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경마기수의 노조법상 노동자 지위를 인정했다. 고 문중원 경마기수가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지 반년만이다.
노동청은 21일 부산경남경마기수노동조합이 제출한 노조설립 신고필증을 교부했다. 경마기수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노동자라고 본 것이다. 노동청 관계자는 "지난 1월 설립신고서를 냈고,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검토한 결과 노조법상 필증을 발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4개월간의 검토가 진행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특수고용노동자이기 때문에 대법원 판례, 자료 확인, 조사 등이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경마기수의 설립필증 교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마장의 핵심인 경마기수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불안정 고용에 시달려왔다. 마사회와 조교사에게 노동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으면서도 노동자가 아니었다. 마사회는 업무상 지휘·감독 관계를 부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문 기수가 숨지면서 동료들이 나서서 노조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열악한 현장과 부조리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따라 1월부터 경마기수의 노동 3권 확보를 위해 창립총회와 설립 신고가 진행됐다.
설립필증 교부에 대해 오경환 경마기수노조 위원장은 22일 <오마이뉴스>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이번 결과를 반겼다. 오 위원장은 "노조가 있었다면 억울한 죽음도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권리를 찾아 나갈 것인지 고민하겠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 측인 조교사와 마사회도 만나겠다"고 덧붙였다.
상급 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 개혁과 문중원 열사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만든 결실"이라며 "문 열사의 염원을 산 자들이 계속 이어나갈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마사회를 향해서는 "기수 노동자의 법적 권한이 확인된 만큼 노동권을 존중하고 권리보장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