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도시 모습이 360도 달라졌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온 독일에는 화창한 날씨가 민망할 정도로 거리는 싸늘하기만 하다. 메르켈 총리가 발표한 전국적 외출 자제령이 23일부터 시행되면서 독일 도시가 확 바뀐 것이다.
앞선 22일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아지자 전국적 외출 자제령이라는 초강수 정책을 발표했다.
독일은 총 16개 주로 구성이 되어있고, 이 주정부들의 권한이 굉장히 세기 때문에 연방정부에서 전국적으로 세부 사항까지 공통된 정책을 수립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에 이번 정책도 공통으로 적용될 큰 틀 안에서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벌금과 같은 세부 사항은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메르켈 총리가 발표한 외출 자제령은 총 9개의 항목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주요 사항은 2인 초과 모임 금지, 사회적 거리 1.5m 두기, 파티 금지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외출 금지령보다는 다소 완화된 외출 자제령을 발표한 독일이지만, 시행 첫날인 23일 월요일부터 독일 도시는 완전히 달라졌다.
평일, 주말과 관계없이 항상 사람들로 붐비던 시내 중심가는 마치 재난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할 만큼 싸늘하다.
독일 한 도시 번화가에 위치한 도이치방크에는 2명의 고객만 동시 입장이 가능하도록 통제하고 있으며 은행원과 1.5m 떨어진 곳에서 대화하도록 바닥에 선을 표시해 놓고 있다.
독일의 백화점, 장난감 가게, 미용실, 레스토랑 등 거의 모든 상점이 영업중단 안내문을 부착한 채 문을 닫았다. 특히 메르켈 총리가 발표한 9개 항목 중 7번째 항목에는 신체적 접촉이 있는 미용실, 타투, 마사지샵은 치료 목적이 아닌 이상 영업을 중단하도록 했다.
다만 생필품과 관련된 슈퍼마켓, 드럭스토어는 생활에 있어 필수적이기 때문에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드럭 스토어의 경우 관계자가 출입구에서 상점 안의 전체 고객 수를 통제하고 있으며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고객들도 사회적 거리인 1.5m를 지키고 있다.
독일인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까닭은 현재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 상황에 대한 위험 인식과 벌금과 처벌을 의식하고 있는 것도 한 요소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약 1만여 명의 감염자 수를 보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벌금 규정을 보면, 2명 초과 만남의 경우 200유로, 병원 방문 규정을 위반한 경우 200유로를 내야 한다.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독일 젊은이들은 소위 '코로나 파티'라는 명목으로 홈파티, 공원에서의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반발과 항의가 이어지자 정부는 파티를 여는 경우 25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특히 바, 클럽, 디스코텍과 같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의 경우 5천 유로의 벌금을 책정했다.
가장 먼저 외출 자제령을 시행한 독일 바이에른은 코로나 관련 금지사항을 위반할 경우 최대 2만 5천 유로, 즉 한화로 약 3400만 원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을 발표하는 등 초강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와 같은 외출 금지령으로 한국의 대학수학능력 시험과 같은 독일의 아비투어 (Abitur) 시험을 취소한 주도 있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는 독일 주 중 처음으로 모든 아비투어 시험을 취소하기로 했다. 반면 헤센과 라인란트 팔츠 주는 예정대로 아비투어 시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25일 현재 여전히 독일 내 코로나 감염자 수는 하루 3천 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외출 자제령의 효과는 2주 후에 나타날 전망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는 '2주간의 외출 자제령'을 내린 독일이지만, 추후 감염자 수 증가세를 토대로 주정부와 연방 정부가 시행 기간의 연장 또는 강화된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