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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월북하는 심리학>을 펴낸 김태형 소장은 6월 1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강연했다.
책 <월북하는 심리학>을 펴낸 김태형 소장은 6월 1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남-북한 사람들의 심리는 어떻게 다를까. '돈', '행복' ,'명예'에 대해 남북한 사람들은 같은 심리를 가지고 있을까.

책 <월북하는 심리학>을 펴낸 김태형 소장(심리연구소 '함께')은 "한국과 서방세계는 지금까지 북에 대해 완전히 오판해왔음을 과감히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1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코로나19와 남북의 심리분계선"에 대해 강연하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날 강연회는 6.15창원지부와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6.15공동선언 20주년 기념으로 마련했다.

김태형 소장은 '돈'과 관련해 남북의 심리가 다르다고 했다. '돈에 대한 욕망이나 집착'에 대해 남쪽은 '병적으로 강'하지만 북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돈 중심 사고'에 대해 남쪽 사람들은 '모든 것을 돈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북쪽은 '돈을 중심으로 사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복에 대한 견해'에 대해 남쪽은 '행복=돈'이고 북쪽은 '행복=명예'라고 여기며, '노동과 삶의 목적'이 남쪽은 '돈'이고 북쪽은 '명예'라는 것이다.

김태형 소장은 "자본주의와 돈에 대한 생각이 너무 다르다. 언젠가 (북쪽 노동자가) '왜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합네까?'라고 물어보더라"며 "그래서 '돈을 벌어야 먹고 살 것 아니냐'고 했다. 그랬더니 '우리는 그렇게 안 해도 먹고 삽네다'고 하더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겁니다'고 했더니 '이해가 안 됩네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저도 '나도 그쪽이 이해가 안 됩니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그쪽 사회주의 개념이 정말 이해가 안 돼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남한에서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내 집 한 채 없는데, 북쪽 사람들은 적어도 그런 걱정은 안 하고 살겠구나 싶기도 하죠"라고 했다.

"부모의 직업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일은 없다"

'배급제'를 설명한 그는 "돈이 생존을 좌우하지 않는다"며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를 국가가 주민들한테 제공해 준다고 했다.

"돈이 사회적 존중을 좌우하지 않는다"고 한 그는 북쪽에서는 "돈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차별하고 무시하는 풍조가 없다"고 했다.

김 소장은 "북쪽 아이들은 부모의 직업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일은 없지만, 부모가 당원이냐 아니냐를 두고서는 부끄러워한다"며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명예'이고, 이는 공동체를 위해 얼마나 기여하는가이다"고 했다.

북쪽 사람들은 돈에서 자유롭다는 것. 김 소장은 "돈이 없더라도 생존이 위협 당하지 않고 무시 당하지도 않는다. 돈에 대한 욕망이 크지 않다"고 했다.

갑질의 원인에 대해 그는 "개인 관계에서 누군가가 타인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을 때, 특히 타인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을 때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갑질은 주로 조직 내의 위계관계 속에서 발생한다"며 "조직 내 민주주의가 부재할 때 발생하고, 권력 견제장치가 없거나 취약할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한 김 소장은 "개성공단에서 근무했던 몇몇 한국인들은 북쪽 노동자에게 무심코 '야~ 이 똥강아지야!'라고 부르거나 농담으로 '이 거지 같은 놈아!'라는 말을 했다가 추방을 당했다"고 했다.

또 그는 "일부 한국인들은 북쪽 사람의 이름을 직접 불렀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는데, 북쪽 사람들이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을 하대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는 "한 기업주는 술집에서 서비스하던 여성 봉사원의 명찰을 보고서 '아무개야'라고 이름을 불렀다가, 그 봉사원이 반발하며 서비스를 거부하려고 하는 바람에 무마하느라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또 그는 "개성공단 관리기관에서 자동차 기술정비 관련 업무를 했던 한 사람은 사소한 욕은 물론이고 이름을 부르는 것에 대해 북쪽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북의 조직문화에 대해, 그는 "개성공단의 관리기관에서 근무했던 한 사람은, 폭력과 폭언이 일상화된 한국의 도제제도 속에서 기술을 배웠던 한국 기술자들이 '나는 '펜치'로 맞아가며 배웠다'는 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며 북의 노동자들을 대하면 곤란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북의 노동자들을 통해 오히려 한국의 폭력적인 기업문화를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했다"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북측 사람들을 만나면서 우리의 기업문화를 돌아보게 되었고, 우리 사회나 기업에는 여전히 봉건적이고 폭력적인 요소가 남아 있는데 우리끼리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으며, 그래서 북측 사람들을 끌어안으려면 먼저 우리 사회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격차와 차별'에 대해 설명한 그는 "집안이 화목하려면 부모가 자식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하고, 사회가 화목하려면 국가가 국민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사회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신뢰"

"국가가 개인의 생존 책임을 지면 관계가 좋아진다"고 한 그는 "영화 <볼링 포 컬럼바인>의 감독인 마이클 무어가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정부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반대한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캐나다로 간 마이클 무어가 길에서 만난 한 무리의 캐나다 청소년들, 가죽옷에 피어싱과 문신까지 하고 있는 불량스러워 보이는 청소년들이었고, 그들한테도 똑같은 질문을 하자, 그들은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다.

'사회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신뢰'라고 한 김 소장은 "신뢰 사회가 되려면 개인들이 서로를 신뢰해야 할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는 국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을 시찰했던 미 국무성의 한 당국자는 '기아에 대한 북조선식 대응의 배경에는 유교의 전통이 있다'고 보고하면서 '북에서는 부족한 식량을 먼저 노인과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데, 이것이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고 있다'고 평했다"고 했다.

이어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의 노인들은 자기들은 살만큼 살았다면서 자신에게 할당된 식량을 아이들한테 주라고 요구하면서 식사를 거부하여 아사한 이들이 많았다. 군인들 역시 자신들에게 배급된 식량을 아이들에게 양보했다. 고난의 행군 시기에 가장 많이 죽은 이들은 당원이었다"며 "신뢰 사회가 위기에 강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태형 소장은 "정신장애는 국가가 통제할 수 없다"며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서 우울증, 불면증 같은 말을 처음 들어봤다고 하고, (북에서는) 자살자를 본 적도 없고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북에는 정신병원이 전국적으로 하나밖에 없다. 김련희씨에 의하면 북에서는 정신예방과 병원을 '49호'라고 부른다고 한다"고 했다.

'북쪽 사회의 범죄'를 설명한 그는 "소매치기, 도둑질, 간혹 가벼운 사기범죄가 발생한다. 살인, 인신매매 같은 강력범죄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홍콩 언론인 장쉰이 "도둑이 매우 적어 주택 창문에 도둑 침입을 막는 방범창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공공장소의 여자 화장실에는 줄이 매우 길어 문밖까지 늘어서기 일쑤다. 아마 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 것"이라며 "그런데 여성들이 자신의 가방을 문 밖에다 걸어두고 화장실에 들어가는 장면이 곧잘 보였다. 도둑맞을 걱정을 전혀 않는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다"라 했다고 김 소장은 소개했다.

"지적이고 인간성이 양호한 정상적인 사람"

김태형 소장은 "북에 범죄가 적은 이유는 돈에 대한 욕망이 낮고, 관계가 양호하다"고 했다.

또 그는 "북쪽 사람들의 기본 정서는 우울이나 비관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명랑, 유쾌에 가깝다"며 "얼굴표정, 농담을 무척 잘하고 즐긴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시련이 닥쳐도 신경질이나 짜증, 분노가 아니라 웃음이나 농담으로 반응한다, 항상 놀이를 즐긴다"고 했다.

'북의 정권과 정통성'에 대해, 그는 "한국인들은 우월감을 갖고, 북은 폭압정권이라 생각한다"며 "그런데도 북쪽 사람들은 저항을 하지 않는데, 이를 두고 우리는 북쪽 사람들이 머저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쪽 사람들은 북 정권이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북의 정권은 민족자주에 대한 민심을 대변하고 있고, 북의 정권은 사회주의 정권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북의 3대 세습'과 관련해, 김 소장은 "최고지도자와 후계자를 추대하거나 결정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북의 내부 문제이다"며 "북쪽 사람들이 한국인들의 결정권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면 한국인들 역시 북쪽 사람들의 선택권이나 결정권 등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북쪽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던져야 한다"며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우월감에 젖어 북쪽 사람들을 '김씨 일가가 3대째 권력을 세습하고 있는데도, 마냥 환호하고 만세나 부르는 머저리들'로 간주하며 아래로 내려다본다"고 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북쪽 사람들의 소망, 신념, 경험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들의 판단이나 결정을 하찮게 여기면서 '너희는 다 틀렸고 나만 옳아'라는 입장에서 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 회담이나 남-북 회담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북쪽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머저리가 아니다"며 "그들은 한국인들만큼 혹은 한국인들 이상으로 똑똑하다. 북에는 북의 체제를 떠받치는 방대한 규모의 엘리트들이 있고, 북의 일반 주민들 역시 지적이고 인간성이 양호한 정상적인 사람이다"고 했다.

"북에 대해 완전히 오판해왔음을 과감히 인정해야"

김태형 소장은 "북의 지도자나 사회체제를 깔보는 것은 본질적으로 북쪽 사람들을 깔보는 것이다"고 했다.

김태형 소장은 "한국과 서방세계는 지금까지 북에 대해 완전히 오판해왔음을 과감히 인정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북의 정권은 폭압정권이라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고 곧 붕괴될 것이라는 헛된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아가 북 체제의 견고한 응집력과 놀라운 회복탄력성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도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북 바로알기를 넘어서서 북쪽 사회(사회주의)의 좋은 점은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 <월북하는 심리학>을 펴낸 김태형 소장은 6월 1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강연했다.
책 <월북하는 심리학>을 펴낸 김태형 소장은 6월 1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강연했다. ⓒ 윤성효

#김태형 소장#돈#행복#명예#6.15창원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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