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모욕을 감수하겠습니다. 수개표로 재검만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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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총선 인천 연수을에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한 민경욱 미래통합당 의원의 일성입니다. 극우 성향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와 민경욱 의원은 선거 결과 발표 이후 사전투표 조작 의혹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4만 9913표(39.49%)를 얻어 5만 2806표(41.78%)를 얻은 정일영 후보에 졌습니다.
지난 22일 민경욱 의원의 소개로 인천범시민단체연합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인천 연수을의 경우, 관외사전투표 대비 관내사전투표 비율이 모든 후보가 0.39"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자회견 후 선관위는 즉각 보도자료를 내 "전국 253개 선거구 중에서 11개 선거구(4.3%)만이 같은 비율이므로 전국적으로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고도 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 등은 "반성하고 혁신을 결의해야 될 시점에 사전투표 의혹론을 물면 안 된다"라고 의혹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민 의원은 재검표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피어오르는 재검표 요구, 절차는 어떻게 되고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절차] 선거·당선소송은 대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은 지방법원에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소청 혹은 소송을 걸 수 있습니다.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선거소청'을, 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의 경우엔 '선거소송' '당선소송'이 가능합니다. 선거소송은 쉽게 말해 '이 선거 자체가 무효야!'라는 것이고, 당선소송은 '이 당선, 난 반댈세'라는 겁니다. 소청과 소송을 다루는 기관 역시
다릅니다. 지방선거 선거소청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과 총선의 선거·당선소송은 대법원이 관장합니다(공직선거법 219조, 222조, 223조).
선거에 이의가 있는 자가 해야 할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증거보전신청'입니다. 이것은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이나 후보자가 할 수 있는 조치인데, 관할 지방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민경욱 의원과 대법원 그리고 인천지방법원 등에 확인한 결과, 23일 현재 민 의원은 아직 선거·당선소송과 증거보전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민 의원은 <오마이뉴스>에 "서류 보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선거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돼 재검표가 결정나면 대법원이 나섭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 4명으로 꾸려진 소부에서 사건을 심리해 재검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대법관 참관 하에 재검표를 진행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비용] 문병호 "소송·증거보전비용 1000만 원가량, 변호사 비용 빼고"
민경욱 의원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검표에 드는 비용이 5000만 원이라고 한다"라면서 자신의 후원계좌가 적힌 명함을 올렸습니다. 큰돈이 들기 때문에 지지자들에게 도움을 구한 겁니다.
그렇다면 실제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크게 세 분야에 돈이 들어갑니다. 첫째 소송비용, 둘째 증거보전비용, 셋째 변호사 비용입니다.
대법원·인천지방법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소송에 따른 인지대나 송달비용은 각각 1만 원, 4800원가량으로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증거보전·재검표 등에 따른 비용은 소송 내용에 따라 달라집니다. 증거보전신청 대상 투표함 수, 그 투표함을 옮기는 사람·트럭의 수, 재검표가 이뤄질 경우 현장 재검표 인력 인건비 등에 비용이 소요됩니다. 법원 관계자들은 민경욱 의원 건에 대해서는 "아직 소송이나 증거보전신청이 이뤄진 게 없기 때문에 특정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0대 총선(
2016년) 이후 선거·당선소송을 모두 제기하고 재검표까지 했던 문병호 전 의원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변호사 비용 빼고 법원에 낸 돈만 따지면 1000만 원가량 들었던 기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히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 재검표만 해도 50명 정도가 투입됐는데 1인당 인건비를 10만 원만 잡아 500만 원 정도 들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내 경우 두 후보간 표 차이가 적어서 제기된 소송·재검표라 변호사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게 들었다"라고 전했습니다. 민 의원이 제기하는 '사전투표 조작설'이 소송으로 갈 경우 변호사 비용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투표함을 다시 열고 재검표를 하는 수준이 아니니까요. 민 의원이 산출한 '재검표 비용 5000만 원'에는 변호사 비용도 포함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인천 부평갑에 출마했습니다. 개표 결과 26표 차이로 낙선했지만, 그는 당선인이었던 정유섭 새누리당 후보를 상대로 선거·당선소송을 걸고 재검표까지 갔습니다. 그러나 재검표 결과 두 후보간 표 차이는 23표로 확인돼, 당락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개표조작 의혹 제기 사과한 서청원 대표
그렇다면 재검표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부분 당락이 뒤바뀌진 않았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당선하자 이회창 후보를 내세웠던 한나라당은 당선무효소송을 걸었습니다. 그때도 일각에서는 개표조작 의혹이 일었죠.
대선 한 달여 뒤, 80개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가 이뤄졌지만 결과를 뒤집진 못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서청원 의원(현 우리공화당)은 개표조작 의혹 제기에 대한 사과와 함께 당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2000년 16대 총선은 재검표가 유난히 많이 이뤄졌습니다. 당시 9명의 낙선 후보자가 소송을 걸었지만 개표 결과를 바꾸진 못했습니다. 군포 지역구에서는 김부겸 당시 한나라당 후보(현 민주당 의원)를 대상으로 한 재검표가 이뤄졌는데 개표 당시 260표 차를 254표 차이로 줄이는 데 그쳤습니다. 또한 문학진 당시 민주당 후보는 개표결과 3표 차이로 져서 '문세표'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재검표 결과 2표 차이로 졌음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21대 총선 이후 민주당 후보가 재검표를 고심했다가 철회한 사례도 있습니다. 인천 동구미추홀 지역구에서 171표 차이로 낙선한 남영희 민주당 후보인데요. 그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0년간 100표 이상의 재검표가 뒤집어진 경우는 없다"라며 "잠시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후보의 삐뚤어진 눈 때문이었다, 제 눈과 머리를 다시 제자리로 돌리고 보니 저의 판단은 착오였다"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