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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모습.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 모습. ⓒ wiki commons
 
8월 14일. 2주간 방학을 했다. 한 학년만 등교해서 방송으로 방학식을 했고, 나머지 두 학년은 원격으로 방학식을 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방학 분위기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방학'이라는 말이 주는 설렘은 어쩔 수 없었다. 오랜만에 아이들이나 선생님들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그래도 난 학교 방역담당자로서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이 방학 동안 반드시 실천해야 할 3행(行)과-마스크 쓰기, 자주 손 씻기, 사람 간 거리 최소 1m 이상 유지하기, 반드시 피해야 할 3금(禁)을-아프면 외출하지 않기, 밀폐, 밀집 장소 방문하지 않기, 씻지 않은 손으로 눈·코·입 만지지 않기를 꼭 지킬 것을 강조했다. 제발 무사히 방학을 마치고 돌아와 가을에 찾아올 고비만 잘 넘기자 부탁했다.

설마 했는데 사실이 될 줄이야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방학 맞이 교직원 회의를 했다. 교직원 회의에서도 선생님들에게 3행과 3금을 꼭 실천하시라고 부탁했다. 회의가 끝나 나오는데 한 선생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선생님, 용인에 있는 교회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고등학교까지 전파가 됐다는 뉴스 보셨어요?"
 "네. 저도 금방 봤어요. 학교가 어찌 보면 방역에 취약한 곳인데… 괜찮겠죠."


옆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던 한 선생님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전 거기도 거기지만 내일 광화문 집회가 더 걱정이에요.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나 보던데… 많은 사람이 모이면 그만큼 감염 위험이 크지 않겠어요?"
"그렇긴 하죠. 그래서 방역 당국에서도 집회 취소를 요청하고, 금지했잖아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해서 지킬 건 지켜야죠."
"그랬으면 좋겠는데…"


나도 불안했지만 설마 했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이 보여준 것으로 봐서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조심하리라 믿었다. 광복절 집회 역시 방역 당국의 권고를 따르리라 믿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집회의 모습은 내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법원은 서울시가 감염 확산의 위험성을 이유로 금지한 집회 중 일부를 참여 인원이 적고 방역을 철저히 하면 감염 위험이 적다는 이유로 허가했다. 또 일부 정치인, 의사는 야외에선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고 떠들었고,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들은 하나님을 들먹이며 사람들을 선동했다. 많은 사람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몰려다니며 소리를 외치고 음식을 먹기도 했다. 특히 사랑제일교회 신자 중에서는 감염 증상이 있는 사람도 집회에 참석했다고 한다. 큰일이다 싶었다.

결국 확진자가 폭증하자 8월 15일 정부는 방역 조치를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올렸고, 그에 따라 교육부는 16일 수도권 지역 학교는 1/3만 등교 수업을 진행하고 그 외 지역도 2/3 등교를 강력히 권고했다. 혼란스러웠다. 아니 미칠 듯 화가 났다. 아무리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어도 마음이 차분해지지 않았다. 더욱이 사랑제일교회 등 광화문 집회 주최자들이 방역 당국에 참여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등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더 화가 났다. 

그래도 희망이 있었건만

2학기부터 우리 학교는 두 개 학년이 등교하게 돼 있었다. 완전 정상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조심하면 정말 정상적인 학교가 된다는 희망이 있었다. 1학기 동안 학교 방역담당자로서 한 명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음에 감사하고 감사하면서 개인적으론 보람도 느꼈었다. 
 
 15일 보수 성향 단체 '일파만파'가 주최한 광화문 집회로 참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15일 보수 성향 단체 '일파만파'가 주최한 광화문 집회로 참가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 류승연
 
그런데 누구보다 나라 걱정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그 잘난 어른들 때문에 1학기 동안 열흘 정도밖에 등교하지 못한 아이들이 또 학교에 오지 못하게 됐다. 등교해서도 친한 친구와 손조차 잡을 수 없었던 아이들의 고생이 그 잘난 어른들 때문에 헛고생되고 만 것 같았다. 그리고 청소년 시기에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행복과 우정 그리고 낭만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들 인생에서 이 '결핍'이 일으킬 문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들에게 마스크 똑바로 쓰라고 악썼던 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아이를 나무랐던 일, 밥 먹을 때마저도 정해 준 자리에서 말 한마디 못하게 하고 밥 먹도록 했던 일, 조금만 참고 3행 3금을 꼭 실천하자고 부탁했던 일 모두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그 '잘난 어른'들에 의해 물거품이 되고만 것이라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나날이 늘어나는 감염자 수를 보며 방역 조치가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로 격상되고, 이에 따라 전체 학년이 등교하지 못하고 원격 수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불안하다. 어쩌면 코로나 19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자기 생각만 옳다 여기고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종교와 상관없이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위기가 분명하다. 개인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방역 당국을 믿고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린 언제나 그래 왔듯 이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지침대로 한 학년 등교에 따른 방역 업무를 다시 짜며 제발 코로나 19 확산이 멈춰 한 학년만이라도 등교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 그래야 그나마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할 것 같다.

#코로나 19#학교 방역#방역 지침 지키기#등교수업#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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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소재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또 학교에 근무하며 생각하고 느낀 바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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