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미래통합당이 공천을 배제한 데 대해 "잘못된 협잡공천과 대선 경쟁자 쳐내기"라고 비판하면서 "잠시 당을 떠나 광야로 나가고자 한다"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홍 전 대표는 17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수성못 상화동상에서 2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가 저지른 협잡공천의 불공정과 불의를 바로 잡아달라고 황교안 대표에게 요청했지만 거부했다"며 "이제 홍준표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이미 전날인 16일 수성구을 선거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두산오거리에 선거사무소도 차렸다.
이곳은 미래통합당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였으나 주 의원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는 수성갑으로 옮기면서 이인선 전 대구경제자유구역청장과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이 경선을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상식 전 국무총리 민정실장이 일찌감치 공천을 받았다.
"승리 후 복당하겠다"
홍 전 대표는 "마지막 정치를 고향에서 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면서 "이제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에 임하면서 저를 키워준 고향 대구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 홍준표를 살려줄 곳은 오직 내 고향 대구뿐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대구시민만 믿고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가 오는 수성로와 신천 산책로를 걸으면서 코로나19로 대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자신의 처지와 교차하면서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홍 전 대표는 대구에서 정치를 하고 싶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저와 대구의 정치인연은 이어질 듯 이어질 듯 하다가도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며 "7번이나 출마하려고 했지만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총선을 앞두고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서 출마하고 싶었지만 한 지붕 사람끼리 싸울 수 없어 태어난 고향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는 "대구 총선에서 승리한 후 바로 복당을 하겠다"며 불과 40일 남짓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으로 돌아가 공천과정에서 나타났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고 보수를 보수답게 야당을 야당답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대구의 산업구조를 바꾸어 기술 중심의 첨단산업을 끌어오고 대구 신공항을 이용해 수출할 수 있는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을 유치하겠다며 자신이 출마하는 지역구에 대한 공약도 내놓았다.
"김형오에 속고 이낙연에 밀리고... 황교안은 일모도원 신세"
또 코로나19와 관련 정부에 추경을 포함한 재정지원 10조 원, 부가가치세 면제 등 조세감면 6조 원, 공채 발행을 통한 대구경북 재난관리기금 출연 4조 원 등 모두 20조 원을 대구경북에 지원할 것을 요구했다.
홍 대표는 "여권 일각에서 추진하는 재난기본소득제는 포퓰리즘 퍼주기고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며 "TK 코로나 뉴딜을 통해 긴급 구호와 피해지원, 지역경제 살리기에 쓰고 나중에 회복되면 되갚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홍 대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수성을은 사람을 보고 온 것이 아니라 지역을 보고 왔다"며 "현역 의원이 출마하지 않아 정치적 부담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소속 연대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태옥 의원과 곽대훈 의원은 자기 힘으로 당선되리라 본다"며 "당선되면 다시 미래통합당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무소속 연대는 필요치 않다"고 말했다.
경남도지사 재직 당시 진주의료원을 폐원한 것에 대한 질문에 홍 전 대표는 "경남지사 할 때 폐업하고도 60% 득표해서 재당선 됐다"며 "(폐원을 비판하는 것은) 좌파들 책략이기 때문에 답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미래한국당의 비례공천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자신이 SNS를 통해 밝혔다며 "황 대표가 김형오 막천에 속고 한선교 의원에게 배신당하고 종로에서는 이낙연 총리에게 밀린다"며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의 신세"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