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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립대학이 총장 선출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올해 초 치러진 부산대 총장선거는 총학생회가 투표 참여를 거부했고, 강원대 총장선거는 직원과 학생이 투표에 불참했다. 7월 열리는 경북대 총장선거는 비정규직 교수와 학생들이 '선거공고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관련 기사: 교수 1표, 학생 0.0011표... 부경대 총장 선거 결국 무산 http://omn.kr/1nykg

17일 진행된 부경대 총장선거는 교수와 직원, 학생 간 거센 충돌 끝에 결국 투표가 무산됐다. 총장선거가 진행됐거나 예정된 모든 국립대학에서 교수와 비 교원(직원/학생/조교/비정규교수) 간 예외 없이 마찰을 빚고 있다.

이들 대학이 마찰을 빚는 이유는 총장 선거 투표권을 교수들은 1인 1표를 행사하면서 직원과 학생, 조교, 비정규교수에게는 투표권을 심각히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경대의 경우 모든 교수는 1인 1표를 행사하는데, 교수 1표 가치와 비교해 직원 1명의 투표 가치는 0.24표, 조교는 0.064표, 학생은 0.0011표에 불과하다.

교수들이 투표권 독점하게 된 원인은? 

국공립대 총장선거에서 교수들이 투표권을 독점하게 된 문제의 원인은 현행 교육공무원법 때문이다.

교육공무원법 24조3항 2호에는 국립대학에서 총장 직선제를 할 경우 '교원의 합의된 방식'에 따르도록 돼 있다. 

즉, 대학의 총장을 선출하는 데 그 대학교수만 모여서 정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하다 보니 이런 비민주적인 '교수 독점 총장 선거 제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교수 직선제', 아니 '교수 독점 총장선출' 방식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그것은 대학의 총장이 '교수만의 대표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수만의 선거'로 총장선출이 이루어짐으로써 직원과 학생들의 의사가 무시되고, 결과적으로 구성원 간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해진다는 점이다.

아래 <표>를 보면 2009년 당시 국립대 총장 선거에서 교수들은 1인 1표를 행사하고 있다. 반면 직원들은 투표권 비율이 대학 평균 12%에 불과하다. 조교는 경북대와 경상대, 한국해양대, 서울산업대 등 극소수 대학에서만 참여할 수 있다.

당시 국립대 학생들은 경북대, 경상대, 창원대, 한국해양대, 서울산업대, 대구교대 등에서 투표권을 확보했는데 그 비율은 2% 정도에 불과해서 참담할 지경이었다.
 
 2009년 10월 현재 국공립대학 총장선출 구성원 참여 현황
2009년 10월 현재 국공립대학 총장선출 구성원 참여 현황 ⓒ 김일곤
 
문재인 정부 아래 총장 선거는 어떨까?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 부활한 국공립대 총장 선거의 구성원 투표 비율은 나아졌을까? 국립대 총장선거는 민주적으로 바뀌었을까?

아래 <표>는 2019년 현재 국립대학별 총장 선거 구성원 투표 비율인데, 직원의 투표 비율이 조금 올라갔고, 조교와 학생들의 투표 참여가 늘었지만 여전히 민주적인 투표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지경이다.
 
 2019년 현재 국공립대학 총장 선거 구성원 투표 비율
2019년 현재 국공립대학 총장 선거 구성원 투표 비율 ⓒ 김일곤
 
이처럼 잘못 만들어진 법 제도로 국립대학에서 총장 선거는 교수들의 일방적인 권리 주장이 가능해지고, 총장 선출 과정에서 교수 외 대학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는 막혀 있어서 이로 인해 교원과 직원, 조교, 학생 간 학내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국 국공립대학의 학생, 직원(공무원 직원, 대학회계직원, 비정규직), 조교, 비정규직 교수(시간강사)는 작년 7월 비민주적인 총장선거 제도의 핵심인 교육공무원법 24조3항 2호를 아래 <표>와 같이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벌여 국회와 교육부에 전달했다. 20대 국회 당시 정의당 여영국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교육공무원법 24조3항2호를 <표>와 같이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교육공무원법 24조3항2호를 <표>와 같이 개정할 것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서명운동을 벌였다. ⓒ 김일곤
 
정부(국가권력)나 재단(사립대 법인)의 일방적 통제에서 벗어나,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대학자치(자율)'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바탕으로 대학 운영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다른 구성원 참여를 배제한 총장선출 방식으로 인해 구성원 간의 필연적인 대립과 갈등을 양산하는 교수 독점 총장 직선제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고 대학발전에 역행하는 제도임이 틀림없다.

교육부와 21대 국회는 대학 구성원이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평등하게 참여하는 국립대학의 민주적인 총장 선거 제도 마련을 위해 하루빨리 교육공무원법 24조를 개정해야 한다.

#고등교육공공성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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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공공성 강화, 대학 개혁을 위한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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