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뀐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의 경우, 첫 번째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나도 출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돌보며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위안이다.
아이들과 24시간 함께 보내며 하루 세끼, 하루 세 번의 간식을 챙겨주느라 집에 있으면서도 결코 여유롭지 못하지만, 집 안에서 나름 나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 노력한다.
집에만 있으니 아무래도 택배 주문이 늘고 있다. 부득이할 땐 장을 보러 밖에 나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인터넷 장보기와 온라인 쇼핑을 적극 병행하고 있다.
그러던 오늘 아침, 블로그 이웃을 맺고 있는 어느 독립서점의 재미난 포스팅을 보게 됐다. 그 독립서점은 얼마 전 3월 서점 운영을 잠시 쉰다는 포스팅을 올렸었다. 나 또한 때가 때인지라 어쩔 수 없겠구나 하고 받아들였다.
이번에 올라온 포스팅은 서점 운영을 잠시 쉬는 대신,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자가격리 세트'를 택배로 발송해준다는 내용이었다. 책방지기가 주제에 따라 선정한 서너 권의 책을 제목도 모르는 채 구입하는 방식이다.
가령 이런 것이다.
- 자가격리 소설 3종(책방지기가 알아서 골라주는 소설)
- 집에서 미술여행 3종(미술관도 문닫았네, 내방에서 미술여행)
- 어린이 그림동화책 3종 세트(이런 동화책은 다른 서점에 없지, 독립출판 동화책)
'오, 재미있는걸?' 하는 생각과 동시에, 지난 주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했던게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이번 주말 10% 쿠폰을 받아 또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계획까지 세워둔 것이 떠올랐다. 심지어 한 권이라도 무료 배송을 해 주니, 생각날 때 언제든 편히 주문할 수 있는 대형 온라인 서점의 장점들.
한편으로는 그간 뉴스에서 읽어온 보도 내용들이 생각났다. 코로나19로 거리가 한산해졌다는 현장 스케치, 문을 열어도 손님이 없으니 그냥 문을 닫아버린다는 소상공인들의 하소연 등...
이번 기회에 조금 다른 소비를 해보고자 한다. '한 권도 무료배송'이 아니면 어떤가. 기왕 구입하는 거, 좀 더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아 배송료를 내지 않는 방법도 있다. 10% 할인을 받지 못하면 어떤가. 내 이웃이 희망을 가지고 미소지을 수 있다면 저렴하게 구입하지 못한 내 소비가 과연 어리석기만 할까. 지금이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연대적 소비가 필요하지 아닐까.
나는 기쁜 마음으로 블로그 이웃인 독립서점에서 '자가격리 세트'를 주문할 계획이다. 평소 좋아하던 소설이 나을까, 아니면 이 참에 미술 책에 도전해볼까. 즐겁고 따뜻한 고민에 빠져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