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위기가 우리에게 닥쳤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대재안 수준의 위기뿐만 아니라 한치 앞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인간들은 늘 크고 작은 위기를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뉴타입의 시대> 저자 야마구치 슈는 "전 세계의 모든 기업과 정부기관 그리고 교육기관이 2020년 초에 내놓은 각종 사업계획들과 장기적인 예측은 완전히 의미를 잃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과거의 경험을 최대한 끌어 모아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을 '올드타입'이라고 부르는데, 낡은 사고방식은 위기 대응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철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야마구치 슈는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전작으로 인하여 한국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가입니다. <뉴타입의 시대>는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경영컨설턴트로서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론에 관하여 쓴 책입니다.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한 인재가 필요없는 시대 온다
저자는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 전반까지 50여 년 동안 바람직하게 인식되던 사고와 행동양식은 대부분 급속한 속도로 과거의 유물이 되어간다"고 규정하면서 새로운 사고와 행동 양식을 '뉴타입'이라고 정의합니다. 올드타입과 뉴타입의 사고와 행동양식 차이를 다음과 같이 분류합니다.
● 정답을 찾는다 ▶ 문제를 찾는다
● 예측한다 ▶ 구상한다
● 성과지표로 관리한다 ▶ 의미를 부여한다
● 생산성을 높인다 ▶ 놀이를 접목한다
● 규칙에 따른다 ▶ 자신의 철학에 따른다
● 한 조직에 머문다 ▶ 조직 사이를 넘나든다
● 철저히 계획해서 실행한다 ▶ 우선 시도한다
● 빼앗고 독점한다 ▶ 나눠주고 공유한다
● 경험에 의지한다 ▶ 학습 능력에 의지한다
저자는 위 예시문 오른쪽에 있는 사고와 행동양식을 지닌 사람을 뉴타입이라고 정의하는데, 그들의 특징을 "자유롭고 직감적이며 소신이 뚜렷하고 호기심이 강하다"고 규정합니다. "순종적이고 논리적이며 부지런하고 책임강이 강한" 올드 타입과 뚜렷이 대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가치창출의 원천이 문제를 해결하고 물건을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의미를 창출하는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따라서 물건은 과도하게 넘쳐나는 반면 문제는 희소해지는 현대사회에 필요한 인재 요건이, 반대로 물건이 희소하고 문제가 과잉하던 과거 사회에서 요구되던 인재 요건과 완전히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농경시대, 산업혁명 시대, 산업화 시대를 그치면서 각각 그 시기에 맞는 '우수한 인재상'은 바뀌었으며, 또 다시 이전 시대와 다른 새로운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시대 변화를 만드는 여섯 가지 트렌드의 변화를 강조합니다. ▲첫째 물질은 풍요롭지만 삶의 방향성을 잃어가고 있다. ▲둘째 정답을 찾는 일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셋째 수요를 넘어서는 쓸모 없는 일자리와 노동이 대두되었다. ▲넷째 사회전반에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이 넘친다. ▲다섯째 규모의 경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여섯째 인생은 길어지고 기업의 수명은 짧아졌다. 이상 여섯 가지 변화를 메가 트렌드의 변화라고 주장합니다.
물질이 풍요롭다는 것, 삶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인터넷만 열면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 새로운 기술이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것, 사회전반의 불확실성, 고령화 시대로 바뀐다는 것 모두 부연 설명이 필요 없는 급격한 변화의 모습들이지요.
정답은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시대
경제를 잘 모르긴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통하지 않고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는 것도 세계적인 현상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자는 바로 이 여섯 가지 메가 트랜드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사례와 자료를 근거로 시대의 변화를 역설합니다.
이 책에는 세상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뷰카(화)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뷰카(VUCA)화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합쳐서 부르는 용어입니다. 원래는 미국 육군이 세계 정세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였지만, 이제는 시대의 변화를 설명할 때 널리 사용된다고 하네요.
뷰카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의 경험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 할 수 없고, 과거의 경험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도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뉴타입은 과거의 경험으로 정답을 찾는 일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문제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답 대신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려면 "항상 나름의 바람직한 이상형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뉴타입은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눈앞의 현실과 비교하고 둘 사이의 차이를 찾아냄으로써 문제를 발견한다."
그래야 정답 대신 새로운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사회와 인간이 지녀야 할 이상적인 모습을 구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혁신이 대유행입니다. "사회혁신", "행정혁신" 같은 구호가 난무하고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이른바 혁신적인 활동가들은 "혁신가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조직에 몸을 담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마침 이 책에 있습니다. 저자가 혁신가로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누구도 처음부터 혁신을 계획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랍니다.
"그들에게는 간절히 해결하고 싶었던 구체적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한 수단이 우연히 획기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혁신이라고 평가 받았던 것이지 처음부터 그들이 혁신을 목적으로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오늘날 혁신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올드타입이라고 규정합니다. "세상의 유행에 휘둘리고 수단인 혁신을 목적으로 착각하는"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혁신이 아니라 혁신가라는 칭호와 존경(?)이라는 것이지요.
"진짜 혁신가는 세상의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쫓다가 우연히 혁신을 일으키는 반면에, 엉터리 혁신가는 처음부터 수단에 불과한 혁신을 목표로 삼아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고 한다. 진짜 혁신가와 엉터리 혁신가는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성이 완전히 반대인 셈이다."
지역 혁신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고작해야 '서울 따라 하기'에 머무르고 있는 것도 혁신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단으로서의 혁신을 목적으로 하게 되면 방법에도 제한이 생긴다는 겁니다. 고를 수 있는 방법이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세상의 유행에 휘둘리는 가짜 혁신가들
한편, 저자는 혁신을 야구 경기의 장외 홈런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노리는 것은 무엇보다 안타를 쳐서 진루하는 것이다.......물론 안타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장외 홈런 수도 늘어나겠지만 처음부터 홈런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선다면 안타도 제대로 칠 수 없다."
아울러 뉴타입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려면 예측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를 주도적으로 구상하라고 조언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수많은 우연이 쌓인 결과가 아니라 누군가가 내린 의사결정이 축적되어 이루어졌다는 것이지요.
"미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므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미래가 어떻게 될까가 아니라 (어떤) 미래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다."
뷰카 시대에는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구상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의견을 제시하고 행동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은 "팡파르를 요란하게 울리며"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인간의 사고가 변화한 덕분에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이 리뷰를 통해 다 소개할 수 없는 많은 사례와 자료가 이 책에 담겨있습니다. 첫 머리에 소개한 뉴타입의 사고와 행동양식 그리고 여섯 까지 메가 트렌드의 변화를 넓고 깊게 설명함으로써 독자들을 설득해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