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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자 서울 성동구청 공문에 첨부된 요구자료 서식.
지난 10일자 서울 성동구청 공문에 첨부된 요구자료 서식. ⓒ 제보자
 
'명문고 육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서울의 한 구청이 이 지역 고교에 이른바 '명문대'와 '의학계열 대학' 진학 현황을 달라고 요구해 일선 고교에서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구청은 한 대입사교육 업체에 업무를 위탁해 대입 관련 행사를 벌여온 사실도 드러났다.

대치동 K사교육업체와 협약 맺은 구청이 대입 자료 요구

12일, 서울 성동구청이 이 지역 7개 고교에 보낸 '2020학년도 대학 합격 최종현황 제출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3월 10일자)을 입수해 살펴봤다.

이 구청은 공문에서 "명문고 육성 사업, 대학 진학 지원 등 우리 구 교육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2020학년도 대학 합격자 현황을 파악하니 3월 12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요구 서식에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 13개 대학을 차례대로 늘어놓고 숫자를 적도록 했다. '의대, 치대, 한의대 합격생도 별도 기재하라'고 적어 놨다.

그런 뒤 '2019년도 대비 합격 증감한 내외부 요인'도 기재하도록 했다.

이 공문을 받은 서울 성동구 D고 3학년 부장교사는 "교사들과 논의했더니 구청이 공교육기관에 '명문대 진학 현황'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교육본질에 벗어나는 위법적인 일이라는 반응이었다"면서 "상위 몇 개 대학에 몇 명을 입학시켰느냐고 묻는 행위는 학교가 교육본질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을 훼방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교사는 "학교별 상위권 대학 입학 숫자를 모아서 주민들에게 자랑하려고 하는 것이냐? 정치적 홍보자료로 악용될 가능성이 커 진학정보를 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성동구청으로부터 '대입 합격자 현황'을 요구받은 이 지역 고교 7개 가운데 12일 오전 현재 3개 고교는 해당 내용을 문서로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청이 이 지역 고교에 보낸 공문.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청이 이 지역 고교에 보낸 공문. ⓒ 제보자
 
하지만 이 같은 대학별 진학 정보 유출행위는 교육통계 관련 지침 위반 여지가 있다. 실제로 교육부도 대교협과 함께 대입합격자 정보를 모으면서 '4년제 대학, 전문대학' 등의 범주 이상으로는 세분화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대 진학 고교별 학생 숫자를 인터넷에 올린 <다음부동산>과 <직방> 등 업체도 교육부와 서울대 요구에 따라 해당 내용을 삭제한 바 있다. (관련기사 '학교 서열화' 논란에... 다음부동산, '서울대 진학숫자' 삭제 http://omn.kr/1l1g6)

성동구청 "내부적으로 대입 정보 알고 싶었을 뿐"

이에 대해 성동구청 관계자는 "구청이 명문고 육성 사업을 벌여 왔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대입 합격자 통계 정보를 알고 싶어서 조사했을 뿐"이라면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고교의 대입 합격자 정보를 특정 업체에 넘기거나 악용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성동구청이 2014년부터 K사교육업체와 협약을 맺고 대입 행사를 이 업체에 줄줄이 맡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구청은 지난해엔 관내 지역도 아닌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이 업체에 '성동구 입시진학상담센터'를 위탁해 운영토록 했다.

K사교육업체 대표는 자신이 '성동구청 교육정책 기획위원'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상태다. 이 업체는 성동구청 지원 속에서 지난 해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지역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입시설명회 등의 행사를 열었다. 이 업체가 자사 사이트에 올려놓은 2019년 사업 40개 가운데 24개가 성동구 관련 사업이었다.
 
 K사교육 업체가 자사 사이트에 올려놓은 2019년 사업현황. 노락색 표시가 된 부분이 성동구 관련 사업이다.
K사교육 업체가 자사 사이트에 올려놓은 2019년 사업현황. 노락색 표시가 된 부분이 성동구 관련 사업이다. ⓒ 인터넷 갈무리

성동구청, 'K사교육업체에 일 몰아주기' 의혹

성동구청 관계자는 '특정 사교육업체 일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구청이 공모를 통해 공정하게 K업체를 선정해 대입 관련 사업을 벌인 것이며 지난해로 위탁 사업이 모두 끝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교육업체가 공적 기관의 도움을 받아 진학 관련 강의를 벌이는 등 공적 행사를 진행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해 왔다.

#대입 사교육#성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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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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