게 동조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법 절차 없이 산과 바다에서 국민을 집단학살하는 국가범죄를 저질렀다"고 했다.

민중당 경남도당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무자비한 공권력에 희생된 피해자와 유족들의 아픔에 적극 함께 해야 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 배‧보상이 조속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14일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국가범죄를 사과하고 관련 희생자들의 무죄를 선고하길 고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더불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무자비한 공권력에 희생된 피해자와 유족들의 아픔에 적극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는 "이 땅에 다시는 국가폭력에 의한 부당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깨어있는 공직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며,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개정·제정 되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국민보도연맹#민간인 학살#한국전쟁#경남유족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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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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