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긴급생계자금을 조속히 지급해야 한다는 시의원의 질의 도중 퇴장해 버린 권영진 대구시장은 26일 "제가 부족해서 그렇다. 어떨 땐 제 정신이 아닐 때가 많다"며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호소했다.
26일 대구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 나선 권 시장은 '어제(25일) 시의회에서 의원의 질의 도중에 밖으로 나온 부분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이렇게 답했다. 권 시장은 "몸도 거의 한계 상황에 저도 와 있다. 35일째 사무실에서 야전침대 생활을 하고 있다"며 "정신적으로도 많이 피곤하다. 제가 많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부분을 이해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의회에 직접 사과하진 않았지만,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린 긴급 임시회에서 의원 질의 도중 퇴장한 행동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권 시장은 "이번에 참 느낀 게 많다"며 변명도 늘어놨다. "총선 이후 지급"이라고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아 발표한 게 많은 비판과 오해를 불렀다는 것이다. 권 시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에 참 느낀 게 많다. 준비된 곳은 구체적인 계획을 얘기한다. 인터넷 접수는 언제 하고,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나눠주고 대구시는 구체적으로 얘기했다. 현장접수는 언제부터, 인터넷 접수는 언제부터 하고, 현장 수령은 언제부터 우편으로 수령하는 날짜는 언제부터인지, 구체적으로 말씀드렸더니 이것이 화근이 되었다.
여러분이 취재해보시면 알겠지만 구체적으로 언제부터라고 하는 데가 없다. 다 '조속한 시일 내에'라고 한다. 저도 '조속한 시일 내에라고 얘기할 걸'이라는 후회도 든다. 저희가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해 어떤 정치적 오해나 공격 받더라도 추진하겠다.
저는 제 정치를 잊어버린 지 오래다. 오로지 방역적 관점으로 일을 하고 있다. 비판을 받아도 저는 방역적인 관점으로 전문가와 논의해 해야할 일은 하고 있다. 제가 책임질 것이 있으면 제가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다. 방역 책임자로서 할 일은 할 것이다. 그 관점으로만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
권 시장은 지난 23일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 패키지 3종'을 발표 때 '총선 다음날부터 지급한다'고 밝히면서 "정치적인 고려를 해서 결정하지 않았다", "선거사무가 많은 점과 사회적 거리두기, 두 가지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긴급하게 지원해야 할 필요가 큰 상황에서 총선을 이유로 지연되는 데에 많은 비판이 제기됐다. 다음 날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도민 1인당 10만원'이라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밝혀 권 시장과 대조를 이루기도 했다.
24일 대구시는 '긴급생계자금을 우편수령하는 경우엔 10일부터 수령하도록 할 것'이라고 일부 지급 시기를 앞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