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나는 연애 결혼 출산의 코스로 정해진 인생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다수가 밟아 가고 있는 말하자면 제도 안의 삶 의외에는 다른 삶의 표본을 볼 수 없었고 제도 밖의 삶은 위험하고 올바르지 않을 거란 막연한 편견도 가지고 있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야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이 궁금해 지고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안과 밖. 서로 다른 선택일 뿐임을 이해해가면서...
최근 매우 재미있는 책을 발견했다. 은유 작가님이 추천사를 적으셨다기에 관심있게 보다 냉큼 사버린 책.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라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네 번의 연애를 거치는 동안의 동거 경험을 책으로 엮어 냈다.
예전엔 동거라고 하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 나에게 작가는 동거가 음침하고 퇴폐적인 것, 방탕한 생활, 결혼에 대한 회피가 아니라 그저 그 자체로 완성되는 하나의 상태라고 말한다. 읽는 내내 재치있는 글 솜씨에 웃다가도 가족과 결혼에 대한 예리한 시선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결혼제도 안에 들어와 있는 나로서는 나와 다른 선택을 한 타인의 삶을 대리 체험 해보는 기회이기도 했다.
솔직히 결혼제도는 여자의 입장에선 나쁘다. 특히 나의 경우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법에서 큰 충격을 받았는데, 세대주에게만 지원금 신청 자격이 주어지고 지급 역시 그러하다는 점에서, 나는 내가 만든 가족 안에서 결국 '주'가 아닌 '부'의 역할 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인가 회의가 들기도 했다. 애초의 세대주의 '주'가 '주인 주'가 아닌가...
결혼 이후의 내 삶에선 당연하게 여겨오는 것들이 갑자기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작가가 꼬집어 내는 결혼에 대한 이야기에 폭풍 공감을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바뀌어서 동거하는 걸 소재 삼아 책도 낸다고... 누군가는 비꼬기도 했다. 그렇지만 세상이 변해서 사람들이 변하는 게 아니라 원래 사람들은 다 다르고 다양하다. 그동안은 모르고 지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선택하는 것에 좀 더 너그러워 져야 하진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 책을 읽다보니 얼마 전에 읽은 <생각하는 여자>란 책도 생각난다.
여성인 저자가 각 분야의 여성 철학자들과 3년에 걸쳐 인터뷰를 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작품인데, 그 중 사랑에 대한 챕터에서 이런 질문을 내세웠다. "어떤 사람으로, 어떤 사람과 함께 살아 갈 것인가."
사실 누구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성인으로 자라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인류 최대의 관심사 아닐까. 저자와 로라 키프니스라는 작가는 동성끼리의 결혼이 제도 안으로 들어 온다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가 흥미로운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녀들은 결혼의 불합리화를 바깥이 아니라 안에서 바꾸기를 희망했다.
결혼은 정말 어렵다. 사랑과 행복의 완성이 결혼인 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공주님들의 이야기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비혼으로서 1인분의 삶을 살든, 동거를 하든, 결혼을 하든... 어디에서든 서로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로 생활동반자법을 찬성하는 쪽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는 동거에 대한 예찬이 담긴 책이긴 하지만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