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영국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는 '클로로퀸'이 사망률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5월 24일(현지 시각)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클로로퀸 치료제를 사용 승인했던 프랑스 보건장관 올리비에 베랑(Olivier Veran)의 태도를 비꼬았다.
말라리아 치료제였던 클로로퀸과 독성을 줄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관심받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지중해 질병 연구센터(IHU) 디디에 라울(Didier Raoul)교수의 연구 결과에서 시작했다.
라울 교수의 연구팀은 3월 초부터 16일까지 36명의 코로나 감염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이 중 20명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하루 600m)을 투여했고, 6명은 아지트로마이신(항생제)과 조합해서 투여했다. 그 결과 치료제와 항생제를 동시 복용한 환자는 100% 모두 치료되었고, 단일 복용한 환자 50%가 음성 결과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라울 박사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를 주장해왔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 치료제 효과를 장담한 사람이 있었다. 3월 19일 한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클로로퀸은 현 코로나19 상황을 바꿀 강력한 '게임체인저'라고 극찬한 바 있다. 다만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도 전이었다. 결국, 10일 후 FDA는 병원이나 임상시험용 이외에는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며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긴급사용 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 EUA)을 허용했다. 또한 이 치료제가 효과적이라는 과학적 증거가 없음을 밝혔다.
항바이러스 치료에 효과와 부작용을 확실히 입증하지도 못한 상황이지만 클로로퀸 사용에 있어 결국 프랑스도 환자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을 승인했다.
하지만 르피가로는 승인과정에서 올리비에 베랑 보건장관에 태도를 지적했다. 프랑스 공공보건고등위원회(HCSP)로부터 이 약을 중증 감염환자에게만 처방하고 담당 의료진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권고 사항을 처음에 언급하지 않았던 것이다.
보건장관은 24시간이 지나서야 HCSP의 의견을 재검토하여 '이 치료제는 담당 의료진 전원 합의 후에 산소공급 치료가 필요한 폐렴 환자들이나 장기부전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라는 문장을 넣으며 법령을 수정했다고 전했다.
HCSP가 내세운 두 조건은 아직 충분히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 큰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에 여러 언론매체에서 올리비에 보건장관의 치료제 승인은 라울 박사와 미국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는 추측과 함께 의료전문가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4월 초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해 자문하러 라울 박사를 만났다. 이후 클로로퀸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과는 점점 논란거리가 되어갔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두 치료제가 부정맥과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하나둘씩 내놓았다.
프랑스 국립의약품청(ANSM)은 4월 11일(현지 시각) 한 연구에서 클로로퀸을 투여한 43명이 심장 발작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FDA가 4월 24일(현지 시각) 웹사이트를 통해 다시 한번 위험성을 상기시켰다. 병원과 임상시험에만 사용하도록 권고했고, 계획했던 다른 시험들을 중단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의료 전문가들의 계속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일주일 넘게 복용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다시 한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코로나19는 예방 가능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것이다.
그런데 이로부터 며칠 후 상황은 뒤바뀌었다. 22일 랜싯(The Lancet)에서 발표한 한 연구논문은 세계 각국에서 사용했던 클로로퀸이 사망률을 더 높인다는 조사 결과를 보여주었다.
미국 보스턴 브리검 앤드 여성병원의 만디프 메흐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전 세계 671개 의료기관에서 2019년 12월20일부터 2020년 4월 14일 동안 코로나 확진을 받아 입원한 환자 9만 6,032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들 중 1만4,888명은 진단받은 후 48시간 이내 클로로퀸 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중 하나를 받아 단독 복용했거나 각각의 치료제를 항생제(마크롤라이드)와 같이 복용한 환자들이다. 나머지 8만1,144명은 대조군으로 약을 처방받지 않은 환자들이다. 4개의 실험군은 클로로퀸 복용자 1,868명, 클로로퀸과 항생제 복용자 3,783명,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자 3016명,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 복용자 6,22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다.
보고서 결과를 보면 병원 내 총사망자 수는 1만 698명으로 11.1%가 나왔다.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해보면, 대조군 사망률은 9.3%에 비해 실험군 사망률은 더 높았다. 클로로퀸 복용자 16.4%, 클로로퀸과 항생제 복용자 22.2%,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자 18%,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 복용자 23.8%이다.
또한 심실부정맥을 보인 대조군은 0.3%인 반면 실험군은 클로로퀸 복용자 4.3%, 클로로퀸과 항생제 복용자 6.5%,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자 6.1%,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항생제 복용자 8.1%로 보다 높은 비율로 위험성을 드러냈다.
연구진들의 결론은 치료제 단독 복용 또는 항생제와 같이 복용하건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고, 오히려 환자의 심실부정맥 빈도수 증가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약은 임상시험 외의 용도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다만 연구 과정에서 제한적인 요인이 있었고 치료제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추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르피가로지는 이 연구 결과에 따라 올리비에 보건장관의 법령이 또 한 번 수정될 것임을 지적했다. 또한 이번에는 HCSP의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한 번에 수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연구 결과로 25일(현지 시각) 세계보건기구(WHO)가 이 두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일시 중단했다. 미국에 이어 결국 프랑스도 27일(현지 시각) 국립의약품청(ANSM)이 치료제 사용 승인 법령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WHO와 HCSP의 권고에 따라 임상 시험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규정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번 프랑스 정부의 태도는 국민들의 안전을 뒤로한 태도였다. 물론 증명되지 않았던 의약품을 사용하게 된 것에는 치료가 가능하다는 확고한 미국의 입장과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급증한 당국 내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였다. 결국은 불안한 여론을 잠재우려는 급한 불 끄기 용도였고 희생자가 늘어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2008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최초로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프랑수아 바레 시누시 박사는 "확실한 효능이 입증되기도 전에 사람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주지 말자, 이것은 윤리적인 문제다"라고 지난 3월 르몽드지를 통해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