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이 쉬운 해고제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완화 등 반 노동악법적 입법 개선과제를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23일 경총이 제출한 경제, 노동에 대한 8대 분야 40개 입법 개선 과제를 담은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경영계 건의'는 법인세와 상속세율 인하 등 재벌에게 유리한 내용과 일반 해고제 도입,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대폭 축소 등 노동자들의 생존과 생명을 위협하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보다 앞서 3월 16일에는 전경련이 규제완화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탄력근로제 기간확대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경총 해체'라는 구호를 들고 4월 1일(수) 오후 2시 부산 경총(범일동 동일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회를 맡은 김병준 민주노총 부산본부 조직국장은 "IMF 구제금융 당시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도 자본과 정부는 노동의 끝없는 희생을 요구했다. 자본에는 구제 금융을 하면서 노동자는 해고와 임금 삭감도 모자라 비정규직으로 내몰았다"라며 "막대한 구제금융 어디에도 노동자 민중의 몫은 없었다. 노동자 민중은 더 이상 희생을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어서 김 국장은 "경총이 최근 선결제를 하자며 착한 소비자 운동을 벌이고 있나 보다. 경총 회원사인 재벌들의 사내유보금만 털어도 착하고 선하며 가난한 소비자들이 없는 주머니를 털어 선결제까지 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여는 발언을 한 이태환 민주노총 부산본부 부본부장은 "경총의 요구는 재벌 체제 강화를 위한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저임금, 장시간, 비정규, 무노조 경영을 강화할 절호의 기회라는 듯 정부와 국회에 끝도 없이 노동개악을 주문하고 있다"라면서 "심지어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조차 없애려 한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개탄했다.
이 부본부장은 이어서 "노동자는 위기의 제물이 아니다. 탐욕스러운 재벌의 배를 채워줄 먹잇감도 아니다"라며 "코로나 위기를 빌미로 노동자, 민중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재벌 체제와 그 첨병 경총을 해체하자"라고 외쳤다.
정홍형 금속노조 부양지부 수석 부지부장은 "전 세계가 얼어붙은 이때야말로 전 민중들의 협력과 자발적인 연대를 실천할 때다. 그런데 경총은 노동자를 죽이고 재벌을 더 잘 살게 해주자고 한다"라면서 "경총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자각이 있는지, 민중들과 함께 살아도 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 수석 부지부장은 "지금이야말로 재벌과 대기업이 쌓아놓은 수천, 수백 조의 사내유보금을 풀어야 할 때이며 이것이야말로 국가적 재난을 함께 극복하겠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마음보다 위기에 올라타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총의 노림수가 상황을 부풀리고 공포를 키운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마트노조 부산본부 수석 부본부장은 "경총이 정부에 주문한 대기업 특혜 요구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지원해야 할 재원을 약탈하겠다는 것이며 국가 재난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반사회적 행동"이라며 "위기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들에게 칼 끝을 겨누는 경총과 재벌을 반드시 해체하자"라고 말했다.
마무리 발언을 한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IMF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하며 국난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노동자, 민중이었다. IMF가 끝나고 이전에 없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생겼고 재벌은 더 거대해졌다"라며 "위기가 있을 때마다 늘 희생양이 되는 건 결혼반지, 돌 반지조차 아낌없이 바쳤던 노동자 민중들이었다. 그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고 보상은커녕 비정규직이 되어 정리해고 위기에 몰려야 했다"라고 분노했다.
김 본부장은 "생산과 소비가 다 얼어붙은 세계적 재난 시국에 전경련과 경총은 고통을 분담할 생각은 않고 이 틈을 타 더 거대한 부를 축적하려 한다. 노동자를 수탈하고 착취해서 쌓아놓은 재벌의 950조 사내유보금을 토해내야 한다"라며 "경제 구조를 바꾸고 경제 자립도를 높이는 일, 기존 정치권은 못한다. 노동자, 민중이 하자"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대표단은 기자회견 후 동일타워 11층에 있는 경총 사무실을 항의방문했으나 복도와 사무실 모두 불을 끈 채 문이 잠겨 있었다. 대표단은 경총 해체 요구와 노동자들의 분노를 담은 손팻말을 출입문과 복도 곳곳에 부착한 후 "재벌의 앞잡이 경총은 해체하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