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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우리 사회는 뜻밖의 존재를 마주했다. 신천지다. 뜻밖의 사실도 있었다. 3월 24일 0시 기준 9037명의 확진자 가운데 20대 비율이 26.98%(2438명)로 가장 높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천지 교인 중 20대가 많은 점도 있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신천지에서 탈퇴한 20대 청년 3명과 부모를 만났다. 이 기사는 그 마지막회다.[편집자말]
딸이 신천지에 빠진 걸 안 다음 날, 부모는 딸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그리고 빌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가장 가까워야 할 부모 자식 관계가 가장 멀어져 있더라고요. 내가 서연이 말을 들을 준비가 돼야겠다 싶었어요.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엄마한테 얘기해야지 신천지에 얘기했다는 거 자체가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거'라고. '너를 개종시키고 그런 거 난 모른다, 그냥 너와 대화하고 싶다, 담부터 허물자, 엄마가 너무 네 얘기를 안 들어준 거 같다'고 했어요. 내가 잘못했다고 했죠."

3월 26일 서연씨의 아빠(52세)와 엄마(51세)를 만났다. 그들은 마치 어제 일처럼 4년도 훌쩍 지난, 딸을 신천지에서 빼내려 했던 그 날을 설명했다. 서연씨는 앞서 나간 <"나는 거짓말에 중독됐다, 신천지가 콜센터 취업 제안"> 기사의 주인공이다. 그는 "부모님이 믿고 기다려주셔서 신천지에서 빠져나왔다"고 했다. 어떤 강압도 없이 대화만으로 가능했다고 했다. 서연씨 가족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부바
 
 지난 달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덕교회에 신천지 교인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지난 달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덕교회에 신천지 교인 출입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유성호

2015년 10월 어느 날이었다고 한다. 구리이단상담소에서 전화가 왔다. 딸이 신천지에 빠졌다고 했다. 불쾌감이 먼저 밀려왔다. 버럭 화부터 냈다고 한다. 그러자 상담소 측에서는 '딸 물건에서 예은(가명)이란 이름을 발견하면 전화를 달라'고 했다. 그제야 딸 방을 뒤졌다고 한다. 딸 스케줄러에 '예은이가 연락이 안 된다, 이기자 이기자 이기자!!'라고 적혀 있었다. 상담소에 전화를 걸었다. 딸은 신천지 구역장(교인 관리 역할), 예은씨는 구역원이었다고 했다.

딸이 변한 것은 2014년 대학교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모범생 그 자체, 든든한 딸"이었던 서연이가 "내 딸 같지 않았다". 가족 식사에 불참했고, 명절 등 집안 행사 때도 온갖 핑계를 대고 빠졌다고 한다.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고, 대중목욕탕을 가도 방수팩 속에 휴대폰을 갖고 들어가 손에서 놓질 않았다. 그 좋아하던 소고기, 옷에도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가족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킨 서연이를 두고 엄마는 "그림자 같았다"고 했다.

고민만 거듭하던 그때 상담소에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딸이 왜 그러는지 아무것도 몰랐던 엄마는 "(병원에서) 병명이 나온 것처럼 조금은 속이 시원했다, 답답했던 이유를 알았으니 해결책만 찾으면 되겠다 싶었다"고 그때를 돌아봤다.

그 해결책은 딸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무릎을 꿇었던 이유였다.

딸은 대화에 응했다. 하지만 신천지에서 나오자고 결심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엄마를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물론, 자신 앞에서 무릎까지 꿇은 엄마 모습 또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집을 나서면서 딸은 아빠에게 '업어달라'고 했다. 아빠는 다 큰 딸을 업었다. 엄마는 그 옆에서 철철 울었다고 했다. 세 사람은 아파트 현관을 나섰다.

대화

일단 집을 벗어나야 했다. 이미 서연씨는 부모님 연락처, 차 번호, 조부모님 집 주소, 가게 주소까지 모두 신천지에 제출한 상태였다. 신천지가 모르는 곳으로 가야 했다. 그렇게 옮겨 간 모처에서, 서연씨의 첫 마디는 "신천지에서 행복했다, 그 전의 삶은 지옥이었다"였다고 한다. 엄마는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신천지에서 그 고생을 하면서도 왜 행복할까. 그 행복을 왜 부모인 나한테서 못 받고 신천지에서 받았을까... 예전에 딸이 저한테 '속물 같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겠다 싶은 거예요. 부모라는 이름 아래 '좋은 학교 가라, 상류층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만 강요한 거예요. 90점 맞아 오면 100점 못 맞았다고 혼냈죠. 내 입맛대로 애를 끌고 다닌 거죠. 좋은 옷 사주고 좋은 학원 보내면 끝인 거처럼. 애가 나한테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는 다 무시하고요. 그러다가 딸이 신천지에서 신세계를 만난 거예요. 제 잘못이죠."

딸은 엄마에게 말했다. "난 엄마의 기쁨조였다, 앞으로는 그렇게 안 살 거"라고. 엄마는 또 다시 용서를 빌었다. "네가 행복한 대로 살라"고. 그런 엄마의 모습에 딸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연씨에게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고개 안 숙이는 사람"인 줄 알았던 엄마였다. 앞서 신천지에서 빠져나온 예은씨 부모님의 조언도 크게 작용했다.

"딸이 지금 삶이 싫어서 신천지에 갔어요. 그럼 다시 돌아왔을 땐 다른 삶을 살게 해야 돌아오겠죠. '딸이 바뀌는 게 아니고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그 말을 예은이 부모님이 해주셨어요."

팩트 체크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2월 27일 오전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 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27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2월 27일 오전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 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27 ⓒ 연합뉴스

세 사람의 대화는 2주 넘게 이어졌다. 큰 변화는 없었다고 한다. 우는 엄마를 안아주긴 했지만, 딸은 여전히 "여기서 나가면 신천지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내가 20년을 키웠는데, 신천지에서 100년 넘게 산 거처럼 완전히 기준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세포 조직을 다 바꿔놓은 거 같았어요. 딸이 하는 말이 '나중에 내가 제사장이 되면 금은보화를 들고 와서 지금 못한 효도를 하겠다'더군요. 엄마·아빠를 사랑하니까 신천지를 더 내려놓을 수 없었던 거예요. 부모한테 '성령훼방죄(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죄)'를 짓게 할 수 없었던 거죠. 우리 지옥 갈까봐. 그걸 깨달으니까 너무 미안하고 불쌍하고, 나보다 낫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세 사람은 약속 했다. "우리가 신천지로 가든, 네가 나오든, 가족이니까 하나가 되자"고 했다.

구리이단상담소에 도움도 요청했다. 상담 과정에서 서연씨는 "검찰도, 방송국도, 다 뇌물을 먹고 조작한 것"이라며 "난 내 눈으로 본 만국회의(신천지 내 행사)만 믿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만희 선생님의 세계 평화 노력을 지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인사들이 몰려왔다"는 것이다. '팩트 체크'에 나섰다. 만국회의 참석 인사 명단을 확인했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 부총리는 그 시점에 한국에 있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털어 내면서 신천지가 거짓이란 걸" 딸이 알아갔다. 엄마와 아빠가 자신을 위해 그런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딸의 마음도 열렸다. 3주가 지났다. 딸이 "이제 됐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가 알고 있던 서연씨가 돌아왔다. 엄마는 딸에게 부탁했다. "엄마가 잘못하는 게 있다면 그 때 그 때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약속했다. "고치겠다"고, "배우겠다"고, "앞으로는 명령조로 말하지 않고 의논하겠다"고도 했다.

전쟁... 약속   

그런데, 전쟁이 시작됐다. 엄마는 "안에 있던 3주보다 나와서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아빠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서연씨가 모든 걸 놔버렸다. 한때 전부였던 신천지를 내려놓고 나니 남은 게 없었다.

"그 안에 있는 친구들, 세상은 손가락질하잖아요. 본인은 진심이었는데 모든 게 거짓이 되어버린 거죠. 그 순수한 마음이 완전히 묵사발 됐죠... 이제는 그 어떤 것도 결정할 자신이 없어졌대요. 신천지를 선택한 것도 본인이니까요. 그냥 지켜만 봤어요. 우리 딸이 이겨낼 거라고 믿었어요. 지금 굉장히 큰 암 덩어리를 제거해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방사선 치료도 해야 하고 회복도 해야 한다고 봤어요. 그 대신 우리는 그 때 했던 약속들을 지키자, 그렇게 그 시간들을 보냈어요."

엄마는, 아빠는 기다렸다. 재촉하지 않았다. 어림잡아 "신천지에 있던 시간의 두 배"라고 했다. 2년이 흘렀다.

"딸과 함께 선교를 간 나라가 있었어요. 길에 온통 똥 천지고 물도 먹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곳이었어요. 저도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선교 다녀와서 딸이 '저 바닥에 똥이 지금 내 마음'이라면서 '저 사람들은 똥밭에서도 행복한데, 나는 그저 막 살려고 했다, 이제는 막 살지 않겠다'고 하는 거예요. '이제 됐다'면서요. '엄마·아빠가 약속들을 지키고 있고, 노력하고 있고, 변한 모습에 용기를 갖게 됐다'고 했어요."

엄마는 "신천지 전과 후로 보면 우리 가족이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딸이 치른 대가로 우리가 너무 많은 걸 받았다, 집에 가면 리모컨만 찾는 게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신천지에 빠진 아이를 둔 부모들과 상담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 때, 자신들에게 딸이 아니라 부모가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해준 예은씨 부모님처럼.

다시, 부모
 
 지난 달 2일 '코로나19' 기자회견 당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모습.
지난 달 2일 '코로나19' 기자회견 당시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모습. ⓒ 공동취재사진

신천지에 빠진 아이를 둔 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엄마 "처음엔 배신감에 화 많이 나실 거예요. '내가 이만희 종노릇하라고 키웠어?' 이런 마음이 들죠. 그런데 그 분노가 오래 가면 안 돼요. 최대한 빨리 삭히세요. 그리고 아이가 신천지를 왜 받아들였는지 생각해 봐야 해요. 그게 고리예요. 들어간 계기가 있다면 그 계기로 나와야 하거든요. 이걸 찾아내셔야 합니다. 그리고 화목한 가정들은 솔직히 아이 빼내기가 쉬워요. 불화가 많은 가정은 힘들어요. 그런 부모님들한테는 그래요. '애들 꺼내려 하지 말고 부모님 관계부터 회복하시라'고. 가정에 불화가 많아서 신천지가 지옥이어도 거기 있겠다고 말하는 애들, 꽤 봤어요. 결국 부모 탓이에요."

아빠 "신천지임이 드러난 아이 중에 자해하는 애들이 있어요. 자해한 건 안 아픈데 부모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게 더 아프다고 해요. 애들은 그런 마음으로 거기 있는 거예요. 그 마음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신천지에 빠져 있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아빠는 "기성세대들이 너무 잘못해서 신천지에 빠지고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이미 나온 애들한테 한 마디 한다면, '너희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엄마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신천지에 있다 나온 애들, 진짜 일 잘해요. 신천지에서 그렇게 힘들게 했는데 사회에서 뭘 못하겠어요. 그러니까 선입견 갖지 말아주세요. 많이 아팠다가 사회에 나온 아이들이잖아요. 보듬어주세요, 부디. 그리고, (코로나19 지나고 나서) 신천지를 잊으면 안돼요.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진화해서 곳곳에 침투해요. 옛날에 '다시 보자 간첩' 그랬잖아요. 정말로 '잊지 말자 신천지'예요."


[긴급기획 / 신천지와 20대]
[① 중독] "나는 거짓말에 중독됐다, 신천지가 콜센터 취업 제안"
[② 위로] "신천지 안에서는 모두 인정받는다"
[③ 그물] "신천지도 반드시 텔레그램을 쓴다"

#신천지#20대#이만희#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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