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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이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 놓인 보건의료노동자의 목소리를 알리고자 합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코로나19 일일 상황보고 체계를 통해 개별 의료기관의 문제를 중앙에서 취합하고, 지방의료원지부, 특수목적 공공병원지부 등 의료기관 특성별 간담회를 가지며 현장 고충을 한데 모아 제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현장의 목소리'에 등장하는 인터뷰는 모두 보건의료노조 산하 지부 노동자들의 목소리임을 밝힙니다. [편집자말]
 정신건강 질환자를 진료하려면 일반 환자를 진료할 때보다 더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다.
정신건강 질환자를 진료하려면 일반 환자를 진료할 때보다 더 많은 의료진이 필요하다. ⓒ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퍼져간다. 정신건강 질환자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한편에 전국에서 최초로 정신건강 질환자 전담 24시간 코로나19 선별진료소(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 선별진료소)가 꾸려졌다. 병원 별관의 2개 음압병상을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개원을 준비하던 경기도립정신병원의 정신건강 전문 의료진이 지난 3월 23일부터 파견 근무하고 있다.

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 선별진료소에 파견 근무 중인 A씨는 "일반 선별진료소에선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이 온다"라면서 "일반 선별진료소에서 검사하더라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 조치와 케어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중증·응급 정신건강 질환 환자들은 정신건강 전문 의료인력이 아니라면 감당하기 힘들다.

"자살을 시도하신 분들이나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환자 분들이 경찰 분들이랑 같이 오세요. 오시면 일단 진정시켜드리고, 코로나 검사를 한 뒤 음압병상에 격리해요. 음성 조치가 나올 때까지 케어해 드리면서 입원하실 다른 병원을 알아보죠." 

정신병원은 병동 특성상 집단감염에 취약하기에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신병원들은 신규 환자 입원을 기피하고 있다.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은 환자만 입원을 허용한다.

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 선별진료소는 응급 정신건강 질환 환자를 입원시키기 전까지 맡는다. 확산세가 줄었다지만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여전히 늘고 있다. 환자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의료진은 전신 보호복을 입고 환자를 상대한다.  

"환자에게 물린 직원도 있어요. 방호복이 찢기기도 하죠. 지금까지 이곳을 거친 환자는 다행히 모두 음성이었지만, '혹시 양성 환자면 어쩌나'하는 걱정을 계속 하죠. 바로 감염될 수도 있으니까요."
  
중증 정신건강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진료하기란 쉽지 않다. 경험 많은 정신건강 전문 의료인력이라지만, 방호복을 여러 차례 찢기면서 섬뜩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 선별진료소에서 파견 근무 중인 B씨는 "항상 마음을 졸이며 검사를 하고 있다"면서 격리된 환자가 TV를 비롯해 여러 기물을 파손한 일을 토로하기도 했다.

'양성' 나오면 갈 곳이 없다

문제는 선별진료소에 온 정신건강 질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A씨는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어디로 입원시킬 수 있을지 논의 중이지만 답이 없다"면서 "지금까지 이곳을 거친 분들은 다행히 모두 음성이었지만, 양성 판정이 나오면 갈 곳이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립정신병원 중 음압병동이 있는 곳은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유일하다. 하지만 3월 23일 전담 선별진료소를 열고 한 달여가 지날 때까지 국립정신건강센터에는 비어있는 음압병실이 없었다. 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 선별진료소에 계속 머물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에서 검사받은 환자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머물고, 음성이 나오면 다른 병원으로 입원한다. 이곳은 음압병상이 두 개에 불과해 확진자를 계속 치료하게 되면 검사할 수 있는 다른 응급 정신건강 환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중증 정신건강 질환 환자가 일반 코로나19 치료 병원으로 갈 수도 없는 일이다. 정신건강 질환자 치료 경험이 없는 일반 의료진은 응급·중증 정신질환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정신건강 질환자가 격리 중 탈출을 감행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게 단적인 사례다. 정신건강 질환자는 코로나19 앞에서 갈 곳을 잃는다.

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선별진료소가 운영된 지 한 달이 다 돼서야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국립정신건강센터로 후송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도 사람을 가리지 않고 엄습하는 코로나19를 마주하는 의료진의 걱정은 끝나지 않는다. 언제 또 청도 대남병원과 같은 집단 감염이 발생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또다시 정신건강 질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자리는 사라진다.

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 선별진료소의 운영 전망조차 불투명하다.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경기도립정신병원 의료진은 원래 4월 19일까지만 파견근무를 하겠다고 약속받았다. 하지만 약속했던 기간이 다 되어가도 대체할 인력이 구해지지 않아 5월 20일까지 파견 근무를 연장하기로 했다.

경기도 광역 정신보건센터에서 채용한 인력들이 교육훈련을 거쳐 이후 선별진료소를 담당하기로 했지만 A씨는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A씨는 "정신건강 질환 병동 경험이 없는 의료진이 교육훈련을 받는다고 해도 제대로 전담 선별진료소를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도 대남병원을 비롯해 여러 정신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취약한 정신 병동 상태가 주목을 받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정신병원을 고위험집단으로 규정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건강 질환자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와 격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서 경기도 정신건강 위기대응 선별진료소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파견 근무 인력으로만 구성돼 있고,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입원시킬 병상조차 마련돼있지 않다. 정신건강 질환자들은 여타 국민들과는 다르게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A씨는 한 달 가까이 전담 선별진료소에서 일한 경험을 돌아보며 "정부가 정신질환자를 위한 운영과 관리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빠른 방역조치로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 발생 석 달이 돼가는 지금까지도 정신건강 질환자들은 시야 밖에 머물고 있다.

발빠르게 정신건강 질환자 대상 선별진료소 운영을 점검해 제대로 지원해야 한다. 정신건강 질환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정신건강 전문 의료인력과 감염병 전문 의료인력에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절실하다. 위기는 늘 약자부터 덮친다고 했다. 사회적 약자인 정신질환 환자를 이제부터라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보호해야 한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별관에 위치한 정신건강 질환자 전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별관에 위치한 정신건강 질환자 전담 코로나19 선별진료소 ⓒ 보건의료노조

#코로나19#선별진료소#정신건강#정신질환자#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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