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개원하고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가 구성됐다. 21대 교육위원회는 20대 교육위원회처럼 실패한 상임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원 초기부터 대학 개혁과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을 발의해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고등교육공공성강화 시리즈를 쓰려고 한다.
1990년대 중반에 2020년 이후 학령인구 감소가 예상되었지만 그 후에도 대학은 꾸준히 늘어났다. 늘어난 대학은 대부분 사립대였는데, 대학의 증가는 김영삼 정권 때인 1996년 7월 도입한 대학설립준칙주의 때문에 가능했다.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전에는 '대학설립 예고제'에 따라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도서, 기숙사, 실험실습설비 및 교재 교구 확보 기준이 명시되었고, 대학 설립 계획단계에서 최종 설립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조건을 충족했을 경우에만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된 후에는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라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등 최소 설립 요건을 갖추면 정부는 대학 설립을 인가했다. 즉 서류상으로 조건만 맞으면 대충 대학 설립 승인을 내준 것이다.
2000년 들어 최근까지 여러 대학들이 재정 부실, 족벌 경영 등으로 문을 닫거나 학내 분규가 일어났는데, 이들 대학 대부분이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설립된 학교들이었다.
대학은 매년 두 번씩, 등록금 철마다 현금이 넘쳐나는 장사 잘되는 곳이었다. 이를 눈치 챈 지역의 토호, 돈깨나 있는 자들이 '교육'이 목적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악용해 대학을 대거 설립했다. 이들 대학이 부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한편, 학생 감소를 예상해 대학 수를 관리했어야 할 역대 정부도 꼼꼼한 점검 없이 서류상으로만 판단해 대학 설립 인가를 내주었다. 대학 설립 이후에도 이들 대학은 부실, 부패의 징후가 보였지만 정부는 솜방망이 징계로 이들의 간덩이를 키워 부실(부패) 대학 난립의 책임이 교육 당국(역대 정부)에도 있다는 것이다. 대학 구성원들이 부패 대학, 부실 대학에 대해 정부 책임을 묻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대학(대학, 전문대, 산업대, 교육대, 사이버대 포함) 363개 중 국공립대학은 53개, 비율은 14.6%이다. 사립대학은 310개, 비율은 85.3%이다.
같은 해, 전체 대학생 335만3684명 중 국공립대 학생은 79만2374명(23.6%), 사립대 학생은 2,561,310(76.3%)이다.
1990년 이후 사립대는 대학 수와 학생 수 모두 늘어났고 국공립대는 둘 다 감소해 왔다. 2008년 OECD 주요국 교육지표를 보면 일본만 제외하고 대부분 나라들의 국공립 대학 학생 비중이 70%∼90% 이상인데 우리나라는 사립대 다니는 학생 비중이 전체의 75%(2008년 기준)로 국공립 대학(25%)의 3배에 달한다. 우리나라만 국공립대 비율이 현저히 낮고, 사립대 비율이 큰 기형적인 대학 생태계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