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동원되어 모진 고통을 겪고 해방 후에도 온갖 후유증에 시달렸던 고(故) 김옥순, 김우명달 할머니의 고향인 경남 산청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두 할머니는 해방 이후 귀환해 2007년 3월 돌아가시기 전까지 산청에서 살았다. 두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3년만에 산청사람들이 힘을 모아 조형물을 세운 것이다.
100여 명이 모여 14일 늦은 오후, 산청청소년수련관 앞에서 제막식이 열렸다. 소나무 아래 설치된 '산청 평화의 소녀상'을 덮고 있던 천막을 어린이들이 거둬내자 모두 박수를 쳤다.
'산청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산청군 평화비 건립위원회'(아래 산청군평화비건립위, 공동대표 이성락‧임봉재)가 한 해 동안 활동해 맺은 결실이다.
이들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제막식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하고 그리움을 달래는 춤으로 시작해 다 함께 아리랑을 불렀다.
이성락 공동대표가 약 1년간 활동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와 '정의연 논란'으로 인해 홍보와 모금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소녀상 본연의 의미를 추구하려는 의지, 주변의 동참과 격려로 기림일에 제막식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심재화 산청군의회 의장은 축사를 통해 "일제 강점기 동안 어린 소녀들과 여성들에게 가해졌던 일본의 반인권적 반인륜적 행위는 절대 잊혀져서는 안 될 범죄"라고 했다.
심 의장은 "이러한 역사를 다시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평화의 소녀상이 산청군의 평화 상징으로 자리매김하여 군민들의 마음 속에 오랜 시간 기억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2019년 7월 발족한 산청군평화비건립위는 "일본 침략전쟁의 성노예로 강제 동원되어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한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와 강제노역에 대한 인식, 관심을 증진하여 여성인권과 평화에 대한 역사적 교훈을 공유하고 전달하기 위해 조형물을 세웠다"고 했다.
이 단체는 발족 이후 '평화 영화제', '역사기행', '전통장 모금' 등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1년 가량 진행된 활동에는 총 32개 단체와 기관이 동참했고, 산청 안팎에서 640명이 건립위원으로 참여했다.
산청 평화의소녀상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부부 작가가 맡아서 제작했다.
산청군평화비건립위는 "온라인 설문조사, 작가와 논의를 통해 이데올로기 대립의 종식을 상징하는 끊겨진 철조망과 지리산 배경석 등의 세부 사항을 추가한 형태로 제작되었다"고 했다.
지리산 배경석 제작은 김서경, 김운성 작가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졌다.
산청군평화비건립위는 김옥순, 김우명달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