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장애, 나이, 언어, 인종국적, 용모, 혼인출산, 가족형제, 종교 등에 대한 차별금지 문구가 적힌 45인승 버스가 부산시청 앞에 들어서자 주변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자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 지금 당장' ,'국회는 평등에 합류하라' 등 피켓을 든 이들이 하나둘 시청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이렇게 모인 인원은 40여 명.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뒤 1m씩 거리를 두고 섰다.
"이번 정거장은 부산, 부산입니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차별금지법 제정 여론을 모아내기 위해 전국 25개 도시로 평등버스가 달리고 있다. 춘천과 청주, 포항, 대구에 이어 20일에는 부산으로 도착해 활동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개최되는 행사여서 주최 측은 도착지마다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감염 대비도 진행 중이다.
이날 평등버스를 맞이한 부산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버스 탑승객과 함께 입장 발표, 평등문화제 등 잇따라 행사를 열었다. 첫 일정으로 부산시청 광장 앞에서 '안 만들고 뭐하노!!차별금지법!' 기자회견을 연 참가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준비한 발표문을 통해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말이 헌법적 선언을 넘어 우리 삶 구석구석에 녹아들기 위한 첫 단추로 차별금지법을 이제는 정말 제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부산지역 단체 관계자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입장으로 평등버스 활동에 힘을 실었다. 김재윤 부산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그 어떤 이유로도 사람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고, 사람이라면 모두가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느냐"며 차별금지법 제정 지지입장을 말했다.
임미영 어린이책시민연대 대표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평등사회로 가는 그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자기를 부정하지 않아도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준비한 글을 낭독했다.
평등버스 탑승객인 양한웅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연대에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정치권에 맡길 것이 아니라 "힘을 합칠 때 차별을 해소할 수 있다. 전국을 돌며 많은 분을 만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의 요구가 담긴 구호를 끝으로 평등버스는 곧바로 울산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부산으로 돌아와 서면 하트조형물 앞에서 '으랏차차 차별철폐! 어기여차 평등으로!' 문화제를 연다. 현장에선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캠페인 부스가 운영되며, 각종 공연이 끝나면 서면 일대를 행진한다.
17일 출발한 평등버스는 이날 부산을 거쳐 29일 서울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차별반대, 인권의 목소리를 높인다.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은 SNS에 해시태그 '#반가워요_평등버스' 등 인증샷을 올려 함께할 수 있다.
한편, 차별금지법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정치적 논란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보수 기독교 단체는 법안 발의 시도가 있을 때마다 번번이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번 국회에서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6월 29일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얻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