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이 존중받는 은평, 녹색환경과 협동조합이 살아있는 은평을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정의당 부대표 김종민 후보는 4.5% 득표율을 얻었다. 김 후보는 전략공천으로 뒤늦게 은평에 합류해 선거운동 기간이 짧았기에 다소 아쉬운 성적표임에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은평시민신문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6127표를 얻은 정의당 김종민 후보를 만나 총선 이후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는 지난 22일 은평시민신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총선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지하철, 유동인구 많은 곳, 시장, 시민사회단체 등을 다니면서 낙선 인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다. 제가 부족했다 말씀드리면 격려도 많이 해주신다. 앞으로 정의당 은평이 어떤 활동을 할 것인지 비전과 제가 중앙당 부대표를 맡고 있어서 이번 정의당 선거결과를 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해고 위협에 빠진 노동자나 중소 상인에 대한 지원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을 하고 있다."
- 이번 선거결과를 어떻게 보는지?
"정치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이만큼이라도 지지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후보 입장에서 봤을 때는 조금 아쉬운 성적표는 맞다. 선거 준비기간이 짧았고 전략 공천된 후보로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는 생각이다. 정의당 정당 지지가 전국적으로 10% 가까이 회복된 건 감사한 일이다.
처음 비례정당 논란이 있을 때 정의당이 원칙을 지키는 모습이 다소 고집스럽게 보이고 진보 개혁에 패배를 가져오는 건 아닌가, 정의당이 너무 과도한 원칙만을 부리는 게 아니냐 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하지만 선거가 진행되면서 원칙을 지키는 정당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시각에서 지지율이 회복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거대 정당의 비례 위성정당 때문에 의석수에서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나, 제3정당의 위치를 확고히 했고 향후 거대 양당의 국회가 제3정당에 거는 반대급부적 기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나가는 가가 다음 대선, 지방선거를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은평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정의당 정당지지율이 조금 높았다. 민주당에 대한 레드카드, 회초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후보 지지보다는 정당 지지로 많이 하면서 그런 효과를 노린 게 아닌가 생각된다."
- 이번 총선에서 시민들을 만나면서 느낀 지역 민심은 어땠는지?
"확실히 혁신하지 않는 보수정치에 대한 심판이 강했고 정부가 방역을 잘 하고 있는데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코로나에 따른 민생 위기에 대해 정의당이 해고문제, 중고 상인 폐업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고마움 등을 많이 표현해주셨다.
광역자원순환센터 백지화를 요구하는 진관동 주민들의 목소리와 열정을 확실히 느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진관동에서 정의당 지지율이 높게 나왔는데 그 이유는 결국 광역자원순환센터 추진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아닌가한다."
- 연신내 일대 등 상가 분위기는 어땠는지?
"민생119센터 만들고 갈현동, 연서시장, 대림시장 쪽을 방문했다. 연서시장, 대림시장은 그나마 괜찮은데 그 안쪽, 한 블록 더 들어간 골목은 심각한 매출 감소가 있었던 것을 알게 됐다.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아갔는데 5군데가 문을 닫았다. 코로나 때문에 중소상인들이 참고는 있지만 현실 위기가 심각하다. 정부의 대출 방식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이 많았는데 중소상인대책이라는 게 중규모 상인들 대책이지 소규모 대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출을 하러 가면 조건이 너무 까다롭고 결국 사채냐 폐점이냐의 갈등으로 가게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확실히 중소상인들이 갖는 민생의 위기감이 크다는 걸 느꼈다.
중소상인들은 공과금 면제, 보험금 면제, 부가세 면제, 임대료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당도 중소상인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임대료 지원을 얘기했는데 은평지역에서 수집한 상인들의 의견을 중앙당에 보고하면서 정의당의 정책이 되었다. 현실의 이야기가 직접 정치에 반영되는 경험, 그런 것들이 정의당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주민연대모임 등을 만들어서 민생 요구가 정부 정책과 연계되도록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이번 총선에서 광역자원순환센터는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진관동 민심은 광역자원순환센터를 그냥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반대 시그널을 줬다고 생각한다. 밀어붙이면서 형식적 의견수렴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고양시에서도 환경 시설문제가 총선 때 쟁점으로 떠올랐다. 밀어붙이기 방식으로 하면 주민들이 정치와 갈등하는 양상으로 깊어지고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든다. 민주당이 승리했으니 그냥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는 것보다는 진관동 주민들이 조금 다른 표심을 보였다는 걸 보고 결정했으면 한다."
- 정의당이 은평에서 꾸준하게 활동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앞으로의 계획은?
"정의당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정당 지지율이 높게 나왔지만 아직은 지역 정치에서 정의당이 역할이 적었다는 걸 평가해준 선거결과였다. 앞으로는 은평에서 정의당의 활동을 강화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크게 세 가지를 해볼 생각이다.
첫째로 당원들이 은평 지역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 당원 모두가 은평의 시민단체, 협동조합에 가입해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 정의당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자는 제안을 했다. 두 번째는 다음 지방선거에서 전 지역구에 출마를 하자는 제안을 했다. 정의당이 보통 한두 명의 후보를 전략적으로 내는데 그러다 보니 적극성이 떨어진다. 그러지 말고 강한 정당의 이미지를 갖고 모든 지역에 서 한번 해 보겠다고 해야 지역사회 정치에 충실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세 번째는 은평 지역 내의 민생 문제,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 겪는 중소 상인, 해고된 노동자에 대해 확실한 비빌 언덕이 되고 민생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저 역시 부대표이기는 하지만 은평 지역 내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는 정치인이 되겠다."
- 김종민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대의민주주의는 주민들의 뜻에 따라 정치는 대변하는 건데 현실은 선거 때만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고 뽑힌 권력은 그 다음부터 4년간 자기 생각을 관철시킨다. 저는 변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4년에 한 번 선거를 해서 뽑혔는데 주민들의 의견과 나의 의견이 다를 때 주민들의 의견을 따르고 내 정치를 포기할 줄 알아야 하고 그게 책임 있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직접민주주의로 표현되는 정치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정치란 대변하는 것이지 대의하는 것만이 아니라고 생각이다. 저는 대학 시절부터 꿈이 있었고 국민들 모두가 평등하고, 모든 사회의 가치는 정의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꿈과 현실의 간극을 없애는 가장 빠른 길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 정치인생에서 제일 기뻤던 순간을 꼽아보자면?
"예전에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가 쫓겨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세입자들이 아무런 권한이 없고 보증금만 받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세입자들과 같이 연대 투쟁하는 과정에서 구의원 선거를 출마했는데 그 때 공약이 재개발 지역 세입자도 임대 주택 입주권을 보장하고 최소한의 이사비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이 민주노동당을 통해 입법화됐고 통과됐다. 이제 재개발 지역 주민들은 최소한 보장받을 수 있는 게 생겼다. 내가 생각한 마음이, 세입자가 원하는 바가 일관되고 정책적으로 통과됐을 때 정치인으로서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