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는 가운데, 한국 의료진들이 '드라이브 스루'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 16일 대한의학회지(JKMS)
온라인판에는 드라이브 스루형 선별진료소를 소개하는 논문 'Drive-Through Screening Center for COVID-19 : a Safe and Efficient Screening System against Massive Community Outbreak'가 실렸다. 집필에는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제안한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 과장과 한국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운영한 권기태 칠곡경북대병원 감염관리실장 등이 참여했다.
현재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검사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이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을 고민하다 인플루엔자 팬데믹과 생물학적 테러 상황에서 대규모 검사 등을 진행하는 방법을 다룬 해외논문에서 힌트를 얻었다.
더 안전하게, 더 효율적으로
논문에 따르면,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는 ① 입장 ② 등록 ③ 문진 ④ 검체 채취 ⑤ 검사 후 안내 ⑥ 퇴장 순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한다. 전 과정 동안 피검사자는 자신의 차량에 계속 머물고, 의료진과 대부분 휴대폰으로 의사소통함으로써 접촉을 최소화한다. 자동차 환기 시스템도 내부순환으로 둬야 한다.
간단한 등록 절차 후 의료진들은 피검사자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가리기 위해 문진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낮은 환자들을 걸러낼 수 있는데, 그러려면 의료진이 충분히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한창 유행하는 시기에는 인력난을 피하기 어렵다. 확진자가 대량 나오기 시작한 2월 하순경, 정부와 대구시 등에서 의료진 자원봉사를 호소했던 이유다.
검체 채취가 끝나면 피검사자는 언제 어떻게 결과가 나오는지, 그때까지 어떻게 자가격리를 해야 하며 증상이 나빠질 경우 방역당국에 어떻게 연락해야 하는지 등을 안내 받고 떠난다. 이 모든 과정은 약 10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하루 최대 100명까지 검사 가능하다.
또 장소 자체를 확보하기 어렵고, 환기 시스템 등을 갖춰야 하며, 많은 인력이 필요한 일반 진료소보다 훨씬 적은 자원으로 운영할 수 있다. 그 결과 2월 23일 칠곡경북대병원에 처음 등장한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는 3월 12일 기준으로 전국 68개까지 늘어났다.
그래도 아쉬운 5가지
연구진은 다만 몇 가지 문제점도 있다고 밝혔다. 첫째, 의료진이 검체 과정에서 감염될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의료진이 검사할 때마다 모든 보호장구를 교체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연구진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분의 보호복, 장갑 등을 갖춰야 하고 매번 손을 소독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 전체 과정 내내 의료진이 야외에 있기 때문에 겨울이면 활동에 제약이 있다.
셋째,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가 병원과 멀리 떨어졌을 경우 후속조치가 어렵다. 따라서 상태가 나쁜 의심환자들은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보다는 병원과 연결된 진료소를 이용해야 한다. 넷째, 자가용이 있는 사람들만 방문이 가능하다. 다섯째, 일반 진료소보다 접근이 쉽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중복 검사를 받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는 한국이 더 안전하게, 더 효율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힘이 됐다. 연구진은 다른 나라들도 현지 사정에 맞게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운영,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진단키트와 치료법, 백신 등이 개발된다면 드라이브 스루형 치료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