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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변화를 만드는 이들이 사업하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을 보장할 솔루션을 기획·제안하는 부산 '이유 사회적협동조합'의 양윤정 이사장, 최재영 이사를 7월 31일, 기자가 만나보았습니다.
 
 이유협동조합에서 제공받은 기업 설명 이미지.
이유협동조합에서 제공받은 기업 설명 이미지. ⓒ 이유협동조합
  
- 만약 당장 5천만 원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양윤정: "DRT(수요응답형교통, Demand Responsive Transport) 테스트 차량 구매?"

최재영: "안 돼요. 그건 사업비 받은 걸로 해야 해요. 저희가 인력이 계속 늘고 있거든요? 지금 총 12명이에요. 처음 둘이서 일할 때는 별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딱 그 시기인 것 같아요. 조직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이냐, 그런 틀을 마련해야 하는 시기. 요즘 들어 HR(인사관리)팀이 왜 필요한지 실감하고 있어요. 그래서 HR전문가를 모시는 인재 채용 비용으로 쓰지 않을까 해요.

금액이 남으면 2박 3일 워크숍을 가고 싶어요. 지금은 디자인팀은 디자인만, 다른 팀은 다른 팀만 그런 식으로 나누어져 일하는데, 전 부서가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하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가 가는 길이, 비전이 맞는지 어떤지 토론해보는 자리요."
   
- 어떤 비전 말인가요?
최재영: "이동이 보장되지 않으면 인간 삶의 질, 기본권이 해결되지 않아요. 이동을 못 하면 일하기, 병원 가기, 교육받기, 친구 사귀기 등이 전부 불가능해요. 그래서 이동권은 곧 인권, 기본권과 직결됩니다. 평균 수명을 산다고 가정하면 우리 모두는 아기라는 교통약자로 태어나 노인이라는 교통약자로 죽어요. 우리 모두를 위해 교통약자의 이동 문제를 해결하고 기본권을 찾아주려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자가용이 사라져도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정부에 개선책 요구하고 정책 변화 끌어내는 것이 목표"
   
 이유협동조합 구성원들의 사진. 왼쪽 두번째가 양윤정 이사장, 다섯번째가 최재영 이사.
이유협동조합 구성원들의 사진. 왼쪽 두번째가 양윤정 이사장, 다섯번째가 최재영 이사. ⓒ 이유협동조합
    
- 두 분 소개 부탁드릴게요.
양윤정: "안녕하세요. 이유 사회적협동조합(아래 이유)에서 이사장을 맡은 양윤정입니다. 전공이 디자인이어서, 교통약자에 맞춰진 UI/UX 디자인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조직 전체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이기도 하고요."

최재영: "이사를 맡은 최재영입니다. 이유의 총무, 인사, 비즈니스 기획 그리고 얼굴 담당입니다."

- 두 분은 어떤 사이신가요? 창업 전부터 알던 사이?
양윤정: "(최재영 이사를 보며) 우리 원래 알던 사인가요?"

최재영: "대학 때 친구였어요. 지금은 아이 둘을 공유하고, 집을 공유하는 그런 사이에요."

- 그렇군요. 이유 사회적협동조합을 짧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양윤정: "'이동의 자유'를 줄여서 '이유'입니다. '이동의 자유를 통해 교통약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찾아준다'는 저희 비전을 담은 이름이에요. 부산의 교통약자특별교통수단(아래 장애인 콜택시)인 '두리발'은 한 번 이용하려면 최대 2~3시간씩 기다려야 합니다. 일을 보고 다시 돌아오려면 또 그만큼 기다려야 하죠. 저희는 장애인, 노인과 같은 교통약자들이 이런 불편을 겪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고 생활할 방법을 고민하는 곳이에요."

최재영: "좀 더 사업적으로 대답하자면, 사회문제를 정의하고 그에 맞는 비즈니스 솔루션을 디자인하는 회사입니다. 이때 디자인은 심미적인 것만이 아니라 UI/UX 기획을 포괄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어요."
    
- '비즈니스 솔루션을 디자인한다'의 명확한 의미가 무엇인가요?
최재영: "저희가 지금 몇 가지 사업을 직접 진행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저희 목적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이유의 진정한 목표는 7년 후 진행될 예정인 '2027년 제5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정책수립 공청회' 때 개선책을 요구하고, 정책 변화를 끌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에게 말만으로 개선을 요구하면 잘 안 되겠죠. 그래서 이유는 직접 솔루션을 만들고, 실험하고, 실증 데이터를 모아서 정부를 움직이려 해요. 지금 저희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은 그 실험의 일환이에요. 대표적으로 자동배차시스템, 배리어프리 BFDRT(무장애 수요응답형교통, Barrier-Free Demand Responsive Transport), 무상카풀지원 등이 있습니다."
 
 이유협동조합의 자동배차시스템 홍보 이미지
이유협동조합의 자동배차시스템 홍보 이미지 ⓒ 이유협동조합
 
- 제안 예정인 솔루션들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먼저 '자동배차시스템'부터 부탁드릴게요.
최재영: "현재 전국의 장애인, 교통약자 대상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자동배차시스템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자동배차시스템은 소속 택시의 현재 위치, 이용자의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고려하여 효율적인 운행 경로를 계산해요. 그러면 그 경로에 맞는 차량을 이용자에게 보내줄 수 있죠.

지금은 그걸 기관 분들이 콜을 받으면 수동으로 계산해서 차량을 보내요.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평균적으로 장애인 콜택시가 교통약자 1명에게 서비스하는 시간이 70분~75분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교통약자가 탑승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은 20분에 불과해요. 남은 50분~55분은 비효율적인 배차 때문에 손님을 태우지 못하고 버려지는 시간이에요.

저희가 제안하는 자동배차시스템을 사용하면 이런 비효율이 개선되어서 장애인 콜택시들이 시간당 더 많은 교통약자에게 서비스할 수 있고, 교통약자분들이 장애인 콜택시를 타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문제도 개선할 수 있습니다."

- 왜 기관들은 자동배차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나요? 일반 콜택시 회사에서 개발한 시스템이 이미 존재할 것 같은데 그런 걸 구매해서 사용할 순 없나요?
최재영: "일단 비용 문제가 있죠. 현존하는 자동배차시스템 솔루션들은 기업·기관별로 따로따로 맞춤 제작하는 방식이에요.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 기관으로서는 선뜻 적용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이유의 자동배차시스템은 클라우드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기관별로 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돌아가는 서비스의 접근권한을 드리기만 하면 돼요. 그래서 저렴하게 판매 가능합니다."
  
- 사내 메신저로 치자면 개별 제작하지 않는 슬랙이나 잔디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거군요. 그러면 비용 말고는 일반 자동배차시스템과 동일한가요?
최재영 : "물론 장애인용 솔루션이기 때문에 따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어요. 일반 시스템은 이용자가 출발해서 목적지까지 가는 것만 고려하면 되지만, 장애인의 경우에는 변수가 생길 수 있죠.

예를 들어 하차할 때 기사의 도움이 필요해서 추가로 시간이 소요된다던가, 주민센터에서 서류 떼는 데 5분 걸리니까 그것만 기다렸다 집까지 다시 태워달라고 요청한다거나, 이런 변수는 일반 배차시스템에서는 계산이 안 돼요.

그래서 하차를 도와드릴 수 없고, 일 보시는 걸 기다려드릴 수 없어 교통약자는 다시 몇 시간씩 기다려 집으로 오는 차를 타야 하죠. 이유의 자동배차시스템은 빅데이터를 통해 이런 변수까지 고려하여 배차 경로를 계산합니다."

- 빅데이터요?
최재영: "네, 지금 저희가 부산 복지관 중에 딱 한 곳을 제외하고 모든 복지관과 협업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곳이든, 하지 않는 곳이든 교통약자들의 이동 데이터를 모두 실시간으로 모으고 있습니다. 기관에서 보내는 차량에 디바이스를 설치하거나 서베이 앱을 이용해서 교통약자와 관련된 차, 휠체어, 사람들 움직임 같은 것을 조사해요. 위치정보에 더불어 교통약자의 나이, 장애 여부, 성별 등 총 네 가지 정보를 수집하는데요. 이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배차시스템도 꾸리고, 저희의 다른 서비스인 DRT 노선도 설계합니다."

- DRT에 대해 조금 더 들려주세요.
최재영: "정확히는 BFDRT입니다. DRT를 교통약자 대상으로 시행하는 서비스란 뜻인데요. DRT는 마을버스와 택시의 중간 형태쯤 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정해진 노선이 있고 기본적으로는 버스가 그걸 따라서 돌지만 허용하는 범위 내, 예를 들어 각 정류장에서 반경 100m 내라면 택시처럼 탑승자가 기다리는 곳까지 직접 버스가 가서 태워주는 거예요. 몇몇 지자체에서 시행한 '100원 택시'가 일종의 DRT고, 최근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현대차가 DRT관련 실험을 진행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이 DRT를 우선 교통약자 대상으로 시험해보려고 해요. 그래서 BFDRT인거죠."

- 콜택시가 아니라 '콜버스'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서울 마을버스가 오후 10시 이후 정류장이 아닌 원하는 곳에 내려주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최재영: "BFDRT도 허용하는 범위 내라면 원하는 목적지 앞까지 가서 내려도 줍니다. 버스로 Door to Door(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가능하게 하려는 거예요. 이번에 이 BFDRT 관련으로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 챌린지 사업에 선정되었어요. 지금 5억 원 남짓 받았고, 2년에 걸쳐 300억 원 정도 더 받을 것으로 예상돼요.

9월에 쏠라티 차 한 대를 사 돌려볼 거고, 11월 초까지 두 대를 더 사서 총 3대로 이게 지속 가능한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려 해요. 이 솔루션이 널리 적용되면 정말 많은 게 바뀔 거예요. 지금은 복지관마다 장애인, 노인 분들을 모셔오는 차량을 각각 운영하고 있거든요. 현재 차량 유지비, 기사 비용이 들어가는데 BFDRT 차량이 있으면 복지관이 따로 차량을 운영할 필요가 없어져요. 그러면 복지관은 복지 프로그램에만 집중할 수 있겠죠."
   
- 마지막 솔루션인 '무상카풀지원'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을까요?
최재영: "장애인 이동 서비스 차량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저희 배차시스템으로 현재 있는 장애인 콜택시들이 효율적으로 운행되고, BFDRT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해소되진 않을 거예요. 저희는 카풀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원래도 교통약자들끼리는 무상카풀이 잦아요. 목적지가 같은 경우가 많거든요. 특수학교, 복지관, 병원, 주민센터, 뭐 그런 식으로. 그래서 좀 더 활발한 무상카풀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해서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하여 무료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기업 CEO만큼 월급 주는 사회적조직 만들겠다" (http://omn.kr/1onis)으로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하상선씨는 '임팩트 투자'로 사회혁신기업을 지원하는 P2P 플랫폼 비플러스 소속입니다. 현재 비플러스 공식 네이버 포스트(http://naver.me/FuiBjUjU)에 발행하였으며, 이후 다른 외부채널들에도 공개됩니다.


#교통약자#협동조합#부산#로컬#소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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