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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은 KAL858기 사건을 자체적으로 재조사했다. 보고서에는 1990년에 발견된 잔해들 부위를 기체 모형에 표시한 그림이 있다. 대한항공 자료를 바탕으로 했는데, 당시 발견된 올림픽 표식이 있는 잔해는 “왼쪽 후방 동체”다(국가정보원,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 III>, 607쪽). 이는 MBC 보도와 다른데, 올해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추정 동체가 왼쪽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편 올림픽 표식 잔해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 결과 폭파 흔적이 없었고, 그 뒤 잔해는 폐기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은 KAL858기 사건을 자체적으로 재조사했다. 보고서에는 1990년에 발견된 잔해들 부위를 기체 모형에 표시한 그림이 있다. 대한항공 자료를 바탕으로 했는데, 당시 발견된 올림픽 표식이 있는 잔해는 “왼쪽 후방 동체”다(국가정보원,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 III>, 607쪽). 이는 MBC 보도와 다른데, 올해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추정 동체가 왼쪽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편 올림픽 표식 잔해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 결과 폭파 흔적이 없었고, 그 뒤 잔해는 폐기된다. ⓒ 국가정보원
 
"이 길의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 확실한 건 단 하나…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드라마 <시그널>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말. 실종자를 둘러싼 의문과 이를 풀고자 하는 절실함. 결국 "포기하지 않는다면, 희망은 있다." 이 말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런 일이 현실에서는 많지 않기 때문 아닐까.

"외교부는 국민의 바람이 있는 사안이라면, 적극 챙기겠다는 입장."

2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에서 KAL858기 추정 동체 조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질문을 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답변을 한 강경화 장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교과서' 같은 말이 KAL기 사건 관련해서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7년 11월 29일 KAL858기가 미얀마(버마) 안다만 해역에서 실종된다. 비행기가 115명의 사람과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철저한 수색이 뒤따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현 국가정보원)는 김현희씨 자백을 바탕으로 사건이 북의 폭파테러라고 발표한다. 제대로 된 잔해는 물론 시신 하나 없었다.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스러운' 노력

실종자 가족들은 특히 2000년대 들어 사건의 재조사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이전 가족회 집행부는 정부의 발표를 받아들인 분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새로운 집행부를 만든 뒤 흐름이 바뀐다. 이 흐름을 이끌었던 이가 차옥정 전 회장이다.

내가 알기로 차옥정 회장은 사비를 들여서라도 동체 수색에 적극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복잡한 이유로 수색 작업이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건강 문제로 차 회장이 물러나게 됐고, 뒤를 이은 가족회 집행부도 노력을 계속했다.

그러나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는 수색 활동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랐다.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을 민간이 '대신' 책임져야 했던 데서 온 문제였다. 그리고 이는 '여러 가지 형태의' 고통과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 1월 23일 대구MBC가 KAL기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몇 달 뒤 문재인 대통령이 현지 조사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고, "미얀마 측은 조사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내부 협의를 거쳐 신속히 입장을 정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MBC, 2020년 5월 21일). 그러나 현재까지 조용하다. 발견 뒤 8개월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 안민석 의원이 물음을 던진 배경이다.

추정 동체 발견 뒤 8개월, 빨리 확인해야

강경화 장관에 따르면 현지 "공관에서 미얀마 당국과 협의를 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터져 진전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미얀마가 감염병 사태에 대응하느라 여력이 없다는 뜻인 듯하다. 또는 한국에서 사람이 들어가는 데 제약이 따른다는 뜻일 수도 있다. 아울러 내가 듣기로는 지금 계절상 우기라는 점도 조사를 어렵게 하고 있다. 미얀마는 보통 5월부터 10월까지 (특히 6월에서 8월 사이)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발견 뒤 반년 이상이 지났고 따라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나친 걱정일 수 있지만) 발견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이상 물체들이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이에 의해 훼손될 가능성 등이 있어서다.

더욱이 5월에 후속보도 형식으로 나온 방송에 따르면, 발견 장소에 부표가 설치되어 있는 상태다. 그 해역은 접근이 비교적 제한된 곳이지만 물체들이 안전하게 있을지 누구도 장담 못 한다. 그러므로 최대한 빨리 물체들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인양은 그 다음 사안으로, 무엇보다 먼저 KAL기의 잔해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에서 관계자가 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면, 지금 미얀마에 있는 이들을 투입하면 어떨까? 어느 실종자 가족분도 이런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아는데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론 (국적에 상관없이) 가족들이 믿을 수 있는 이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문재인 정부, 지혜와 용기 발휘할 수 있길

KAL858기 사건은 그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이른바 '물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33년, 재조사를 바라는 실종자 가족들은 위태롭게 버텨왔다. 가족들의 요구에 귀기울인 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양한 위치의 활동가 및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얼마 전인 7월 22일에는 '공공을 위한 과학기술인포럼'이 수사발표가 있었지만 "사고 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 및 근거 제시는 충분치 못하였"다며 수색과 재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드물지만 적극적으로 나선 정치인도 있었다(가장 최근에는 설훈 민주당 의원,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의원 등). 아울러 이 모든 과정을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수많은 시민분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사건 당시 전두환 정부는 수색 시작 닷새 만에 철수 계획부터 세웠다. 이에 비하면 문재인 정부는 분명히 나은 점이 있다. 그렇더라도 8개월 동안 추정 동체를 그대로 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감염병 사태라는 (전 세계적) 돌발상황 속에 정부의 고민이 깊으리라 헤아려진다. 하루빨리 지혜와 용기를 발휘할 수 있길 빌며,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KAL858#김현희#강경화#안민석#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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