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그룹 특혜 개발 논란이 계속되어 온 부산 센텀2지구에서 심각한 독성물질에 의한 토양오염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는 데다 정밀조사부터 정화까지는 최대 3년이 소요될 수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군수공장 부산 풍산 부지에서 발견된 독극물
부산시는 지난해 첨단산업단지 예정지인 센텀2지구 개발을 위해 토양환경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시기는 4월부터 12월까지다. 103곳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27일 보건환경연구원에 올라온 자료를 보면 상황이 심각하다.
PSMC(피에쓰엠씨, 옛 풍산마이크로텍) 부지 2곳 중 1곳의 표토에서 맹독성 '시안(CN)'이 504㎎/㎏나 검출됐다. 이는 기준치인 2㎎/㎏을 무려 250배나 초과하는 수치다. 중간토의 수치도 46㎎/㎏로 기준치의 20배에 달했다.
금속도금 공업에 사용되는 '시안(CN)'은 맹독성인 청산가리(시안화칼륨, KCN)의 주성분이다. 무색이며 특유의 냄새를 갖는다. 인체에 노출될 경우 급성 독성을 일으켜 전신 질식 증상 가져올 정도로 치명적이다. 성인 기준 아주 소량으로도 치사량이다. 시안의 결합물인 시안화수소가 바로 2차 세계대전 시기 나치가 사용한 독가스다.
시는 토양오염이 2015년 PSMC 공장의 화재 이후 벌어진 일로 추정하고 있다. 구체적 면적은 아직도 조사 중이다. 풍산 공장의 토양오염 적발은 2017년에도 있었다. 유류저장창고 있던 부지에 석유계 총 탄화수소인 'TPH'가 기준치를 훨씬 넘겨 검출됐다. 그때도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정화작업이 진행됐다. 이번도 다르지 않다.
시는 '시안' 검출 정밀 조사결과에 따라 풍산 측에 토지 정화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부산시 산업입지과 관계자는 "작년의 사안이며 아직 조사 중이고 은폐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조사기간과 정화작업은 최대 각각 6개월, 3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센텀2지구는 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기간은 더 단축될 가능성이 크다.
센텀2지구 부지에서 이런 물질이 계속 발견되는 이유는 이곳에 군수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총기 실탄 생산 등 방위산업을 시작한 풍산그룹은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일대 102만㎡의 땅을 헐값에 불하받았다. 당시 매매계약서에는 부지 용도가 달라지면 현 국방부로 소유권을 반환해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됐다. 이 특약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20여 년 전 갑자기 해제됐다. 이후 다른 용도의 개발 논의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헐값 불하→ 개발, 끝없는 '특혜' 논란
풍산의 부지는 195만㎡에 달하는 센텀2지구 개발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다수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지만, 해운대구 개발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는다. 개발이 실현되면 풍산이 가져갈 보상비만 수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자유한국당 서병수 시장 시절 풍산그룹과의 MOU 체결로 센텀2지구 사업추진을 본격화했고, 오거돈 시정에서도 그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마냥 호의적이지 않다.
풍산그룹이 부지 내 자회사인 풍산마이크로텍을 매각하면서 아직도 풍산 노동자들이 10년간 '특혜 개발 반대'를 거리에서 외치고 있다. PSMC 공장이전과 매각과정에서 벌어진 자신들의 대량 해고가 부지개발과 관련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시민사회도 이들과 대책위를 구성하고 전면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자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심의위도 개발 논란 등을 이유로 부산시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를 4차례나 반려했다. 감사원 또한 군수산업을 유지하지 않고 대체 부지가 없다면 환수방안을 마련하라고 제동을 걸었다.
시민대책위는 토양오염과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가 센텀2지구 개발을 위한 대체부지 제공을 풍산과 협의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다.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문영섭 전국금속노조 풍산마이크로텍 지회장은 <오마이뉴스>에 "풍산이 이 부지를 50년 넘게 사용하면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그런데도 땅을 개발해주려는 시정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풍산은 국가 세금으로 돈을 벌었다면 기본 도리를 해야 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