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민신문이 생애 첫 투표를 앞둔 스무 살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만 18세부터 만 21세까지 6명이 모여 가볍게 얘기를 나눴습니다. 가벼운 기획이었지만 담론은 가볍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물코 방과 후 대안학교 졸업생 6인을 지난 11일 봉담 그물코학교에서 만나 평소 관심사와 생애 첫 투표 소감, 공교육 제도권에서 받은 정치 관련 교육 등이 무엇이었는지 물었습니다.
인터뷰 참석자는 고한비(여, 만 20세, 대학생), 정희돈(남, 만 20세, 대학생), 김원(남, 만 21세,대학생), 진상민(여, 만 19세, 대학생), 김대솔(남, 만 20세, 대학생), 김지현(여, 만 18세, 대학생) 6명 학생입니다. 김원 학생은 2년 전 기초의원선거 때 투표를 한 '유'경험자였으나, 인터뷰에 함께 참여해 경험을 나눴습니다.
- 만나서 반갑다. 현재 제일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대솔: "소수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 페미니즘, 성 소수자,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다. 현재 정의당 평당원으로 성 소수자 위원회와 장애인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원 : "6월 입대를 앞두고 있다. 음악에 관심이 많다. 가장 가까운 목표는 앨범을 내는 거다.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으며 작곡을 하고 싶다."
지현 : "성인으로 해야 할 방식과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교육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비 : "코로나19로 집에 있으면서 극단의 스트리밍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뮤지컬이나 일반 연극의 공연실황을 주로 본다."
희돈 : "5월 입대를 앞두고 있다. 내 인생에 관심이 많다. 어떻게 살게 될지 궁금하다. 대학에 입학만 하면 미래가 명확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인 것을 알았다. 현실과 타협해서 어떻게 변하게 될지 모르겠다."
상민 : "청년 창업에 관심이 있다. 지원받을 방법을 모색 중이다."
- 처음으로 투표를 한다. 소감이 어떤가.
한비 : "사실 너무 모르고 있어서 부끄럽다. 관심이 솔직하게 정치에 가지 않는다.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집으로 온 공보물과 부모님 얘기를 토대로 마음을 정했다. 사실 이렇게 아는 게 없는데 투표해도 되겠냐는 생각을 한다."
희돈 : "고등학교 때까지 뉴스도 챙겨보고 더 관심이 있었는데, 대학 진학하면서 거리가 멀어졌다. 기숙사에 텔레비전이 없는게 이유일까 싶다. 당명도 그때와 많이 바뀌어서 잘 모른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선거철에 공보물이나 그때 나오는 정치인의 말이 투표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원 : "생일이 빨라서 2년 전 부모님 의견에 따라 수동적으로 찍었다. 이번에는 사전교육을 부모님에게 받았다. 사전투표를 하고 나서야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찍고 난 후 공약을 찾아봤다. 잘 뽑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상미 : "희돈처럼 고등학교 때 외려 지금보다 더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청소년 집회도 꾸려서 18세 선거권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대학생 되고 나서 관심이 없어졌다. 당장 코앞에 일에 너무 바빠서. 뉴스를 작년에 많이 안 봤다. 선거철 되면서 관심을 두고 알아봤다."
대솔 : "사전투표 참관인으로 활동했다. 청소년들도 유권자로 됐다는 점과 성인이 돼서 유권자로 투표를 행사한다는 점이 성년으로 인정받은 기분이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지현 : "정치에 솔직히 좀 지친 부분이 있다. 부모님이 정치에 관심이 많으신데, 외려 나는 그것을 보면서 관심을 줄였다. 총선을 앞두고 기사와 댓글 등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민주시민교육 교과서는 받았지만 정작, 실질적 교육은 없었다."
- 그렇다면 공교육에서 민주시민 교육이나, 정치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가?
한비 : "솔직히 민주시민 교육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학교에서 법과 정치 과목 일부로서 배우긴 했다. 그 이상을 배우거나 깊이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실생활정치와 연결할 게 없다. 그 교육을 통해서 정치에 관심을 두거나 아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희돈 : "민주시민 교육 교과서를 받았지만 펼쳐보진 않았다. 학교 반장선거나 전교 회장 선거할 때 이론적으로 알던 것을 몸으로 배웠던 것 같다. 표심을 얻기 위해 몸으로 행동하는 것을 느꼈다. 민주시민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진다면, 일방적 교육이 아닌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모의투표 같은."
원 : "학교 다닐 때 대선 모의투표를 해본 적이 있다. 정치에 관심 없다가 친구들과 모의투표를 가지고 직접 찾아보고 부딪히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상민 : "민주시민 교육 받은 적이 없다. 학교가 보수적이어서 학생 공약을 학교가 수용하지 않았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학교부터 학생 의견을 수용하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대솔 : "학교 다닐 때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가 있었다. 시민사회단체가 정치 참여와 공론장의 접근 기회를 학생들에게 많이 부여해줬으면 좋겠다. 그 경험이 정치에 관심을 두는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지현 : "신설고교였고 민주시민교육교과서는 찢어서 비행기 날리는 용도였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 학생회장은 인기투표에 불과했다. 학생 때 세월호 캠페인으로 담장에 리본 묶기를 진행한 적 있었는데,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떼라고 해서 뗐던 기억이 있다."
대솔 : "학생회 투표가 인기투표나 장난처럼 되는 이유는 학교가 학생회에 권한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회가 무언가 권한을 갖고 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상민 : "고3 학생이 유권자가 됐다 해도 입시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의 권리를 요구하고 정치 활동을 하기에는 입시 압박감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한비 : "학교 다닐 때도 학생회장 선거에 비관적이고 부정적이었다. 학생회장을 뽑는다고 저 공약이 실현될까, 그런 부정적인 경험과 실패의 경험이 성인이 돼서도 연장선처럼 존재한다. 저 정치인의 공약이 정말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라는."
희돈 : "그 연장선에 수직선을 그어보자면 내가 나온 학교는 사립학교였고, 1960년 개교한 전통 있는 학교였다. 그리고 학생회가 잘됐었다. 매주 교장과 학생회장이 면담을 했었다."
지현 : "성인이 돼서도 학생 때 경험을 떠올리고 지치는 것도 같다. 그러나 교육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꼭 민주시민 교육의 시작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첫 시작은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공론의 장에 참여할 수 있는 동기를 유발해주는 사회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화성시민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