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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오마이뉴스>의 기사에서 다음의 내용을 읽었다(관련기사 : 초·중·고 364만명 가정에 농산물꾸러미 배달된다).
 
정부와 여당은 27일 "코로나 사태에 따른 온라인 개학으로 학교 급식이 중단된 상황에서 학생 건강 증진과 학부모 부담 경감, 농가 지원을 위해 초·중·고 학생을 둔 가정에 농산물꾸러미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경기·광주·대전·충북·전북·전남·경남 등 8곳의 초·중·고 학생 364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예산은 학교 급식 중단으로 발생된 무상급식 식품지원비 약 2717억원이 활용된다.
 
다음 날(4월 28일) 지인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을 읽었다.
 
농산물 꾸러미 택배 발송 현장. 군산학교급식지원센터를 방문했습니다. 학교급식 농산물 꾸러미를 학생 가정으로 택배 발송하는 현장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꾸러미에는 방울토마토, 잡곡쌀, 멸치, 야채 등 10가지 품목이 들어있습니다. (3만2000원 상당) 군산센터는 어제 1800가구, 오늘 3천 가구를 발송한답니다.
 
군산학교급식지원센터라는 곳을 알게 된 건 3년 전이다. 당시 학생들과 군산시 성산면 일대로 농촌 봉사활동을 나간 적이 있었다. 활동 후 군산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센터의 역할과 활동을 들었다. 특히 당일 먹은 음식 모두 그곳 농민들이 직접 기른 친환경 식재료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들었다. 

교육에 관한 소식이라면 남들보다 발 빠르게 알려고 노력하는 나인데 왜 농산물 꾸러미 택배 발송 소식은 몰랐지? 어느덧 두 아이 모두 초·중·고를 지나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 나도 무상급식과 직접 관련이 없게 됐다는 점을 깜빡 잊고 있었다.

판로 못 찾으면 폐기처분...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군산학교급식지원센터
군산학교급식지원센터 ⓒ 박향숙
 
직접 현장에 가서 '군산 농산물 가족꾸러미'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학생 집까지 배달되는지 듣고 싶었다. 다행히 지인이 근무하는 곳이어서 편하게 차를 마시면서 얘기를 들었다.

다음은 군산 우리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군산학교급식지원센터의 채상원 센터장과 나눈 대화다.

- 코로나 여파, 묻기도 미안한데요, 어떻게 보내세요? 농산물 꾸러미 이야기도 듣고 싶고요.
"죽을 맛이죠. 4개월째 월급을 못 받았죠. 직원이 40여 명인데 모두 같은 형편이예요."

- 4개월이나요? 학원하는 내가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네요.
"학교 급식은 농가와의 선계약재배로 이루어지는데, 학교가 운영을 안 하니 재배한 것들을 몽땅 버려야 하는거죠. 당연히 농민들은 수익금을 얻을 수가 없고요."

- 그럼 길러진 작물들은 어떻게 처리되나요?
"폐기처분되는데, 로터리를 치면(트랙터로 흙을 갈아엎으면) 안 돼서 일일이 농민들이 작물을 뽑아내어 처분했습니다."

잘 운영된다 해도 농가에 사람이 부족한데, 폐기처분하려는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사업의 핵심은 일시적인 농가 지원이 아니다"
 
 군산 농산물 가족꾸러미 안에 든 것들
군산 농산물 가족꾸러미 안에 든 것들 ⓒ 박향숙
 
'농산물꾸러미'란 올해 책정된 학교급식 예산 일부로 친환경 쌀, 채소, 과일을 사서 유·초·중·고 학생 가정에 직접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3월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들과 친환경 농산물을 계약재배했던 농가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임시방편으로 농가의 형편을 알려 개인들이 사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농산물꾸러미' 지원 사업이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은 전남이다. 정부가 지원을 공식화하기 이전인 4월 25일, 장석웅 전남 교육감은 "학교 급식이 중단돼 비축한 급식 예산 83억을 들여 농민과 학부모님들을 위해 전국 최초로 '친환경 농산물꾸러미'를 전남 유·초·중·고 22만명 학생들에 배달했다"고 전했다(참고로 현재의 무상급식 예산은 도교육청 50%, 도청 25%, 시청 25% 비율로 이루어진다). 

이틀 후 전북도 꾸러미 발송을 시작했다. 군산에서는 대상자 3만 4000여 명 중 3만 3000여 명이 꾸러미를 신청했다고 한다. 약 97%의 학부모가 농산물 꾸러미 사업의 진의에 공감하고 동참한 것이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이 사업을 신속히 실행한 데는 채상원 센터장을 비롯한 전국 친환경 농업연합회와 전라북도 교육청, 전라북도의 협력이 있었다.

채 센터장은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시적인 농가의 경제 유지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은 사회의 공적 분야와 보편복지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의료, 교육, 주거 등이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적 분야라면, 친환경 농수산물을 포함한 먹거리 역시 공공의 역할 속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농산물꾸러미 지원 사업이 가져올 효과
 
 농산물 가족꾸러미 상자
농산물 가족꾸러미 상자 ⓒ 이주영
 
친환경 꾸러미를 소분하는 현장에 가봤다. 젊은 직원 20여 명이 분주히 움직이며 하얀 상자를 채우고 있었다. 식품의 대부분은 군산을 포함한 전북산이 90% 이상이었다. 각 초·중·고 학교 영양사의 발주를 받아 농가에서 준비한 식품들을 학교별로 소포장해, 가정으로 택배를 발송하고 있었다.
 
군산의 농산물 가족꾸러미 사업은 5월 9일경까지 지속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몰라서 신청 안 한 3% 학부모님들도 모두 다 신청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전북 14개 시·군 학교급식지원센터별로 발송 일정이 달라 최대 5월 20일경까지 도내 모든 유·초·중·고와 특수학교 학생들의 집에 꾸러미가 전달될 예정이다.

각 가정으로 꾸러미가 잘 배송되도록 학교급식지원센터의 꾸러미 생산 능력과 택배사의 일일 배송 가능 능력도 점검한다. 택배비 절약을 위해 전담 택배사를 선정하고, 꾸러미 생산과 배송 능력을 고려해 학교별로 배송일정을 세부적으로 정하는 등 부가적인 노고가 만만치 않았다.

이 농산물 가족꾸러미 사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계약재배 농가는 자신이 가꾼 농산물을 수확해 폐기처분할 일이 없어지고, 급식센터는 직원들의 일자리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학부모는 가계경제의 주요 부분인 식재료 부담을 덜 뿐만 아니라 국가가 우리 자녀들의 건강과 먹거리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며 정부를 향한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농산물꾸러미#군산급식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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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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