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국가에 의해 학살되었던 민간인들에 대한 국방경비법 위반 재심을 개시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 사건접수 6년 6개월여만에 열리게 되었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오는 6월 12일 권아무개씨를 비롯한 10명의 '국방경비법 위반 재심사건' 심문을 한다고 통지했다.
권씨 등 유족들을 대신해 법원에 재심청구를 했던 박미혜 변호사는 "지난 12일 심문기일 통지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심문기일은 6월 12일 오전 11시 30분 창원지법 마산지원 제220호 법정에서 열린다.
박미혜 변호사는 "재심개시를 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이라며 "형사재판을 열지 말지를 심문하는 별도의 재판이라 보면 된다"고 했다.
이 심문재판에서 검찰 측이 '재심개시'를 받아들이면 재심 재판을 진행하게 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항소‧상고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난 2월 14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노치수 경남유족회 회장의 부친을 포함한 5명에 대해, 처음에는 검찰이 재심개시를 받아들이지 않아 대법원에서 '재심개시 결정'하면서 재심사건 재판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권아무개씨를 비롯한 10명은 2014년 12월 창원지법 마산지원에 '국방경비법 위반' 재심을 신청했다. 2015년 1월 권씨 측이 '재심청구에 관한 의견서'을 냈고, 검찰 측도 의견서를 냈다.
하지만 이후 더 이상 재심개시 여부를 판단할 심리가 진행되지 않았다.
"연세 많은 유족들이 너무나 오래 기다렸다"
권씨 측 대리인인 박미혜 변호사는 2014년 재심청구서를 내면서 "피고인들은 구속영장 없이 불법으로 체포‧감금되었고, 영장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가족들에게 구금사실이 통지되지 않았다"며 "피고인들의 체고구금은 경찰과 군(계엄 당국)에 의해 집단적, 계획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피고인 가족들은 2009년 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이 있기 전까지 피고인들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왔고, 소위 빨갱이 집안이라는 사회적 냉대와 손가락질을 받아왔기에 피고인들의 행방을 찾아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살아왔고, 신분상의 제약과 경제적인 고통도 겪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박미혜 변호사는 "다행스럽게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진실이 규명되었기에, 청구인들은 이를 토대로 재심청구에 이르렀으니, 피고인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을 결정해 달라"고 했다.
이번 심리 통지에 대해, 노치수 회장은 "재심청구를 한지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다. 몇 년째 아무런 소식이 없어 유족들이 법원을 찾아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며 "재심사건에 대한 심문기일이 잡혀 다행이다. 유족들이 다 연세도 많은데 빨리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부(재판장 이재덕‧황정언‧김초하 판사)은 지난 2월 14일 노치수 회장 부친을 비롯한 5명에 대한 국방경비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재심 대상사건의 재판기록이 보존되어 있지 않아 지금 단계에서 확보할 수 있는 자료를 기초로 하여 재심대상사건을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공소사실을 증명할 어떠한 자료도 제출되지 아니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그렇다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한다"고 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2월 '부산경남지역 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에 관한 결정문을 통해 "마산지역에서는 1950년 7월 15일부터 8월초순경까지 헌병과 경찰, CIC가 보도연맹원들을 소집하여 곧바로 마산형무소에 수감하였다"며 "400~500명의 보도연맹원들이 일제히 소집수감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